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맥앤치즈를 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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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했던 사건 후 훈훈했던 우버 기사님의 친절함

바야흐로 2년 전, 시애틀에서 샌디에고로 이사온지 반년정도 되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아직 면허도 없고 차도 없었지만 시애틀에서 친했던 언니가 겨울방학을 맞아 샌디에고에 놀러와서 언니와 우버로 샌디에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La Jolla Shore에서 브런치를 먹고 여유롭게 바닷가를 생각없이 거닐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아 왔던길을 되돌아가려는 중이었다. 구글맵을 켜고 길을 보려 잠시 걸음을 멈춘 그 때였다. 바로 옆을 지나가던 은색 미니밴이 갑자기 속도를 늦추더니 창문을 열고 언니와 내가 있는 쪽으로 무언가를 던졌다. 내 다리와 발에 노란것이 날아와서 자세히 보니 맥앤치즈였다.

너무도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해져 맥앤치즈를 던진 차 번호판도 보지 못한채 빠르게 달아나는 미니밴의 뒷모습만 보고말았다. 뒤에 오던 운전자들은 맥앤치즈에 맞은 나의 모습을 보며 다들 놀란표정으로 길을 지나갔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일인가싶어 아무 생각없이 황당한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맥앤치즈에 맞은 사진도 찍고 이게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인가싶어 어벙벙해졌다.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옆에 서있던 언니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어쩔 줄 몰라 내내 나를 위로했지만 이런 황당한 일에 어떤 위로도 들리지 않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자마자 눈물이 터지고 한참을 서럽게 울다가 그날 언니와 계획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우버를 불렀다. 우버를 부르고 다시 내 상태를 확인하니 차에 어떻게 타야할지부터 걱정이 되었다. 다리와 신발이 맥앤치즈로 범벅이 되어 망신창이가 된 상태였는데 혹시 기사님이 승차를 거부하지는 않을까 불안했던 찰나 우버가 그 자리에 도착을 했다.

우버 기사님은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 하고있는 나와 옆에 서서 어쩔줄 몰라하는 언니를 보고 차를 세우고 나와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셨다. 우느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나를 대신해 언니가 상황을 설명했고 기사님은 트렁크에서 셔츠를 꺼내시더니 그 셔츠로 직접 맥앤치즈가 묻은 내 다리와 신발을 닦아주셨다. 그런 기사님의 친절함에 너무 놀라 기사님 셔츠인데 왜 이걸 닦으시냐고 셔츠가 더러워진다며 손길을 피했는데 기사님은 그저 자기가 너무 미안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이렇게해서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자기 셔츠가 버려지는 것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저 나는 누가 왜 그런 행동을 했어야만 했을까, 왜 내가 그 대상이 되었어야만 했을까 화만 났었는데 기사님의 정성어린 친절함에 화만 났던 내 마음도 금새 풀렸다.

기사님은 아마 짖궂은 어린 아이들이 한 장난일거라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말고 잊어버리라고 하셨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맥앤치즈에 맞은 직후에는 이런 못된 사람이 정말 있긴 있구나 혹시 나같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주의자가 벌인 일은 아닐까싶어 온통 머릿속에 외국인으로 미국땅에 살기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셔츠를 아무 거리낌없이 꺼내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승객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우버 기사님 덕분에 나도 금방 울음도 그칠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기사님도 어릴 때 그리스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라면서 자기는 이것보다 더 한 것들도 겪어봤다면서 내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내가 우버 기사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였어도 이렇게 따뜻하게 승객을 위로해줄 수 있었을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에 기사님께 팁 100%를 드렸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맥앤치즈를 입에 절대 대지 않게 되었다. 원래도 그렇게 맥앤치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맥앤치즈로 더럽혀진 이후로 이 음식을 쳐다보는것도 냄새를 맡는것도 싫어졌다. 시간이 차차 흐르면 언젠가 다시 맥앤치즈를 먹을 수 있는 날도 오겠지만 이 날 이후로 아무 타당한 이유없이 남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며 그 날 만났던 우버 기사님처럼 남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내 자신을 다잡고 되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