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고픈 유학생이 만든 미국 자취 요리 공개 (+사진 2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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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을 뚫고 지나가던 “밥 먹어!” 라는 엄마의 그 우렁찬 외침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사먹으려니 비싸고, 해먹자니 귀찮고.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주던 밥 한 상이 이렇게도 소중하다는 걸 왜 이제서야 깨달았는지…ㅠㅠ 안그래도 마음이 허한데, 눈치 없는 배는 더 허하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 배가 고파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고기도 다 먹었고, 마트에서 가성비는 좋아서 샀지만, 결국 잘 먹지않아 끄트머리가 상한 샐러드가 보인다. 어쩔 수 없이 그 풀을 가지고 들어와 한국 먹방 유투브 방송을 켰다. 바삭 바삭 황금 올리브 치킨, 매운 치즈 불닭, 떡볶이, 된장찌개에 밥 한 숟갈,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세트… 누군가에겐 전화 한 통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캘리포니아 소도시에 살고 있는 나에겐 그저 허황된 꿈이다.

그런 공허한 나의 마음과 배를 달래주기 위해 자취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귀차니즘에 쩔어있는 몸뚱이를 벌떡 일으켜 음식을 만드는 게 처음에 쉽진 않았다. 하지만 그 음식 안에 나의 서툰 노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으니, ‘음식을 한다’는 행위 그 이상의 가치가 맛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1. 삼겹살 백반

재료: 삼겹살 (Pork Belly), 새송이 버섯, *부추무침: 부추, 양파, 고추가루, 설탕, 다진마늘, 참기름

고기는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굽는다. 2/3 정도 구워졌을 쯤, 새송이 버섯도 함께 굽는다. 길게 자르는 것보다 가로로 자르는 게 쥬씨해서 더 맛있다. 사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삼겹살과 함께인데 뭔들..

2. 비오는 날 돼지김치찌개 

재료: 김치, 돼지갈비, 시즈닝(간장, 소금, 설탕), 다진마늘 , 쌈장(고추장+된장), 상추

비가 올 때, 생각나는 넘버원 음식이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김치만 있으면 자주 끓여 먹게 된다. 김치, 돼지고기, 설탕, 고추가루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해서 푹푹 끓이면 끝! 풍미를 더하고 싶다면 된장을 한숟갈 넣으면 된다.

더불어, 비오는 날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을 보며 먹는 김치찌개란.. 캬!

3. 파송송 조개국 재료: 조개, 파, 소금, 다진마늘

다해서 재료 값이 $6가 나왔으려나 모르겠다. 너무 쉬운데 너무 맛있다. 싱싱한 조개를 해감 시키고, 물에 넣어 끓여준다. 파를 마지막에 투하해주면 시원한 조개국이 완성된다. 감기걸리고 입맛 없을 때 먹어주면 속이 든든하다.

4. 시험기간 된장찌개 백반  재료: *된장찌개: 된장, 두부, 감자, 파, 양파, 다진마늘 *오징어볶음: 오징어, 양파, 당근, 고추가루, 고추장, 파

공부하다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럼 빨리 맛있는 걸 먹어줘야한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매운 오징어 볶음의 조합은 최고다. 스트레스도 빵!

5. 갈비찜

재료: 소 갈비, 표고버섯, 감자, 당근, 사과… 아 모르겠다.

무슨 정신으로 이걸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맛은 끝내줬지만 7시간이나 걸려 완성된 음식이었기에 기억이 삭제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갈비찜이었다.

6. 해물탕

내가 만들었던 음식들 중 가장 맛있었던 걸 꼽으라면 이 해물탕일 것이다. 그런데 갈비탕과 마찬가지로 장시간 요리를 해서 기억이 잘 안난다. 정신없이 살아 움직이는 꽃게와 격투를 벌이고, 홍합, 전복, 새우 등등 해물들을 씻고, 양념장을 만들고… 이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일 음식이었다. 안녕..

7. 꼬꼬닭 멸치

재료: 멸치, 고추장, 참기름, 깨

사실상 갈비찜이나 꽃게찜은 일 년에 한 번 할까말까하는 음식이다. 시간 없을 때, 멸치를 볶고 참기름을 둘러 고추장 찍어먹으면 그렇게 맛있다. 정말 간단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햄버거보다 영양가가 높지 않을까 싶다. 안 높을 수도 있다.

8. 콩나물국밥

재료: 콩나물, 고추 (파가 없어서), 고추가루, 간장, 소금, 다진마늘

랜치99에서 $1.99면 콩나물 한 봉다리를 살 수 있다. 무치고, 찌고, 비빔밥 등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건 콩나물국밥이 아닐까 싶다. 매운 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끓이고 밥을 한 숟갈 말아 먹으면 그냥 후루룩 들어간다.

9. 김치볶음밥

재료: 김치, 햄, 양파, 굴소스, 고추가루, 설탕, 고추장, 달걀 2개, 다진마늘

비록 금수저는 아니지만, 달걀 앞에서는 사치스러울 수 있는 여유를 부리고 싶어 2개를 넣었다. 레시피는 어렵지 않다. 간혹 김치볶음밥을 실패 할 때가 있는데, 그건 김치가 맛이 없거나 시즈닝을 잘 못했을 때다. 맛있는 김치라는 가정 하에 고추가루, 고추장, 굴소스 조금, 설탕 조금을 넣고 그래도 부족하다 싶으면 캐챱을 조금 넣어주면 김치볶음밥 실패 확률 0%다.

