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선배의 ‘신입생들에게 한마디’… “대학 생활은 고뇌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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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휴식을 병행하고
도움 필요할 땐 요청해야

하버드 졸업식에서 학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마리 김 아이보리우드에듀케이션 대표. [마리 김씨 제공]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감도 있지만 낯선 캠퍼스 생활을 잘 지낼 수 있을지 염려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졸업생들의 경험담일 수 있다. 하버드 졸업생이자 현재 아이보리우드에듀케이션 대표인 마리 김씨는 “대학은 안전함과 편안함, 내 뒤를 지켜주는 든든한 또 다른 집(Home)”이라며 “그럼에도 힘든 시간은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을 위해 김씨가 자신이 보낸 대학 4년의 생활을 들려줬다.

◇공부와 휴식 병행하라

하버드 캠퍼스가 아무리 좋고 파라다이스처럼 보여도 내겐 힘든 시간이 있었고 그건 지금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도 적용되는 한결같은 규칙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에서 해방돼 하버드에 도착한 날, 부모님의 손을 꼭 잡으며 다른 학생들처럼 열심히 또 성실하게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한동안 공부만 하는 기계처럼 살았다. 주 7일,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씻고 나면 방에서 뛰어나가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과 커피를 챙겨 돌아왔다. 잠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하는 일은 첫 강의시간의 숙제를 챙기는 것이다.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전화기는 꺼놓고 인터넷도 외면한 채 8~9시간을 방에 앉아 공부만 했다. 수업에 들어가야 할 때만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 않으면 화장실에 가거나 10분 정도를 할애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나머지 시간은 내 앞에 쌓인 숙제를 하는 일로 보냈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혼자서 말하며 시간을 보냈다. 비상 알람이 울려 다른 기숙생들과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할 때도 나는 숙제를 챙겨 나왔을 정도다. 하버드는 학생들에게 이런 캠퍼스의 삶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렇게 사는 것만이 경쟁이 치열한 이곳에서 확실히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매일 이처럼 9시간이 넘게 공부에만 파묻혀 지내다 보니 지쳐갔다. 어느 날 나는 컴퓨터를 끄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책상에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봤다.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 비니, 스카프, 재킷을 입고 나가 매사추세츠 애비뉴를 뛰었다. 신선한 공기는 지친 머리를 맑게 했다. 그날 이후부터는 조깅을 하고 씻고 나면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TV를 보거나 쇼핑, 또는 캠퍼스에서 열리는 행사나 활동에 참여하는 법으로 나 자신에게 휴식을 줬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리서치나 리뷰, 시험준비에 시간을 할애했다. 대학 4년 동안의 내 삶이다.

◇누구나 힘든 시간이 있다 

사실 학업 과정이나 그와 관련된 일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 노력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나 친구간의 배신, 죄책감, 회의감 등은 감당하기 어렵다.

나는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2번이나 날 배신했다. 내가 낸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2번이나 훔쳐간 것이다. 외모도 예뻤고 수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였다. 그 친구처럼 마음에 잘 맞는 친구는 찾지 못했다. 우리는 완두콩처럼 늘 함께 다녔지만 신뢰가 깨지면서 우정도 금이 갔다. 친구를 잃으면서 나의 행복지수도 떨어졌다.

게다가 뉴잉글랜드의 매서운 추위를 마치 눈 덮인 곳을 귀여운 겨울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날씨쯤으로 여기며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나는 매일 잠자기 전에 아침에는 LA의 따뜻한 햇살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을 만큼 LA의 날씨를 그리워 했다. 낯선 날씨는 이유도 없이 시시때때로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또 하버드에 오기 전까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고 당당했다. 어려움도 몰랐다. 하지만 처음으로 나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 속하는지, 내가 정말 관심이 있고 하고 싶은 게 뭔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삶의 다음 단계, 또는 다음 장으로 나아갈 때 나는 뒤로 물러났다. 혼자 방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머릿속의 생각이 감당이 되지 않을 때는 한밤중에 혼자서 다리가 아플 때까지 긴 산책을 했다.

◇자신을 믿어라

이처럼 혼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하버드는 외면하지 않았다. 학생이 필요한 걸 채워주려 했다. 돈? 좋은 기숙사 방? 대화가 필요해? 교수와 학장이 나서서 학생을 만났다. 공부에 필요한 조언은 물론, 집에서 만든 음식을 나눠주면서 개인적인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이메일을 보내면 답장을 즉시 보내줬고, 가끔 기숙사 방문을 두드리곤 안부를 물었다. 룸메이트 역시 나처럼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생일에 직접 만든 선물을 주는 등 격려하고 기운을 북돋아줬다. 캠퍼스에서 사귄 남자친구와 함께 걷고 미래를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하버드를 졸업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존 F 케네디가 머문 하버드 기숙사 방에 들어간 ‘LA 출신의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했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사랑과 확신을 가진 자신감과 자애로움과 나 자신을 찾았다.

장연화 기자

출처:LA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