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에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하는 여정

0
2947

2020년 시작과 끝은 단 한 가지 이슈가 지배했다. 바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고 변이된 형태로 모습을 바꾸는 COVID-19이다. 필자는 불가피하게 미국 JFK 국제공항서울인천 국제공항을 이런 위험한 시기에 방문해야 했는데 그 과정과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방역체계를 몸소 체험해보는 계기가 되어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는 미국 뉴욕의 Stony Brook University의 언택트 졸업식을 12월 18일 줌 미팅으로 참석하고 12월 21일 월요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월요일 아침에도 불구하고 공항 터미널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한산한 것은 도로뿐만이 아니었다. 뉴욕의 그 공항은 세계 최대 국제공항 중 한 곳이며 수하물 부치는 줄과 보안 검색대 대기 줄에서 최소 한 시간 반 대기는 기본인 곳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공항도 팬데믹의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차에서 짐을 내린 후 아시아나 카운터에서 항공표를 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혹시나 서두른 필자 본인에게 무안한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를 앞두고 장거리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미국연방정부의 요청에도 미국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국제 공항 대신 국내선 공항으로 몰려가 국제공항은 텅텅 비었다는 후문.

원래라면 그다음은 보안 검색대로 가기 위한 꾸불꾸불한 줄에서 장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바로 여권 확인하고 검색대 바구니에 짐을 놓을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장시간 대기로 인해 비행기 타기도 전에 피로가 몰려와야 하는데 단 10분도 안 돼서 끝내버리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보안 검색을 통과한 후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면세점과 상점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문을 닫은 면세점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게이트 앞 대기 공간도 사람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앉아있었다. 

아시아나 비행기를 기다리는 탑승객 중 가족 단위 탑승객은 한 식구뿐이었고 대부분 한국으로 가는 유학생들뿐이었다. 대기하던 도중 게이트 카운터 안내방송으로 필자의 이름을 호명했고 승객이 적어 드디어 비즈니스 석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주나 싶은 잠시 달콤한 생각을 가지고 카운터로 갔더니 아시아나 골드 회원에게 주는 개인 방역용품이었다. 그 속에는 위생 장갑 한 켤레, 마스크 한 장, 물티슈 한 장, 그리고 손세정제 한 개가 들어있었다. 

손님이 별로 없었던 터라 탑승도 비교적 빨리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필자의 자리는 출입구 바로 앞자리. 기내에서 반긴 건 바로 전신을 일회용 방역천으로 덮은 승무원들이었다. 멋진 유니폼은 온데간데없는 씁쓸함을 뒤로한 채 승무원들도 승객들과 대면 업무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승객들이 적어 승무원들의 업무가 그다지 없었지만 이륙 후 궤도를 찾은 후 바로 기내식 배급과 기내 면세품 판매가 이루어졌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모든 것이 이렇게 빨리 진행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늘 받던 면세품 신고서 외에 두 가지 서류가 추가되었다. 비슷한 내용의 특별 방역신고서 두 장이었다. 본인의 현재 상태와 증상을 체크하고 기입하는 서류였는데 필자는 당시 평범한 헛기침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닥칠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기침’란에 체크를 하였다.

 

사실 그런 서류에 정말 심각한 증상이 아닌 이상 체크를 하면 혹시나 피곤해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또 가장 방역체계가 꼼꼼한 인천공항으로 가게 된 이상 최대한 정직하게 기재를 했다.

 

기존 예정 도착시간인 17시 30분보다 한 시간 가량 일찍 서울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된 필자(사실 310명 정원인 비행기에 30명도 안 되는 인원이 타서 적은 무게 덕분에 도착이 빨라진 건지도 모른다)는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14시간 만에 처음으로 공항에서 줄을 서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항상 입국심사가 먼저였던 대다수의 사람들과 필자는 처음으로 검역 심사를 하게 되었다. 통과를 하면 강화된 방역 조치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입국심사와 수하물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가면 되지만 필자는 그 간단한 헛기침 하나에 검역 신고 부스 바로 옆에 있는 역학 조사실로 가게 되었다.

