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일까, 대자연의 마술일까

533

발길 끄는 유명 협곡들

주로 미 남서부에 몰려 있는 협곡들이 무려 1000여 개에 이른단다. 앤틸로프 캐년에 쏟아진 수직의 햇살이 대자연의 경이를 일깨운다. [사진=위키피디아]
주로 미 남서부에 몰려 있는 협곡들이 무려 1000여 개에 이른단다. 앤틸로프 캐년에 쏟아진 수직의 햇살이 대자연의 경이를 일깨운다. [사진=위키피디아]
대자연의 손길로 빚어졌다지만 너무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좁고도 깊은 협곡(Slot Canyon) 머리 위로 언뜻언뜻 보이는푸른 하늘이 협곡에다 마술을 부린다. 빛이 닿은 협곡의 경사면들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둥글게 혹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깍여나간 모서리들이 서로 마주보며 기기묘묘한 형상을 연출한다.

이미 많은 방문객들의 입소문으로, 사진작가들의 찬란한 작품으로 선을 보인 앤틸로프 캐년을 필두로 애리조나와 네바다, 캘리포니아, 유타 주 등지에는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협곡들이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까지 꼽자면 무려 1000여 개에 이른다. 화강암과 현무암이 있기도 하지만 대개의 협곡들은 상대적으로 물에 의한 침식에 약한 사암과 석회석으로 이뤄져 있다. 그 분포만큼이나 다양한 감동을 선사하는 협곡들을 찾아가 본다.

앤틸로프캐년-애리조나

이미 사진작가들을 비롯 많은 한인들이 다녀온 곳이다. 그만큼 남서부에서는 제일 유명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동쪽으로 270마일 떨어진 애리조나 페이지 동쪽의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다. 사철 붐비지만 햇살이 협곡 안으로 곧게 내리 쪼이는 봄과 여름이 최고다.

이곳은 나바호족이 운영하는 투어를 이용해야만 협곡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데 투어는 일반 투어와 사진작가 투어의 두 가지로 나뉜다. 대부분의 협곡이 그렇듯이 캐년 내부는 두세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상태로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그래서 사진작가 투어는 사람들이 없는 상황에서 촬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캐년 내에 좀 더 오래 머무르게 해준다. 당연히 비용이 비싸다. 협곡은 ‘어퍼(Upper)’와 ‘로워(Lower)’로 나뉘는데, 어퍼는 평지인 반면에 로워는 철사다리를 올라야 하는 등 어린이와 노약자가 있으면 어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반 투어는 1인당 40달러부터. 사진작가 투어는 120달러.

정보:www.navajotours.com

모자이크캐년-데스밸리

나름 볼 것이 많은 데스 밸리에서 그 중 인기있는 곳이다. 1906년 광산 근로자들을 위한 임시 거주지로 시작돼 1925년 호텔이 들어서면서 작은 마을이 된 스토브파이프 웰스가 트레일헤드 구실을 한다. 마을 남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 기슭에 입구가 있다. 주차장에서 400미터쯤 걸어가면 좁은 계곡에 들어선다. 협곡은 좁아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하는데, 반 마일쯤 걸어가면 가장 인기있는 곳에 다다른다. 이름처럼 석회석과 대리석이 뒤섞여 이뤄진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이른 아침이거나 늦은 오후에는 협곡이 황금빛으로 물들기도 한다.

정보:www.nps.gov

화이트돔 트레일-네바다

라스베이거스 북쪽 52마일 거리에 자리한 ‘불의 계곡 주립공원’에 있는 트레일 중의 하나다. 전체 길이가 1.5마일이라 가족 모두에게도 부담이 없다. 형형색색의 바위가 눈을 즐겁게 하는데, 트레일 중간에서는 버트 랭캐스터와 리 마빈이 주연한 영화 ‘더 프로페셔널’의 세트장 잔해도 만날 수 있다. 갔던 길을 돌아오지 않고 한바퀴 돌아서 오는 고리형(Loop) 트레일이라 지루함을 덜어준다. 가이드ㆍ퍼밋이 필요 없고, 가벼운 운동화로도 즐길 수 있다.

정보:www.valley-of-fire.com

리틀와일드호스 캐년-유타

고블린밸리 주립공원에서 약 8마일 떨어진 곳으로 앤틸로프 캐년과 같이 화려한 색깔로 채색된 협곡의 벽면이 멋진 곳이다. 벨캐년과 이어진 고리형 트레일로 유타주 최고의 협곡으로 알려져 있다. 벽면이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록도 만나고,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좁은 곳도 만난다.

퍼밋이나 가이드는 필요없지만 비가 올 확률이 있는지 꼭 날씨를 확인하고 방문하도록 한다. 모든 협곡은 조그만 소나기에도 물이 금방 허리까지 차 오를 수 있다. 1977년 앤틸로프 캐년에서는 소나기에 11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정보:www.utah.com

백종춘 객원기자

출처:신의 한 수일까, 대자연의 마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