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원화값, 1200원 지킬지 이번주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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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경기부진에 약세 지속
당국 구두 개입도 큰 효과 없어
수입업자·유학 준비생 고민 커져
수출기업들엔 가격 경쟁력 호재

외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수출업자나 인바운드(외국인 국내 유치) 여행업계는 신이 났다. 반대로 외국에서 물건을 사 오는 수입업자나 해외여행·유학을 준비 중인 사람들은 고민이 커졌다. 원화값이 2017년 1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지난 17일 달러당 1195.7원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200원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주가 고비다. 지난달 말(1168.2원)과 비교하면 원화값은 이달 들어서만 달러당 27.5원이 낮아졌다.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주요 선진국과 국내 경기 상황, 외국인의 ‘셀 코리아(한국 주식 팔자)’ 등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달러값은 오르고 중국 위안화는 떨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무역분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미·중 무역분쟁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위안화는 더 떨어지고 원화값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부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값을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89% 올랐다. 국제 금값과 일본의 엔화값, 미국 채권값 등도 동시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외국인 7일간 1조7000억 “팔자”…수출 감소도 원화 약세 한몫

 

 

통상 달러값이 강세로 돌아서면 외국인은 한국 등 신흥국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줄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글로벌 주식형 펀드 중 신흥국에 투자하는 자금은 16억66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17일까지 7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코스피 기준)는 1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경기지표 부진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달러 기준)했다. 지난달에는 외국인들이 국내 상장사에서 챙긴 배당금을 해외로 송금하는 계절적 요인이 겹쳤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기자설명회에서 “지난달 경상수지가 소폭 흑자 또는 적자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일 경상수지가 월간 기준 적자로 돌아선다면 2012년 5월 이후 약 7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원화값 하락을 가만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구두 개입성 발언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대외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유심히 관찰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총리의 발언은 현재 상황에 대해 코멘트를 한 것이지 구두 개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달러로 표시하는 물건값이 싸져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원화 약세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이 달러 기준으로는 2%(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4.7%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하반기 평균 원화값은 달러당 1129원이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1200원을 전후로 고점(원화값은 저점)을 기록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이 완화되면 다시 달러당 1100~1150원대로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출처: 한국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