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유학생 문에 코로나 전단···얼굴 맞고 총으로 위협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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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단, 방문에 왕창 붙여 항의하자
백인 학생, 갑자기 얼굴 가격하고 총 위협
가해자 방엔 인종차별 상징 남부연합기

미국 텍사스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 한인 유학생을 인종적으로 차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결국 폭력사건으로 번져 한인 유학생이 백인 남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장총으로 위협받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29일 현지 언론과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의 한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A씨는 자신의 방문 앞에 여러 장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전단이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당초 기숙사 차원에서 코로나 19를 조심하라는 내용의 전단을 방마다 1장씩 붙였다. 그런데 이 전단이 여러 장 몰려서 A씨의 방문에 붙어 있던 것이다. (사진 참조)

아시아계인 자신과 코로나 19를 연결지어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A씨는 전단이 붙은 방문을 촬영하고 기숙사 사무실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 A씨에게 같은 기숙사에 사는 백인 남학생이 다른 문에 붙은 전단을 떼어내 A씨의 방문에 몰아서 붙였다는 제보가 들어갔다.

A씨는 해당 학생을 찾아가서 “왜 코로나바이러스 전단을 내 방문에 (여러 장) 붙였느냐”고 물었다. 이어 “인종 차별하지 말라”고 따졌다가 도리어 얼굴을 갑자기 가격당했다. 가해자의 인종차별적인 행동과 폭행이 억울했던 A씨는 가해자의 방문을 발로 두 번 찼다.

그러자 백인 남학생은 “꺼지라”는 말과 함께 방에서 총을 들고 왔다. A씨는 29일 중앙일보에 “총으로 인한 위협이 너무 무서웠다”고 전했다. 백인 남학생의 방에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 연합기’가 놓여 있었다.

이 백인 남학생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때마다 남부 연합기가 배경에 나온다. 남부 연합기는 20세기 들어 인종차별의 동의어로 여겨진다. 큐 클럭스 클랜(KKK) 등이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남부 연합기의 의미는 극우·차별의 대명사가 됐다.

A씨는 가해자가 총을 들고나온 것에 공포를 느꼈다. 도움이 필요했던 A씨는 기숙사 조교(RA)에게 연락을 하고 1층 로비로 내려갔다. 그 사이 백인 남학생이 경찰을 불렀다.

A씨는 기숙사 앞에 도착한 경찰차를 보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차로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기숙사 조교(RA)가 도착해 A씨의 응급처치를 해주던 중 경찰이 와서 A씨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해갔다. A씨는 27일 저녁 6시 23분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밤 9시 58분 보석금 1500달러를 내고 일단 풀려났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종차별의 피해자임에도 경찰에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싸움을 일으킨 주모자로 몰려 수갑을 차고 연행되는 억울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한편 A씨가 연행된 뒤, 백인 남학생도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지역신문 기사에는 A씨의 사진만 올라와 있다. 현지 언론은 “지난 27일 주립대학 기숙사에서 싸움이 일어났다”면서 “경찰관들은 총기류가 이 사건에 관련될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 현지에서 20년간 식당을 운영 중인 K씨는 “한국에 계신 A씨의 부모님들도 코로나로 인해 미국에 올 수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사건 이후 학교 측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인 유학생을 폭행한 백인 남학생의 방 안에는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남부연합기'가 놓여 있었다. [유튜브 캡처]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