 

역학 조사실에서는 특별 조사서에 있는 내용을 더 자세하게 물어보았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당일에 검사를 받고 가라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게 되었다. 당시 시간은 17시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6시간에서 8시간 걸린다는 조사관의 말에 1년만에 들어오는 한국인데 바로 집에 못 가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더군다나 미국 뉴욕은 세계 최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전력이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관리한다는 조사관의 말에 다른 인원들과 함께 국립 인천공항 검역소라는 곳을 가게 된다.

 

짐은 직원들이 가져다준다는 말과 함께 필자와 나머지 인원들, 그리고 제복을 입은 검역 관리소 직원은 다른 입국자들과 반대로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다년간의 유학 생활을 통해 인천공항 출국장과 입국장에 자주 와보았지만, 인천 공항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사라지고 하얀 코호트 방호복을 입은 특전사에서 파견 나온 군인들뿐. 자가 격리자 안전 보호 어플을 통해 자가진단을 하고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를 버리고 지급해준, 뉴스에서만 보던 두꺼운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관리소까지 버스로 이동하기 전까지 잠시 대기하라는 직원들의 말에 사람들도 짐도 없는 수하물 찾는 곳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곳으로 나오니 왠지 모르게 더 어색한 느낌. 마침내 입국장으로 나가도 썰렁한 것은 여전했다. 관리소까지 가는 버스는 일반 공항버스 타는 곳이었다. 당연히 일반 버스들과 분리는 되었지만 익숙한 곳에서 또 어색한 느낌이 나는 순간이었다.

버스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양새는 필자의 군 복무 시절 육군훈련소 수료 후 육군 공병학교로 이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에게 5년이 넘는 기억을 소환해 준 검역 관리소는 최고 수준의 방역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행히 필자는 검사 후 다음 날 아침에 퇴소를 했지만 불가피하게 이곳에서 오래 머무는 대기자들이나 일하는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필자를 포함한 인원들은 방 배정받고 검사 대기를 하는 동안 저녁 도시락을 받았다. 복도보다 아늑한 내부는 물병 두 개, 손 세정제를 포함해 최소한의 격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었다. 

코로나 검사는 염라대왕과 하이파이브 하고 온다는 필자 지인의 말을 익히 들은 터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코는 물론이고 입에도 쑤시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한바탕 눈물을 쏟은 채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1시가 넘어서 내부 전화가 울렸다. 최종 음성판정이라고 알려주는 목소리는 지금 퇴실할지 아침에 퇴실할지 물어보았다. 아침에 나가겠다고 하고 다시 잠들었다.

 

수요일 아침 6시 반. 방을 정리하고 다시 버스로 이동해 공항 입국장으로 갔다. 최종 방역 조치를 마무리하고 각자 집으로 이동했다. 필자는 방역 택시를 타고 이동했으며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필자의 집까지는 새벽이라 길이 밀리지 않아 한 시간 반이 되지 않아 도착했다.

그날 성남시 담당 공무원과 성남 수정구 보건소 직원들이 연락이 와 2주 격리 기간 동안 필자를 담당하게 될 공무원이라고 설명한 뒤 매일 두 번 자가진단 어플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그날 성남시에서 자가격리 위생 키트를 보내주었으며 26일에는 2주 동안 필요한 생필품을 보내주었다. 자가격리자 한 명을 위해 빛이 나는 K 방역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미국에 있어서 몰랐지만 1년 내내 한국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던 재난 문자의 연속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성남시는 물론이고 인접 지역인 경기도 광주시와 하남시 그리고 서울시 송파구와 강동구에서 확진자 현황과 검사 권고 문자가 계속 왔다. 

2주 동안의 자가격리 기간이 반환점을 돌 때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가 터져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의 최초입국 시기와 맞물리는 필자도 긴장하게 되었다. 

2020년을 조용히 마무리할 수는 없었던지 3일도 안 남은 시점인 12월 29일 화요일에 12월 17일부터 29일 입국자는 격리해제 하루 전 해당 선별진료소 방문해서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게 되었다. 격리해제도 마지막 검사도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다이나믹한 2020년은 내일이 끝이다.

신년 소원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마스크 없는 세상에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