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해 배우다” 뉴욕 대학교 신기한 ‘Time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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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교 (New York University, 이하 NYU) College of Arts and Science에서는 1학년 학생들 모두가 이수해야 하는 first-year seminar 수업이 있다. 세미나 수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친구들이나 교수님과 같이 정해진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고 의견들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내가 들은 first-year seminar 수업은 Ralph Katz 교수님이 진행하는 “Time” 수업으로, 시간에 대해 배운다는 독특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시간을 주제로 하는 책들과 영화들을 접하고 토의를 한다는 수업 내용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지필 고사 대신 수업 시간을 통해 느낀 점에 대해 작성하는 감상문과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프로젝트 발표로 성적이 나온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매주 책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은 고역스러웠지만 말이다.

수업을 듣기 전까지 나는 시간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게 <A Geography of Time>과 같은 책들은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 책의 저자는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그 곳의 답답할 정도로 느린 시간 개념에 놀라 시간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회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브라질 이외의 많은 문화권들에서도 저마다 다른 시간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시계에 표기되는 시간이 지배적인 미국 문화에서와 달리, 중앙 아프리카의 브룬디와 같은 지역에서는 “소가 물을 마시러 가는 시간” 등의 표현으로 시간을 표현이 더 자주 쓰인다고 한다. “빨리 일어나서 뭐라도 해”라는 꾸지람이 일상적인 한국에서와 달리,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중요시하는 인도나 네팔과 같은 나라에서는 “뭐 하려고 하지만 말고 앉아 있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이처럼 나는 이 수업을 통해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가치들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지” 여러 차례 느끼게 되었다. 이를테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오랜 가르침을 뒤엎는 “현명하게 딴짓하는 방법”에 대해 (<The Art of Procrastination>), 멀티태스킹과 신속한 일처리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가치들에 반기를 드는 “slow movement”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다 (<The Slow Professor>).

수업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해서 다루었던 <The Power of Place>라는 책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종의 기원>의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찰스 다윈이 어떻게 헌신적인 연구자, 오랜 벗, 자비로운 아버지나 남편의 면모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찰스 다윈이 인생에서 내려야 했던 중요한 선택과 결정들을 함께 하면서, 그가 어떻게 그의 삶에 주어진 시간을 활용 했는지를 함께 살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진화론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만한 그의 시대적 배경 역시 한 몫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의 주어진 시간 속에 내리게 되는 많은 중대한 선택들은 우리의 삶을 정의한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기로 했던 그 결정으로 후대에까지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주어진 시간을 써야 할까?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Time” 수업이 남기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