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Me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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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의 목소리를 지켜내는 것”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8년 전 그녀가 겪은 성추행을 폭로했다. 더 나아가, 그녀가 이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증언함으로써 우리 사회 내 만연한 젠더 폭력에 또다시 경종을 울렸다. 처음 서지현 검사가 폭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때 여론은 서 검사에 대한 동정과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점차 여성들의 ‘미투(#MeToo)’ 운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자 일부 남성들로부터의 유구한 편견 또한 언어화되기 시작했다.

“성범죄는 근절되어야 할 범죄지만 무분별한 고소와 페미니즘의 등장으로 소위 ‘꽃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꽃뱀’이라는 정치적 수식어를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틀어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피해자를 꽃뱀으로 단정해 무고사범으로 엮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알 수 있다. 2015년 대검에서 발표한 성폭력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4년도에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총 29,836건임에 반면, 성폭행 관련 무고는 총 148건에 불과하다. 즉, 성폭력 범죄 200건 당 무고 범죄는 1건 미만인 0.4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 범죄의 무고죄 비율인 2%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무고죄에 대한 섣부른 의심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왜곡하기엔 그들의 성폭력 경험은 근래에서야 공유되기 시작했다. 많은 근대 국가에서 ‘성폭력’이 언어화된 것은 60년대 혹은 80년대부터다. 이전엔 대부분 국가가 여성이 겪은 폭력보다는 여성의 ‘정조’에 방점을 찍어 ‘정조를 침해한 죄’로 다루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1995년도에 이르러서야 성범죄를 다룬 형법 제32장의 제목이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죄목이 변경되었다.

이를 바꿔말하면, 꽃뱀으로 표상되는 성폭력 무고죄는 수치로 봤을 때도 허울뿐인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지만,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현실에 만연해서 ‘고발’되고 ‘처벌’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고발’은 권력의 하위층에 위치한 이들이 마지막 수단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피해자들의 자원이다. 1991년 미국에서 직장 내 성추행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지지조차 않았던 시절, 변호사 아니타 힐은 클라렌스 토마스 연방 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그의 성추행 사실을 증언했다. 한국은 1993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에 대한 고발과 함께 직장 내 성추행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 올랐고, 98년에 이르러서야 대법원의 판결로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됐다.

 

변화는 확연했다. 힐의 증언은 성추행 보상 판결과 기업 내 성추행 방지 교육을 보장하는 데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또한, 한국에선 신교수의 성추행에 대한 판결이 난 후, ‘남녀고용 평등법’과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처벌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젠더 폭력을 조금 더 첨예하게 언어화하는 데 성공했다. #MeToo 운동으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피해 공유는 한국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작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되었던 ‘#ㅇㅇ내_성폭력’ 해시태그도 ‘무고범’, ‘꽃뱀년들’이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면서 각계각층에서 끈질기게 진행되었다. 자기 고백을 편견 없이 들어줄 수 있는 분위기는 있는 욕 없는 욕 들어가면서 수많은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 개인들이 만들어왔다. 서 검사의 엄청난 용기는 개인적인 것이겠지만,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회가 자신을 탓하지 않고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서 검사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을 충분히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이 사건을 고발하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을 고통 속에서 보냈을 것이다. 누군가는 검사씩이나 되어서 본인이 당한 성폭력에 대해 침묵했냐는 일갈을 할 것이다. 쉬운 비난은 무례하고 게으르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젠더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의 수직적 조직 질서 등을 고려했을 때 그녀의 폭로는 용기 있는 선례로 남아야 함이 마땅하다. 이제 우리가 그녀의 고발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지켜내야 한다. 우리는 이것으로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더 풍부한 언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진민균 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