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아리를 드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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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아리란 등대이자 나침반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 합격한 후 축배를 들기 전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우리 학교에 어떠한 동아리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경험을 쌓기를 원하며, 어떤 이는 인간관계를 구축하길 원하고, 어떤 이는 대학을 다니는 의미를 찾기 바라며, 어떤 이는 그저 어떠한 공동체에 스며들기 원하는,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동아리 활동이란 학생과 학교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특히 가족의 품을 떠나온 대다수의 유학생에게 있어서 동아리란 제2의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매년 2,000명을 웃도는 한인 지원자를 받는 대학교인 만큼, UCLA에는 다양하고 많은 한인 동아리들이 존재한다. UCLA에는 총 한인학생회 UKV (United Korean Voice), 유학생 권익 보장을 추구하는 GLA (Global Leaders Association), 네트워킹/취업 동아리 KOJOBS (Korean Job Search), 한인 2세 동아리 KASA (Korean American Student Association), 풍물 동아리 Hanoolim (한울림), 비즈니스 동아리 KUBS (Korean Undergraduate Business Society), 이과 동아리 KSEA (Korean-American Scientists and Engineers Association), 친목과 다양한 클럽 이벤트를 담당하는 KSU (Korean Student Union) 등등의 동아리가 있다.

각 동아리 안에서도 행정부, 홍보부, 기획부, 국제/대외 협력부 등등의 부서들로 부원들이 나뉘며, 자신의 특성과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부서에 지원하여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매년 많은 신입생과 편입생들이 이 각각의 개성 넘치고 뚜렷한 목적을 가진 한인 동아리들 사이에서 고민하며, 각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설명회인 General Meeting (GM)과 신입생 환영회에서 정보를 얻는다. 다만 각 한인 동아리들의 테마가 너무나도 다르기에 지원하기 전 꼭 충분한 고려의 시간을 갖고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있어서 동아리란 나 주위의 인간관계를 형성해 줄뿐더러, 나 자신의 정체성과 목적의식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임을 말해주고 싶다.

나는 지원할 동아리를 고를 때 최대한 내 전공과 관련이 있는 곳을 찾으려 애를 썼다. 경영경제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많은 사회 이슈를 다루는 GLA와 경영/경제 분야로 폭넓은 정보를 나눠주는 KUBS는 지금 돌이켜 봐도 지원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두 동아리이다.

KUBS는 아직 1학년인 내게 전공의 기초를 다져주고, 이를 초월하여 나의 희망 커리어의 방향을 잡아준 동아리이며, GLA는 내가 유학생이기 전에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는 어엿한 지성인 임을 일깨워 준 동아리이다. 이러한 특수 목적의식이 강한 동아리들의 장점은, 물론 그 동아리 내에서 여어득수 (如魚得水)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매우 큰 행운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두 개 이상의 동아리에 들 생각이라면 하나는 자신의 취미 혹은 사교와 관련이 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전공 혹은 스펙이 되는 동아리에 지원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 동아리에 들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쭉 동아리의 이점에 관해 설명한 내가 모순됐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동아리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대학생활의 큰 부분을 상실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한다. 참가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면, 참가하지 않는 세력에 참가하는 것도 의의가 있고, 어떠한 것을 경험이라 한다면 경험하지 않는 경험에도 의미가 있다는 말처럼, 내 주변에도 아무 동아리에 들지 않고도 대학 생활 내에서 자기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꿈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동아리란 갓 어른이 된 대학생들의 등대이자 나침반이며, 이 없이도 힘찬 항해를 하는 항해사들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