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생활 중 겪게 된 분실 사고 극복기

미국 뉴욕에서의 황당했던 분실 사고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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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지 석 달이 되어 가던 날이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 휴대폰이랑 지갑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분실물 센터에 신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분명히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도 아무런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되자 그 물건들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지갑 안에 있던 직불 카드 (debit card)와 현금을 분실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 중 하나는 카드 분실 신고였다. 신고를 지나치게 늦게 되면 부정 사용에 대한 전액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잃어버린 카드를 대체하기 위한 카드 재발급 신청을 했다. 카드가 새로 발급되는 데에 보통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필요로 한 현금은 은행을 직접 방문해서 찾아 써야 했다.

휴대폰 분실에 대처하는 데에도 생각보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잃어버린 휴대폰에 무료로 전화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웹사이트들이 있다. 그 방법으로 휴대폰을 찾을 수 없다면, 아이폰 유저의 경우 iCloud의 “iPhone 찾기” 기능을 통해 분실한 휴대폰의 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위치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도 잃어버린 아이폰 내의 연락처, 메모, 사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GPS 위치 추적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이라면 구글 위치 추적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내 휴대폰은 인터넷과 위치 추적 기능이 모두 꺼져 있어 그 방법들을 동원해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한동안 휴대폰 없이 살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기는 했다.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시간을 뺏길 일 없이 공부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뜻밖의 이점도 있었다. 너도나도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디지털 세상에서 혼자 아날로그식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듯한 색다른 기분도 느껴볼 수 있었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소소한 이점들은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난 뒤 느끼게 된 우울함을 완전히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휴대폰 하나를 잃어버렸을 뿐인데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거리가 몇백 광년은 더 멀어져 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했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던 알람이나 길을 걸으며 듣던 노래와 같은 일상적인 것들 역시 점점 그리워졌다. ‘구글 맵’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길치인 내가 휴대폰 없이 처음 보는 길을 찾아다녀야 했을 때는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당장 중간고사를 앞두고 바쁜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관계로 새 휴대폰을 알아볼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휴대폰 구매를 차일피일 미루던 중, 인터넷을 통해서 더욱 간단하고 저렴하게 기기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eBay 웹사이트에서 한국에 와서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unlocked” 휴대폰들 중 하나를 찾아서 사게 되었다. Best Buy 가게에서 구매한 유심을 새로운 기기에 꽂은 뒤, 이전에 쓰던 휴대폰을 개통한 매장에 새로운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2주 정도의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휴대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대학 생활에 대한 좋은 면만 자랑하고 싶은 나에게는 다소 부끄럽게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번쩍번쩍한 도시에서 ‘가십 걸’에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과 같은 로망에 부응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학생의 시선에서 미국 도시는 낭만보다는 하루하루 생활해 나가기 위한 삶의 터전에 가깝다. 앞으로 이 도시에서 나에게 또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힘들었던 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누구나 저마다 괴로웠던 일들이 있었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될 거다. 때로는 괴롭고 힘든 기분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는 것도. 그러니 나는 유학 생활에서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계속 나누고자 한다. 먼 훗날에는 그 역시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들이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