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알바생…4년 만에 대리점 16개 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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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판매 가온텔레콤 이경상 대표
휴대전화 판매 시작하던 시절
밤새 요금제 공부해 맞춤 마케팅
본사가 무이자 대출, 창업 권해

Capture보일러 공장, 목공소, 가구 공장, 대형마트, 카드사, 운동용품 판매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은 3년 동안 이런 일터들을 거쳤다.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옮겨 다니며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 이 청년은 10여 년 후 연 매출 150억원을 자랑하는 어엿한 사업체의 대표가 됐다. 이경상(35) 가온텔레콤 대표의 이야기다.

가온텔레콤은 경기도 시흥에서 LG유플러스 대리점을 운영하는 휴대전화 유통업체다. 2008년 직원 4명과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대리점 16개, 직원 100여 명을 거느린 중소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 같은 사람도 인터뷰를 하냐”며 수줍어하던 이 대표는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휴대전화 유통업에 뛰어든 계기는 

응답 :“보일러 기술자를 시작으로 7~8개의 직업을 경험했다. 부모님은 노점상을 운영하셨다.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돈을 많이 주는 일을 골라서 했다. 한 곳에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학교를 다니던 2004년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그때 ‘일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당시 이 대표가 했던 일은 은행에 설치된 간이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파는 것이었다. 2인용 식탁만한 가판에 휴대전화 몇 대를 진열해놓고 은행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사용을 권하는 방식이었다.

그 일이 왜 재밌었을까. 

응답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요금제를 쓰고 있는지, 다른 요금제로 바꾸면 얼마를 더 절약할 수 있을지 잘 모르고 있다. 특히 어르신과 주부들은 이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내가 한 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효율적인 요금제, 가장 쓰기 편한 휴대전화를 권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객들의 반응이 즉각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욕심이 났고 휴대전화 요금제에 대해서는 최고의 분석가가 되고 싶었다. 밤새 고민한 방법을 다음날 써보고 설명 방법도 수차례 바꿔가며 나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그게 너무 재밌었다.”

1년 동안 일했던 은행 간이 매장 20여 곳은 휴대전화 판매 실적이 10배로 뛰었다. 이례적인 실적 개선에 LG유플러스 본사에서도 이 대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그는 1년 만에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고 이듬해인 2006년 경기도 시흥에서 LG유플러스의 직영 대리점장을 맡게 됐다.

이 대표는 “파격적인 승진이 믿기지 않았다. 살면서 뭔가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만에 자신이 맡은 대리점의 판매 실적을 전국 3위로 끌어올렸고 LG유플러스로부터 ‘직접 대리점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그는 모아둔 돈 3000만원에 대출금을 보태 가온텔레콤을 설립했고 직접 LG유플러스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한 지 4년 만에 사장님이 됐다. 

응답 :“운이 좋았다. 판매 실적 하나를 믿고 LG유플러스에서 무이자로 대출을 해줬다. 장사를 잘해보자는 생각에 작명소까지 가서 ‘가온텔레콤’이라는 이름을 받아왔다. 하지만 처음 몇 달은 쉽지 않았다. 직원 4명과 함께 있으면서 하루종일 휴대전화 한 대를 팔곤 했다. 회사의 도움을 받아 홍보를 하던 직영 대리점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외로웠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믿고 의지하게 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소사장제 도입 대리점에 전권 맡겨
8년 만에 직원 100명, 매출 150억

그는 상담·판매 등 각 업무별로 담당자를 지정하고 중요한 결정도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했다. 급여도 성과 별로 차등 지급했다. 2012년 매장을 4개로 늘리게 된 이후에는 각 대리점에 ‘소사장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자신이 맡은 대리점의 매출을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게 한 것이다. 각 대리점의 ‘소사장’들이 자기 사업처럼 매장을 운영하자 이 대표가 관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실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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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믿어도 전권을 맡기기는 쉽지 않다. 

응답 :“일정 규모로 사업이 커지고 나면 사장 혼자 아무리 뛰어도 한계가 있다. 결국 사업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고객만큼이나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직원이 100여명의 규모로 늘었을 때는 불필요한 교육과 회의를 제일 먼저 정리했다. 근무 효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이 모이는 회식도 1년에 두 차례 정도로 줄였다. 상권이 얼마나 좋은지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느냐가 결국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현재 그는 경기도 시흥에만 16개의 LG유플러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텔레콤을 통해 LG유플러스에 가입한 고객만 4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매출은 150억 원. 16개 대리점 중 절반 이상은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난 때문에 각종 직업을 섭렵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지금이지만 통장에 쌓인 잔고는 그리 많지 않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그는 “수익의 대부분은 재투자를 하고 있다. 매장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지점의 홍보 비용으로 사용한다. 꾸준하게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수익과 재투자의 선순환 구도를 깨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보며 꿈을 키우는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 모두에게 대리점을 맡겨서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 그들도 언젠가는 나처럼 자기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출발은 알바생…4년 만에 대리점 16개 사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