10. 냉장고 싹쓸이 – 볶음면

재료: 각종 야채, 달걀, 쌀국수, 굴소스, 간장, 참기름, 후추, 소금, 다진마늘

위 형상은 다소 해괴망측하나, 맛은 일품이다. 냉장고를 비우고싶을 때면 이 요리를 해먹는다. 온갖 야채와 쌀국수에 굴소스+간장+참기름 시즈닝을 하여 볶는다. 스크램블에그를 위에 곁들이면 더욱 풍미롭다.

11. 야채카레 (라고 하지만 고기는 따로 굽는다)

재료: 카레분말, 당근, 감자 등 좋아하는 야채 (새송이 버섯 추천)

카레의 장점은 오래 먹을 수 있다는 거. 단점 또한 오래 먹을 수 있다는 거.

12. 닭도리탕 (과 IPA ㅎㅎ)

재료: 먹고 싶은 닭 부위 (난 thigh), 감자, 당근, 파, 양파, 고추장, 고추가루, 간장, 설탕, 다진마늘

바야흐로 Statistic 수업을 들었을 무렵이다. 널부러진 계산기를 보아하니 수학 공부를 하다 지쳐 맥주 한 병과 닭도리탕을 먹은 것 같다.

13. 닭갈비

사실 닭도리탕과 닭갈비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재료는 거의 같은 것 같고… 감자가 없고 국물이 덜 하면 닭갈비인가? 요알못

14. 각종 샐러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자주 먹게 되는 건 간편하고 건강에 좋은 샐러드다. 365일 다이어트를 하지만, 한결같이 실패하는 나를 위해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어봤다.

(1) 칵테일 새우와 닭가슴살 샐러드 (*둘 다 내 접시는 아니다.)

 (2) 토마토 아보카도 샐러드 (올리브유+발사믹 식초)

참고로 아보카도는 간장을 찍어먹으면 참치회 먹는 맛이 난다고 한다. 사실 참치회까진 아니더라도 신선하니 맛있다.

(3) 닭가슴살 샐러드 (+고추장) 

한국음식은 그립고, 다이어트는 해야하고… 그럴 때 내가 합의를 보는 방법이다.

(4) 두부 샐러드 (김치 속 남은 거..(애잔)+미역줄기)

(5) 야채농장 (+플레인요거트와 꿀)

(6) 망고사과샐러드와 단호박죽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큰맘을 먹고 한 끼 식사용 단호박죽을 끓였는데, 시도때도 없이 먹는다. 아침으로, 아점으로, 사이드 디쉬로, 간식으로..

(7) 야채농장2

대부분 마트에서 올리브를 사면 아주 짜다(sodium 120%). 그런데 less sodium 40% 블랙 올리브를 캔 통조림으로 파는 걸 찾을 수 있다. 이를 샐러드에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8) 카프리제 

토마토와 신선한 바질, 그리고 생 모짜렐라 치즈 위에 올리브와 소금, 후추로 간을 하면 완성~!

15. 미국음식

한국 음식이나 샐러드만 먹다보면 가끔 기름기 진 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사먹기보다 직접 해서 먹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당 스테이크는 $40, 내가 만드는 스테이크는 $15, 이와 같이 가격이 반 값 이상이 차이가 난다. 뿐만 아니라, 짜고 양 많은 식당에 비해 내 입맛과 양에 맞게 조절할 수 도 있으니 요리를 안하고 배길 수가 없다.

(1) 필레 미뇽 스테이크

소스: 발사믹 식초+와인+설탕 (정말 추천!) (두번추천!!)

(2) T본 팬스테이크 

(3) 연어 스테이크

(4) 토마토 파스타 도시락 

(5) 스켈롭과 아스파라거스 구이

1 스켈롭 1 아스파라거스를 함께 먹으면 참 맛있다… 스캘롭은 버터에 구워주고, 아스파라거스는 따로 마늘 다진 걸 묻혀주며 버터에 구워준다.

14. 그 외.. 충동적인 욕구가 낳은 결과물

(1) 오이소박이

오이소박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서 만들어봤다. 한국 오이를 구할 수가 없어 멕시코 오이로 해봤는데 맛있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었다. 난 오이소박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맛을 보지 않았다. 그래서 맛있었다고 한 건가…  

(2) 크랜베리 애플잼 

미국 마트에 파는 잼들이 다 너무 당도가 세서, 내가 직접 만들어봤다.

(3) 바나나 아몬드 초콜릿 샌드위치

여자들은 공감 할만한 그 폭풍전야 쯤에 이러한 당도 덩어리들을 만들어 먹어줘야한다. 그래야 사람이 온순해진다 🙂

이상ㅡ

이 포스트를 끝까지 본 유학생들에게 사먹기보다 직접 요리를 해먹으라고 꼭 권유하고싶다.

시작은 피곤 할지 몰라도, 향수병을 이겨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한 한 상 차림을 나로부터 시작해서 주변사람들에게 전할 수도 있으니 그 과정과 결과물이 정말 값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 모두들 맛있는 식사 하길 바라며 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