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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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삼성전자는 액면가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 공시를 발표했다. 공시가 발표되자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액면분할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으나, 액면분할설이 불거질 때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주주들의 요구에도 초지일관이었던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선고를 앞두고 액면분할 결정은 시장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과거 많은 회사의 1/2 액면분할이나 1/10 액면분할은 자주 있었지만, 삼성전자와 같이 1/50 액면분할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은 드문 경우이다. 삼성전자는 왜 이런 깜짝 액면분할을 결정하였을까? 삼성전자는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가가 너무 높아 개인투자자에게 있어서 부담이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액면분할을 통해 한 주에 240만 원대에서 5만 원대로 내려가게 되어 많은 투자자에게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개인 투자자인 A 씨는 500만 원으로 5개의 기업에 분산투자하고 싶다고 가정해보면, 각 종목당 100만 원씩 투자할 것이다. 이 경우 1주에 240만 원대인 삼성전자는 정말 좋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살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런데 1/50 액면분할을 통해 1주당 5만 원대가 된다면 A 씨는 아무 문제 없이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다.

 

그럼 삼성전자는 정말 주주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가? 재계에서는 액면분할 발표 시점이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선고 재판을 앞두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경영권 방어 효과에 주목할 만하다.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가격 장벽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주식의 분산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 주당 240만 원대의 주식은 개인 투자자에게 있어서 부담스러운 반면 주당 5만 원대로 낮아지면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증가 될 것이다. 이렇게 개인 투자자들에게 분산이 되면 경영권 방어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연금 등 특정 소수가 주주총회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곤 했다. 주식 수가 적을 경우 주주의 수도 적기 때문에 서로 연합하여 경영권 공격도 가능하며, 간섭도 큰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경영권 방어 측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신의 한 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액면분할은 주가에는 도움이 될까? 액면분할은 주가가 1/50로, 주식 수는 50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 재무제표 및 가치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낮아진 주가로 인해 더 많은 개인이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유통물량이 확대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 발표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하루 동안 8% 이상 올랐다가 보합으로 마감하였다.

과거 액면분할 했던 애플, 아모레퍼시픽 등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하였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애플의 경우 1987년과 2000년, 2005년 1/2 액면분할, 2014년 1/7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 수를 늘렸고 단기간 주가는 상승추세를 보였으나, 1년 뒤인 15년 중반에는 액면분할 시점 수준까지 하락하게 된다.

또한, SK텔레콤 및 아모레퍼시픽 등도 단기적인 상승만 있었을 뿐, 효과가 오래가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액면분할은 단기간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져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액면분할은 호재나 악재로 해석하기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깜짝 액면분할을 통해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주주 친화적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수 있으며, 경영권 방어 및 기업 성장에 더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삼성전자 주가의 행보가 기대된다.

 

곽인욱 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