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합니다, 물고기가 키우는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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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된 카이스트 출신 친구 둘
박아론·전태병 ‘만나’ 공동대표
담수어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활용
수경재배법 등 특허 10개 등록
기술 상용화, 러시아 수출도 눈앞
투자유치 128억, 매출 목표 100억

카이스트 출신 ‘만나씨이에이’ 전태병·박아론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충북 진천군의 아쿠아포닉스(수경재배) 농장에서 직접 키운 각종 채소를 소개하고 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는 아쿠아포닉스와 ICT를 접목시켜 친환경으로 키운 허브와 샐러드 채소, 케일, 바질, 루꼴라 등 100여 종의 채소들을 만나박스 서비스를 통해 지난 1월부터 전국 소비자들에게 정기배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출처: 중앙일보] [J가 만난 사람] 싱싱합니다, 물고기가 키우는 채소
카이스트 출신 ‘만나씨이에이’ 전태병·박아론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충북 진천군의 아쿠아포닉스(수경재배) 농장에서 직접 키운 각종 채소를 소개하고 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는 아쿠아포닉스와 ICT를 접목시켜 친환경으로 키운 허브와 샐러드 채소, 케일, 바질, 루꼴라 등 100여 종의 채소들을 만나박스 서비스를 통해 지난 1월부터 전국 소비자들에게 정기배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고등학교를 다니던 한국계 2세 학생은 우연히 일본 게이오대학교의 케이 모리 교수가 쓴 논문을 접했다. 지구 기압보다 2배 높은 기압 기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토마토를 재배했다는 논문이다.

일반 토마토보다 수십 배 많은 토마토가 열린 사진을 보고 그 학생도 직접 해보기로 결심했다. 기술과 돈이 부족해 2배의 기압을 유지하는 장치를 만들지는 못했고, 대신 1.1배 높은 기압 기계를 만들었다. 그 안에 콩과 비슷한 작물을 넣고 재배했더니 일반적인 환경보다 훨씬 많이 열리는 것을 확인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과학경진대회에 이 논문을 발표했고, 상도 탔다. 어렸을 때부터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고등학생은 지금 한국에서 농사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충북 진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MANNACEA)’ 박아론(29)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카이스트(KAIST)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카이스트 기계과를 졸업한 동기 전태병(27) 공동대표와 함께 2013년 3월 만나씨이에이를 창업했다. 전 공동대표도 서울대 농대에 원서를 넣어 합격했을 정도로 농사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였다. 카이스트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농사 이야기 꽃을 피웠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스마트팜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스마트팜에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가 아쿠아포닉스(수경재배) 방식이다. 박 대표는 “대형 수조에 향어 같은 담수어를 기르면 담수어 아가미에서 암모니아가 나온다. 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처리하면 식물 배양액을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배양액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식물 재배에 사용된 물은 자체 개발한 필터로 정화한다. 이렇게 하면 이 물을 담수어를 기르는 물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아쿠아포닉스는 친환경적인 농사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대표는 “이 기술을 실제 상용화한 것이 우리의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2014년12월 진천에 있는 장미 재배 농장 700평을 2억원에 인수했다. 장미를 갈아엎고 아쿠아포닉스 방식으로 채소 재배를 시작해 지난해 3월 첫 수확의 결실을 봤다. 초기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만 판매했다. 조금씩 주변 땅을 추가로 사들여 현재 만나씨이에이 농장 규모는 1만9800㎡(약 6000평)에 달하고, 이곳에서 6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만나씨이에이는 아쿠아포닉스 외에도 스마트팜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팜의 온도와 습도 등을 제어하는 제어기, 광원 시스템 같은 기술을 자제적으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15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등록된 특허가 10개다. 만나씨이에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창업 후 지금까지 케이벤처그룹, DSC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12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러시아와 기술 수출을 두고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수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도전은 유통이다. 그 시작은 지난 1월 선보인 ‘만나박스’ 서비스다. 만나박스는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매주 소비자에게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4인 가구 기준의 ‘패밀리 박스’(월 9만원)와 1~2인 가구 ‘싱글 박스’(월 5만5000원)로 구성되어 있다.

전 대표는 “우리가 재배하는 채소와 허브 등은 100여 가지가 넘는다. 한국에서 사기 힘든 허브와 샐러드 채소 등을 만나박스에 담아 배달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인삼까지 만나박스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농업의 혁신은 결국 판로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만나박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만나박스 회원은 4000여 명이다.

얼마 전에는 ‘팜잇’이라는 공유농장 프로젝트도 선보였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직접 농장에 투자를 하고, 일도 직접 해볼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다. 지난달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팜잇 1호 농장을 선보였고, 프로젝트 오픈 6시간 만에 230명이 투자해 목표액 5억원을 채웠을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이달 초 팜잇 2호 농장 프로젝트도 목표액 7억원을 무난히 달성했다. 팜잇은 5호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공유농장에서 사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가 없다’는 농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농업의 사업성은 너무나 크다”며 “스마트팜 사업은 잘 될 수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두 사람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 농업에 사업기회가 많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정치·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에 따르면 세계 식량안보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2012년 21위(77.8점), 2014년 25위(73.2점), 2015년 26위(74.8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박 대표는 “ 앞으로 돈의 가치보다 식량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나씨이에이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00억원이다. 친환경 채소 뿐 아니라 아쿠아포닉스 시설과 관련 기술 판매 매출을 다 포함한 것이다. 만나씨이에이는 성경에 나온 ‘하늘에서 내려준 음식’이란 뜻의 ‘만나’와 환경제어농업(Controled Environment Agriculture)의 약자를 합친 단어다.

진천=최영진 기자

◆박아론(29) 대표=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농작물 재배 실험 논문으로 캘리포니아주 과학경진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전태병(27) 대표=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 지원했을 정도로 농업 혁신에 대한 꿈이 강했다.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2013년 3월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박 대표와 의기투합해 만나씨이에이를 창업했다.

[출처: 중앙일보] [J가 만난 사람] 싱싱합니다, 물고기가 키우는 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