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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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햄의 마스코트

리버럴 아츠 칼리지 (Liberal Arts College)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종류의 대학이다. 필자 또한 대학교 원서를 쓰며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학부 중심 대학인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4년제 대학으로,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인들에게 대학 생활을 미국에 있는 Earlham College에서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개척해가겠다는 나의 용기를 응원해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에 간다는 오해를 하기 일쑤였고,유학을 가면서 굳이 유명하지 않은 곳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자도 미국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에 큰 설렘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교에 다니는한 달 동안 과연 리버럴 아츠 칼리지, 그리고 얼햄 대학교가 나에게 맞는 곳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미국에서, 그리고 얼햄 대학교에서 1학년을 마무리하며,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든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는 것이 뚜렷해졌고, 학문을 공부할 뿐만 아니라 나를 알아가고, 세계를 알아갈 수 있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진학하기로 한 것이 왜 현명한 선택이였는지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1. 나를 성장시키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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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햄 대학교를 소개하는 글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소규모 단위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교수님과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의 교류가 많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야 하는 기회가 많이 찾아온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토론도 하지만 선생님이 주로 수업을 가르치고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는 lecture 형식과는 달리,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토론 바탕 수업을 들으며 아직 필자는 애를 쓰고 있다. 대학교에 와서 토론이 주가 되는 형식으로 바뀌어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하고 의견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아직까지 불편한 부분이 있고 이곳에 있는 친구들에 비해 생각의 폭이 작다는 생각에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주시는 교수님들과 서로 서로의 의견에 경청하고 타협해 나아가는 모습에 수업 시간마다 한마디씩 더 하기 위해 그에 따른 배경 조사도 열심히 하면서 필자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지식을 쌓게 되었고, 사고력이 넓은 친구들의 의견을 들으며 감탄을 하는 동시에, 세상을 다르게 보는 관점이 형성되어가는 중이다. 대체로 인트로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은 학생 수가 10명 내외로, 그만큼 같은 반 학생들과 교수님들과 많은 또한, 작은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배경에서 자라오고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계의 여러 문화와 풍습을 알아갈뿐더러, 필자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다양한 고정관념들을 깰 기회가 되었다. 나 자신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해 이야기 하며 필자는 자신 스스로가 얼마나 사회 이슈에 무관심하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자그마치 일년 동안 나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 필자가 속해 있는 공동체, 그리고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몇년 간 어떠한 것을 배울 지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2. 많은 학습량

교수님이 공동 칠판에 적어놓은 질문을 적극적으로 푸는 학생들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공부량이 매우 많기로 유명하다. 한번은 나와 내 룸메이트는 옆방에 사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사회생활도 하고 싶고 공부도 해야 했던 한 친구는 노트북에서 손을 못 떼며 같은 공간에만 앉아있었다. 밤을 새워야 한다며 카페에서 파는 캔커피를 모두 쓸어담는 친구들은 흔히 보이며, 기말고사 기간에는 밤을 새워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들과 운영진들이 모두 힘을 합쳐 Late Night Breakfast라는 이벤트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책상에 얼굴을 파묻는 것이 얼햄에서 말하는 공부가 아니다. 언어를 배우면 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며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를 알아가고, 심리학 수업에서는 직접 한 아이를 찾아가 그 아이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 관찰하고 그에 따른 보고서를 쓰며, 1학년 교양 시간에는 배우고 있는 주제와 연관된 마을에 찾아가 주민들과 소통한 뒤 그에 따른 에세이를 쓴다. 단순히 책을 보며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닌, 얼햄에서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는 학문이 단순히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닌, 경험을 통해 그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요소이다. 물론, 이런 경험을 하기 전에 어마어마한 학습량이 필요하고, 그 후에도 생생하게 남기기 위해 많은 양의 페이퍼를 쓰지만, 그 과정에서 얻어가는 경험과 뿌듯함이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물리쳐준다.

 

3. 교수님과의 유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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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리버럴 아츠와 같이 얼햄의 교수님과 학생의 비율은 대략 1:9로, 교수님과 직접적인 교류를 할 기회가 그만큼 많다. 또한, 얼햄의 퀘이커(Quaker) 가치관에 따라, 우리는 교수님들을 Professor Smith로 부르는 대신 First name으로 부른다. 처음에는 나보다 연륜이 많은 분들께 친구들에게 부르듯이 이름만 불러도 되나 라는 생각도 하고, 부르기 스스로 민망해 excuse me라는 말을 입에 달로 살았었다. 하지만 한 교수님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formal 하게 불러주어서 고맙지만, 이곳에서 추구하는 가치처럼 자신의 first name으로 불리는 게 너무나도 편안하다고 앞으로는 그렇게 불러 달라는 당부 덕분에 교수님들의 성을 빼고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 덕분에 교수님들에게 벽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친구 방에 놀러 가듯이 교수님들을 찾아가 나의 고민도 함께 이야기하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며, 함께 학교 근처에 있는 맛집에 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교수님 그 이상으로의 친분을 쌓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있다.

