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를 벌떡 일어나게 만든 서부 로드트립 Best 3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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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독한 집순이다. 일주일이면 학교를 가는 나 흘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은 집에서 온전히 휴식을 취한다. 떡진 머리와 수면바지는 기본. 양손에는 ‘맛있으면 0칼로리’ 주문과 함께 쥐어진 간식들. 어딘가를 나간다는 생각 그 자체부터가 내겐 일정 시작과 동시 부담감으로 다가왔기에 여행 계획을 세울 엄두가 안 섰다. 하지만 이런 나를 벌떡 일으킨 3군데의 여행지가 있었으니, 바로 ‘레이크 타호’ 와 ‘라스베가스’ 그리고 ‘그랜드 캐년’이다.

각 여행지마다 감명 깊게 느꼈던 점과 더불어 한국인들 사이 널리 알려진 명소에 대한 솔직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보겠다.

1위. Lake Tahoe

레이크 타호는 겨울에 가야 제맛이다. 울창한 나무 주변 소복히 쌓인 눈 그리고 끝없는 설원 어딘가 설핏 보이는 눈부신 호수의 경치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호수를 구경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스키/보드를 타러 간다. 레이크 타호는 미국 내 경치가 멋있기로 손에 꼽히는 스키장이 있기로 유명하다. 그중, Heavenly스키장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유명한 만큼 그 값을 하기에, 나는 이의 절반 값에 달하지만 비슷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Diamond Peak 스키장에 갔다. 한국 스키장과는 달리 타호는 자연 그대로를 살린다. 인공 눈이 아닌 백 퍼센트 자연 눈 위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 정해진 코스가 있긴 하지만, 진짜 묘미는 산속에서 내가 마음대로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스키 초보인 난 멀찌감치 고수들의 행보를 지켜보았는데,  침엽수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며 언덕과 바위를 점프하는 등 스키를 단순히 타는 걸 넘어 굉장히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Diamond 스키장 최고의 명소는 정상이다. 리프트를 타고 15분은 넘짓 올라가면 8000 feet 위에 서있다. 그 정상에서 보이는 설원과 마주한 호수 그리고 이를 내리쬐는 태양의 햇살은 심장이 멎을 만큼 경이롭다. 이러한 경치를 만끽하며 바람을 가로질러 내려올수있는 행운은 이곳이 유일무이 하지 않을까 한다.

2위. Las Vegas

라스베가스 하면 ‘밤거리’와 ‘호텔’이 떠오른다. 라스베가스는 크게 스트립과 다운타운으로 나뉘어져있다. 우선 스트립에 가서 최고급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카지노와 바 그리고 클럽 파티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호텔 중 무료 퍼포먼스를 하는 곳이 있는데 미라지 호텔의 불 쇼와 벨라지오 호텔의 물 쇼가 가장 인상 깊다. 소문과는 달리 라스베가스 호텔 뷔페는 별로다. 해산물이 신선하지 않으며 ‘낮은’ 퀼리티의 음식이 ‘많이’ 있다. 다운타운에는 심히 노골적인 의상을 입은 여성분들이 스트립쇼 바 호객 행위를 한다. 다행히도 주변의 경찰관 분들이 라스베가스의 안전한 밤을 보장해준다. 여느 호텔 앱을 이용하면 유명 호텔을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다. 모던하고 깔끔한 느낌을 원한다면 아리아, 유럽 풍의 엔틱함을 원한다면 베네치아,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시저스 팰리스 호텔을 추천한다. 나처럼 자연 경관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라스베가스는 다소 과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무지개색을 지닌 라스베가스에서의 시간은 단색을 추구해왔던 우물 안 개구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한층 키워 준 경험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사막의 한가운데 화려한 사람들과 화려한 장소로 꾸며진 이곳이 어쩌면 개구리의 우물 안보다도 쓸쓸하고 외로운 곳이 아닐까 싶었다.

3위. The Grand Canyon

라스베가스에서 투어버스를 이용해 그랜드 캐년으로 향했다. 버스 시간만 왕복 10시간이 소요되지만 꼭 한번 가보는 걸 추천한다. 적막하고 또 적막하다. 하지만 그 적막함 속에서 내 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갈라진 땅, 낭떠러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나무, 고요한 평지 위 서럽게 우는 새들을 보며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좁은 길을 걸으면 계속해서 비슷한 경치를 마주하게 되는데 모든 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루하기 십상이다. 자연의 장엄함과 경건함을 직접 내 피부로 맞닿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 좋다. 그랜드 캐년은 ‘무’의 공간이다. 하지만 비워진 공간을 나의 사색으로 채울 수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

사진 출처: 문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