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라차 가고 GOCHUJANG 왔다” 美 홀푸드 홀린 ‘K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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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뉴저지에 있는 대형마트 체인 웨그먼스(Wegmans)의 한 매장. 피시 소스와 쯔유 소스, 굴 소스와 같은 다양한 아시안 제품이 진열된 매대에서 빨간색 튜브 제품이 눈에 띄었다. 포장지엔 흰 글씨로 ‘GOCHUJANG(고추장)’이란 제품명이 새겨져 있었다.

대상아메리카의 양용택 법인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고추장은 코리안 칠리 페이스트(Korean chili paste) 정도로 불렸다”면서 “매운맛이 대중화되고, 한국의 건강한 소스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고추장을 찾는 현지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제 미국에선 고추장이 보통명사화돼 제품명에 그대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양 법인장은 이어 “케첩과 같은 튜브 제품은 오리지널 고추장에 물성을 더해 연하게 만든 것”이라며 “서구인에게 익숙한 드레싱 문화를 반영해 떠먹는 게 아니라 뿌려 먹을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빨간 맛’ 고추장이 진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물성을 기반으로 하고, 발효 음식이며 매운맛까지 갖춘 한식이 글로벌 푸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다. 특히 미국에선 콩과 같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고추장과 같은 한국 소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일간지인 USA투데이는 “한국의 발효된 장과 김치는 장 건강의 핫 아이템”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유기농 프리미엄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은 웹사이트를 통해 고추장을 ‘스리라차는 가고, 이제 미국인의 주방은 고추장 소스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에서의 매운맛 소스는 ‘스리라차’가 대표 주자였다. 스리라차는 중국계 베트남인 데이비드 트란 회장이 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새콤달콤한 매운맛으로 미국 소비자의 입맛을 중독시켰다.

미국 소비자는 매운맛 앓이를 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맵고 강한 맛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다가, 매운맛을 즐기는 아시안과 남미계 이민자 증가도 미국 내 매운 소스 열풍에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스리라차나 타바스코 소스에 비해 깊은 맛을 내는 고추장 인기도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고추장 수출액은 2015년 2827만 달러(약 342억원)에서 2017년 3197만 달러(약 387억원)로 13.1% 증가했다.

양 법인장은 “해외 시장에서 고추장의 성공은 기존 제품의 원료를 차별화해 영양 성분을 강화하고 짠맛을 줄여 건강까지 챙기는 프리미엄 전략이 통한 것”이라며 “만들기 쉽고 조리시간을 줄여주는 ‘만능 소스’와 소용량 제품으로 고추장 트렌드가 변화하는 추세”라고 했다.

해외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청정원은 미국 현지에서 개발한 고추장 살사와 김치 살사, 바비큐 소스에 고추장을 첨가한 ‘프리미엄 BBQ 소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미국 최대 유통 체인인 크로거를 통해 미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CJ도 고추장에 마요네즈와 바비큐 소스 등을 첨가한 핫 소스를 출시했다.

미국 현지에선 소스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튜브형 고추장 종류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튜브형 제품은 초고추장 제품에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엔 고추장을 다양한 요리에 접목할 수 있는 ‘매운 소스’ ‘만능장’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전통 제품이면서 현지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고추장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고추장은 이제 한국 전통 제품이 아닌 글로벌 제품으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추장은 지난해 구글이 발표한 미국 내 푸드 카테고리 검색어 순위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뉴저지=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출처: 한국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