 

4. 다양한 경험과 많은 기회

여름 방학동안 해외에서 의료 관련 교수님들과 관심있는 학생들이 의료 봉사를 하는 모습

얼햄에서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대학교를 넘어서 대학원, 그리고 사회에 들어갔을 때의 상황에 맞는 연습과 경험을 시켜준다. 필자가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2019년 4월 16일은 수업이 없는 대신, 한 학기 동안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른 학생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졸업생들과 학부모님들 앞에서 발표하는 EPIC EXPO day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사람들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리가 조사한 자료들과 생각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연습을 하며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경험해보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게 된다. 또한, EPIC ADVANTAGE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국적을 불문하고 4년 동안 모든 학생이 여름방학에 교수진들과 함께 하는 해외 리서치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페루, 탄자니아 등 총 19개국)에 참여하거나, 방학 동안의 개인적인 인턴십이나 외부 대학에서의 리서치를 하는 동안의 비용을 최대 5000불까지 지원해준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1번 사용할 수 있으며, EPIC EXPO와 같이 여름방학 동안의 인턴십 또는 리서치의 결과물을 정리해서 발표해야 한다.

Hand drum class

이를 제외하고도 평소에 듣는 수업 시간에도 아프리카의 전통악기 짐붸와 그 외의 핸드 드럼을 배우는 Hand drum & Rhythm Project 수업, 나만의 귀걸이나 목걸이, 팔찌 등을 만들 수 있는 메탈 수업, 야동에 대해 사회학 그리고 인류학 적인 관점으로 배우는 Porn for everyone,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마시멜로우 실험과 같은 간단한 시험을 하며 분석하고 학기 말에 그에 따른 80장 분량의 페이퍼를 써야 하는 Human Development 수업과 같이,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거나 할 수 없는 많은 수업과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주며, 재학생들의 가치관을 넓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격려해주는 분위기이다.

 

5. 용기, 경청, 존중이 공존하는 공동체

중동 연합 학생들이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대만과 티벳은 자유의 국가임을 주장하고 있다.

얼햄 대학교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는 것이 전혀 두려운 일이 아니다. 이 공동체에서는 개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의견을 경청하며, 자신과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그들의 생각을 위와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주는 Palestine awareness week로,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대만과 티베트에서 온 친구들도 참여하여 국제적인 갈등에 대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과거에 학교 식당과 학생들과의 갈등이 있을 때, 학생들은 식당의 투명성을 위해 함께 시위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학기 초에도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에 자신이 바라고자 하는 것을 써서 걸어놓기도 했고, 국제 학생들끼리 학교 잔디밭에 앉아 자신들이 이곳 미국에서 경험한 불평등함 등을 공유했다.

필자가 가장 좋아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International Festival인데, 재학생의 20%가 국제 학생인 만큼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선배들과 한국을 대표하여 한국의 전통, 문화, 음식 등에 관해서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한 선배가 외국인 친구에게 남북 분단과 우리의 노력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겪은 아픔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이 너무 아름답다며 눈물을 흘리며 공감을 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얼햄 공동체에서는 얼햄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일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은 각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지지하기도, 아니면 그에 반박하기도 하며 평화롭게 갈등을 풀어간다. 얼햄은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차이점에 대해서는 피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써 싸우며 갈등을 해결하는 아름다운 공동체이다.

6. 장학금과 재정보조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사립대학교인 만큼 학비가 주립대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비싼 편이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학비는 연 40,000-70,000불로 학교마다 다르며, 얼햄 대학교는 대략 60,000불 정도로 다른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비해서 비싼 편에 속한다.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장학금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재정 보조 덕분에 학비의 반부터 뛰어난 학생의 경우는 학비보다 더 많은 장학금이 주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얼햄 대학교는 아쉽게도 전액 장학금은 없지만, 학생 대부분이 학교에서 주는 재정 보조나 외부 장학금을 함께 받으며 학비의 반 이상을 학교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러한 든든한 재정 보조가 가능한 이유는 졸업생들의 끊임없는 후원 덕분이다. 필자의 룸메이트는 phoneathone이라는 졸업생들과의 교류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하는데, 졸업생들에게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며 졸업생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기부를 받는다고 한다. 또한, 작년 가을에는 졸업생 중 한명이 익명으로 학교에 백만불의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http://earlham.edu/news/article/?id=66320&fbclid=IwAR281009ArIbOiSwY72d04XdR6SGlIFvxKKXh-nUtaf7i6Wko3MyyzeWK9o) 이처럼 졸업생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과 매년 있는 졸업생들을 위한 행사를 통해 대부분의 리버럴 아츠 대학교에서는 국제 학생들에게도 많은 재정지원을 해준다.

자그마치 일 년을 미국의 시골 중의 시골로 여겨지는 인디애나주에서, 그리고 인디애나주에서도 정말 작은 마을에 속하는 리치먼드에서 지내며 과연 내가 이곳에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그리고 내가 과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었다. 미국의 다른 큰 주립대학교, 또는 큰 도시에 다니는 친구들,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부러울 때가 많았고, 학교 밖으로 나가도 끝없이 보이는 푸른 초원과 옥수수밭을 보며 외로운 유학 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이 작은 공동체에서는 행인에게 안부를 묻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작하기도 하며,  SNS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끝없는 초록빛의 잔디밭과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마음을 비워내면서, 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면서 나를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 또한 지금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슈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관심 갖지 않던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고, 외적인 나를 가꾸는 것보다 내면의 나를 아름답게 성장시켜야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3년 동안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리버럴 아츠 칼리지, 그리고 얼햄 대학교와 함께 나의 미래를 개척해간다면, 필자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