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IT종사자가 누리는 고연봉, 소득 격차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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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美 인구조사국 자료 분석
“5년 간 상·하위 계층 소득 약 30% 벌어져”
금융 중심지 뉴욕, 시애틀도 비슷

니콜과 빅터 부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카페의 계약직 직원이다. 세 자녀를 둔 이들 부부는 회사로부터 각자 시급 15달러(약 1만7000원) 이상을 받는다. 아주 적진 않지만, 억대 연봉의 직원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 부부의 합산 소득은 지난해 미국 주택·도시개발청이 제시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저임금 가정(연 소득 11만7400달러)’ 소득 기준에도 못 미친다.

특정 지역에서의 첨단 산업 성장이 그 지역의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질까. 이런 궁금증이 최근 팩트로 확인됐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에서 가장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진 지역으로 꼽힌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미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2012~2017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26만 달러(약 3억 원)에서 34만 달러(약 3억8600만 원)로 약 31%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의 소득 격차는 블룸버그 조사 대상인 미국 도심 지역 100곳 가운데 가장 크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5년간 소득 격차 증가분(8만 달러)은 미국 도시의 평균 소득 격차 증가분(3만 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또 다른 실리콘밸리 도시인 산호세(28만 달러→35만 달러)가 두 번째로 소득 격차가 컸다. 마이크로소프트(MS)·스타벅스·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 유력 금융투자사인 골드만삭스·메릴린치 본사가 있는 뉴욕은 각 세 번째, 네 번째로 소득 격차가 컸다.

경제분석기관 키스톤리서치센터(KRC)의 마크 프라이스 박사(노동경제학)는 “특히 유력 금융사가 많이 위치한 뉴욕은 금융업계 재력가의 거주지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의 소득 계층 간의 임금 격차가 전반적인 생활 수준 차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분석 대상을 달리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소득층(소득 상위 5%)과 중산층(소득 하위 40~60%)의 소득 격차는 41만1400달러(2012년·약 4억6700만 원)에서 약 29% 올라 52만9500달러(2017년·약 6억 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 조사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소득 격차가 가장 컸다”고 전했다.

미국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간 소득 격차 현상이 나타난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라이스 박사는 “70년대 미국 행정부는 ‘(지역) 경제 성장은 모든 계층에 일정한 이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그래서 (지역 기반) 주요 기업에 각종 규제를 완화했으며, 노조 결성을 억제하는 정책까지 펼쳤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이 불균형한 지역 내 소득 분배의 일부 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선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앞다퉈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이 지역의 소득 격차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IT 열풍 초기에 트위터·시스코 등은 인재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제공했다. 그 결과 이들과 다른 영세업체 직원 간의 임금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앨런 베루브 선임연구원은 “첨단 기업이 미국에서 큰 부를 창출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내 부의 재분배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물가 인상과 비싼 부동산 가격에 사정이 팍팍해진 몇몇 지역 주민들은 거주지를 떠날 처지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출처: 한국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