美 중부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계승한 학교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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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UW-Madison)는 위스콘신주가 정식으로 미국의 주로 승인받은 1848년에 주지사 Nelson Dewey가 주립대 설립을 위한 법률을 통과시키며 설립되어 올해로 개교 173년을 맞이하고 있으며, 위스콘신주의 공립대학으로 이루어진 University of Wisconsin System을 대표하는 메인 캠퍼스이다. 오늘은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의 설립 이념, 스포츠, 유명한 동문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의 상징적 심장부에 위치한 Bascom Hall. 1859년에 제6대 총장 John Bascom의 이름을 따 세워졌으며, 캠퍼스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건물이다. [출처: Flickr. https://flic.kr/p/z37BQE]

 

대한민국의 홍익인간 정신을 계승한 학교

‘홍익인간 (弘益人間)’ 정신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뜻으로, 한반도의 가장 오래된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 이념으로 알려져 있다. 놀랍게도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에도 이와 비슷한 ‘Wisconsin Idea’라는 설립 이념이 있다. 이것은 1903년부터 1918년까지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의 총장이었던 Charles Van Hise가 선언한 것으로, 대학의 가르침과 연구의 선한 영향력이 위스콘신의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두 이념 모두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는 뜻을 품고 있기에 이런 공통점을 따라 ‘Wisconsin Idea’를 일종의 위스콘신판 ‘홍익인간’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 제10대 총장 Charles Richard Van Hise. [출처: Flickr. https://flic.kr/p/6tyuBq]

 

농사로 이어지는 연

옛말 중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 즉 농사는 세상 사람들이 생활해 나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농사를 짓고 수확할 때 거치는 필수 과정이 있는데, 바로 ‘Sifting and Winnowing’이다. 직역하자면 “체질하고 키질하는 것”이다. 곡물을 수확한 후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 불순물을 거르고 섭취 가능한 부분만 채취하는 행위에서 영감을 얻은 말로,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의 학문적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을 일컫는 말이다.

이 문구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1894년에 본교 경제학과 교수인 Richard Ely가 반사회적인 내용을 가르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결국에는 무죄 판결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 이사회는 학문적 자유를 보호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등장한 문구가 바로 ‘Sifting and Winnowing’이다. 이렇듯, 농사도 우리 생존과 번영의 근본인 만큼, 학생으로서 학문적 진실을 향한 우리의 노력 또한 중요한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1910년 졸업반으로부터 기증받은 ‘Sifting and Winnowing’ 명판. Bascom Hall에 자리 잡고 있다. [출처: Flickr. https://flic.kr/p/4ho6Xr]

 

결과로 증명하는 학교

다음으로는 앞서 소개한 우리 학교의 설립 이념인 ‘Wisconsin Idea’와 이를 실천에 옮기는 문구인 “Sifting and Winnowing”을 둘 다 구현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학교는 2018년 기준으로 미국 내 대학 중 여덟 번째로 많은 $1.2억 규모의 R&D 예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Fortune지 선정 Fortune 500 기업의 CEO 중 14명이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 출신이다. 이와 더불어, 2020년 현재,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큰 공을 세운 학자들에게 수여되는 노벨상,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Fields Medal, 그리고 컴퓨터 과학 분야의 Turing Award 수상자를 각각 26명, 2명, 그리고 1명 배출했다. 

이런 업적을 고려했을 때, 우리 학교 학부생 및 대학원생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연구 기회와 네트워킹 가능성을 많이 가질 수 있기에 Ivy League 대학에 버금가는 수준의 교육과 연구기회를 제공하는 Public Ivy라는 명성을 보유하고 있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의 졸업식 모습. 단상 앞에 빼곡하게 모인 학사모와 좌측에 보이는 UW-Madison의 모토, ‘Numen Lumen (신의 빛)’이 눈에 띈다. [출처: Flickr. https://flic.kr/p/MU2p7]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Badgers

앞서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의 평가에 대해 다룬 만큼, 출신 유명 인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인 동문 중에는 정치인 또는 기업인 등 정·재계 인물들이 많다.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유승민이 있으며, 기업인 중에는 최종현 제2대 SK 회장이 있다. 미국인 동문 중 Dick Cheney는 George W. Bush 정권 아래 46번째 미국 부통령을 맡았던 정치인이자 기업인이고, J.J. Watt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NFL의 Houston Texans에서, 그리고 지금은 부상 중이지만 Arizona Cardinals에서 Defensive End로 맹활약 중인 미식축구 스타 선수이다.

대망의 마지막 인물은 2012년에 Pyrex Vision으로 시작해서 이듬해에 오트퀴투르와 스트리트웨어를 접목해 high fashion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Off-White를 설립하고, 2018년부터 LVMH 그룹 소속 Louis Vuitton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다 최근에 일생을 마감한 Virgil Abloh이다. 그는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에서 civil engineering (토목공학)을 공부했으며, 이는 나중에 그의 패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모교 방문을 기념해 매해 발매되는 UW-Madison Red Shirt와 특별 협업 티셔츠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모든 수익금은 지원이 필요한 신입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되었다. RIP Virgil.

New York Fashion Week 2015에 참석한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 동문 Virgil Abloh. 이너로 착용한 2015 UW-Madison Red Shirt 특별 협업 제품이 인상적이다. [출처: Grailed. https://www.grailed.com/drycleanonly/who-is-virgil-abloh]

 

오~ 필승 코리아? 온~ 위스콘신!

한국의 응원문화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응원가 떼창? 자리에서 뛰며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관중? 월드컵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붉은 악마? 그렇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의 스포츠, 특히 미식축구, 응원문화가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 고로 한국인이라면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

이렇듯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를 거론할 때 스포츠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는 Big Ten Conference 중에서도 West Division에 속해 있는데, Wisconsin Badgers라는 이름 아래 미국 중부의 대학들과 경쟁한다. Big Ten West에서 Badgers가 참가하는 스포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단연코 미식축구이다. 홈그라운드는 캠퍼스 내에 있는 Camp Randall Stadium이며, 매 경기 House of Pain이라는 힙합 그룹의 Jump Around라는 노래에 맞춰 제자리에서 뛰면서 응원하는 독특한 응원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응원 분위기 속에서 우리 학교 마스코트인 오소리를 의인화한 Bucky Badger도 등장하는데, 경기 중 Badgers가 득점할 때마다 점수에 맞춰 팔굽혀펴기하는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Wisconsin Badgers는 미식축구 이외에도 농구와 아이스하키 등 25가지의 다양한 스포츠에 참가한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 대 노스웨스턴 대학교 미식축구 경기. 추운 겨울에도 Camp Randall Stadium에 꽉 찬 붉은색 관중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출처: Original Photo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