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디즈니랜드의 유일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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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진 디즈니랜드 장식 디자이너

구혜진씨가 자신의 사무실 복도에서 중앙일보 독자들을 위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디즈니 직원 명찰에는 그의 이름과 출신인 Seoul South Korea가 선명하다.
구혜진씨가 자신의 사무실 복도에서 중앙일보 독자들을 위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디즈니 직원 명찰에는 그의 이름과 출신인 Seoul South Korea가 선명하다.

“열명 중에 한인은 저뿐이에요, 아니 아시안은 저뿐인가봐요.”

미국 직장에서 한인이 자신 뿐이라는 곳이 어디 한 두군데 일까. 하지만 구혜진(영어이름 트루디)씨는 조금 달라보인다. 이제 입사한 지도 얼마 안됐고 자신의 작품도 없는데 인터뷰는 조금 이르다며 사양하는 구씨를 설득해 그의 직업과 꿈을 들어봤다.

한인들이 할리우드나 월트디즈니사에 다니는 것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워낙 여러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구씨의 직장은 디즈니랜드다. 디즈니 영화사가 아니고 애너하임에 있는 테마파크다.

그가 하는 일은 테마파크 내부를 돌아다니며 보완할 것을 선정된 테마나 스토리에 맞춰 디자인하는 것이다. 시즌별로 디즈니랜드를 꾸미는 장식이나 실제 장식을 만들기 위한 모형을 만드는 일이다. 이걸 테마파크 데코레이션 디자이너(Decoration Designer)라고 한다.

“아직 시작하는 수준이라서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습니다. 아직 인터뷰 하기에는 일러요.”

하지만 초보라고 꿈이 없을 순 없다. 그의 꿈은 들어볼 만했다.

“제가 할 일은 놀이기구속 인테리어 디자인, 윈도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 갈수록 배울게 많을 거예요. 파크를 꼭 더 멋지게 색다르게 강화시키는데 참여하겠죠.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디즈니랜드에 한인 디자이너로 한 부분을 맡게 돼 기대가 커요.”

이제까지 자신의 팀은 10명이라고 한다. 자신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얘기같이 테마파크에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 넣으라는 의미로 고용된 것인지 여부를 아직 모르겠단다.

하지만 그의 입사과정을 살펴보면 추측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는 17세에 미국에 왔다. 어려서부터 그저 영화에 나오는 미국에 가겠다고 아빠를 몇년 조른 끝에 도착한 곳은 캔사스의 위치타였다. 영어도 제대로 배울 틈도 없이 혼자 살아 남아야 했다.

“처음엔 조금 후회도 했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했던 말들이 있어서 주저앉지 않았지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서 귀를 뚫었고 미국애들에게 다가갔지요. 페이스북도 열심히 했어요. 잘하지도 못하면서 수다쟁이가 됐지요.”

그런데 반전이 있다.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덕분에 캔자스주 아트컴피티션에 출전, 2년 연속으로 대상을 받았고 그 소문을 들은 백인 할머니가 찾아와 자신의 책에 삽화를 그려달라고 했다. 그 책(In the Beginning by Carolyn Wrights)은 2013년에 출간됐다.

어릴적 꿈은 디즈니였다. 디즈니랜드가 아니고.

미술 수상 덕분에 여러 곳에 합격했지만 디즈니의 꿈 때문에 자신에게 합격증을 준 학교중 캘리포니아에 있는 유일한 곳인 캘스테이트 롱비치로 진학했다.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 전공으로 지난 5월에 졸업했고 마지막 학기에 마케팅 부서와 디즈니스튜디오와의 산학협동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발휘해 눈에 띄었다. 하지만 팀원들의 방해(?)로 디즈니 관계자의 눈에 들 기회를 뺏겼다.

그와 같은 유학생에게 취직, 특히 디즈니 취직은 그저 헛된 꿈이었다.

하지만 디즈니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기특한 고집을 디즈니에서 알았는지, 새로운 기회가 왔다. 바로 못가면 돌아간다고 나름 포트폴리오를 계속 보완하고 만들었다. 6월말 수많은 곳에 넣었던 이력서 중 한 곳인 디즈니랜드 데코레이션 디자이너(Park &Resort Decoration Designer) 포지션에서 인터뷰 연락이 왔다.

디즈니도 한국 직장과 채용 절차는 비슷했다. 1차는 이력서를 확인해보는 서류 심사, 2차는 전화 인터뷰, 마지막으로 시니어 디자이너 3명과 함께 인터뷰를 했다.

“이제 생각해보면요. 저의 특기인 그래픽디자인 스킬만 본 것이 아니라, 드로잉이나 3D 아트 스킬도 모두 보고 싶다고 해서 대학에서 만든 작품프로젝트도 모두 보여주고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기준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의 미술을 할 줄 안다는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의 자리가 엔트리 레벨이라고 우습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인턴도 아니고 정식 직원이다. 디즈니랜드에서 ‘작은 세상'(What a small world)이라는 놀이기구를 타 본적이 있다면 그 긴 투어에 한국 인형은 딱 한번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구씨가 유일한 아시안으로 그 곳을 바꿀 수 있게 됐다.

물론 구씨는 아직도 꿈을 향해 나가고 있다.

“먼 훗날에 버뱅크 스튜디오에도 가서 다시 영화쪽에도 관여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인 아티스트로서 미국의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하게 돼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정말 기쁘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발전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장병희 기자

출처: LA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