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의 점심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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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45_i2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를 제치고 이달 초 포브스의 세계 부호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스페인 인디텍스 그룹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80)는 흔히 ‘은둔의 패션 황제’로 불린다. 1975년 세운 자라(ZARA)를 비롯해 10여 개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1위 의류업체의 설립자이자 무려 795억 달러(약 86조7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고 부자지만 지금까지 인터뷰를 단 세 번만 했을 정도로 언론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전히 닭 키우는 게 취미이고 수십 년을 매일 똑같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일화는 그를 무슨 기인처럼 비춰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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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그의 행적은 은둔과는 거리가 멀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1년 회장직을 넘겨준 후에도 거의 매일 스페인 북부 라코루냐 본사로 출근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어울려 점심 식사를 하고, 공장 귀퉁이 테이블에서 디자이너 등과 늘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호화로운 사무실에 혼자 처박혀 지내는 숱한 고위직과 달리 지금까지 본인만의 사무실을 따로 둔 적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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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검소하고 소탈한 성품 때문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전용기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요, 스페인 왕족 등 유명인과도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 그가 자신과 비슷한 부와 명성을 거머쥔 상류층 대신 평범한 회사 직원들과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까.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2007년 경영학 교수들에게 했다는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당시 “자기만족이 가장 나쁘다”며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성장하기 위한) 혁신을 하려면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에 만족하면 안 된다”고 했다. 직원과의 소통은 불과 14세 나이에 돈벌이에 나서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인 동시에 시장의 주 타깃인 주머니 얇은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나름의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계속 중간계층 사고방식대로 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엘리트의 편협성을 꼽은 적이 있다. 늘 비슷하게 잘난 사람끼리만 어울리니 이 부류를 벗어난 사람들의 생각을 알 길이 없고, 이게 실패를 불러온다는 분석이다. 이게 어디 미국의 정치에만 국한한 얘기일까. 한국 사회가 세계 최고 갑부의 점심 식사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