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판데믹에 지역사회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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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3주 전 미국 유학생들이 바라보는 COVID-19 후속 기사이다.

 

All Shutdown이라는 말보다 지금 상황을 말해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3주 전만 해도 미국은 그나마 COVID-19(우한 폐렴/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곳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월은 미국에도, 이탈리아에도, 세계적으로도 참 잔인한 한 달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일한 초기 대응을 했던 미국은 3월 26일 확진자 수가 세계 최고인 8만 명을 넘어섰으며 4월 5일 현재 30만여 명이다. 확진자 수가 매일 두 배, 세배 늘기 시작하던 3주 전에는 확진자가 뉴욕주에 105명, 뉴욕시에 12명 뿐이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4월 말의 수치는 뉴욕주 12만 2여 명, 뉴욕시 7만 여명, 롱아일랜드 2만 9천여 명이다.

 

3주 전 한국에 있는 부모님, 친구들 걱정을 하던 유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짧은 기간에 급변하는 상황 속에 많은 연방 정부 및 주 정부 단위의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져 SUNY Stony Brook 대학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학교 밖의 집을 구하거나 상대적으로 안전해진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봄방학을 시작으로 학생들과 교수들은 작별 인사를 했고 갑자기 결정된 전면 온라인 수업에 학교도 대비를 위한 봄방학 일주일 연장을 택했고 며칠 뒤 정말 갈 곳이 없는 유학생들을 제외하고 모든 기숙생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북적거리던 학교도, 주말이면 학생들이 자주 찾는 주변 식당, 영화관, 쇼핑몰도 사람이 없다. 아니, 사람이 없다 못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물론 뉴욕주 정부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영화관을 당분간 폐쇄하고 식당은 앉아서 먹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포장 및 배달만 시행하는 방침을 내린 것도 있지만,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지역경제 상황이다. 그마저도 포장 및 배달을 할 수 있는 Burger King이나 McDonald’s는 최소한의 직원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Stony Brook과 Lake Grove 지역의 대다수 식당은 문을 닫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치명적인 전염병인 한국 곳곳에 퍼지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오고 미국 구석구석에 침투해 사망자 7,600여 명이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제적 정책이 지역사회를 강타해서 문을 연 곳은 주유소와 Duane Reade 같은 생필품과 약국이 있는 상점과 마트뿐이다.

 

놀랍게도 Starbucks의 매장 내부 모습이다. 의자는 천으로 덮여 있으며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어디에나 있는 Starbucks마저 셧다운이다. 늘 북적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임대를 내준 듯한 휑한 모습이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오픈한다는 메시지. 과연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Starbucks가 이런데, 다른 곳은 어떨까? Stony Brook과 Lake Grove의 작은 상권 중의 하나인 Coventry Mall과 Stony Brook Plaza에는 중국, 그리스, 한국 음식점들이 있다. 아시안 마켓을 비롯해 피자 가게와 Subway, Burger King, McDonald’s도 있다.

OPEN이라는 네온사인이 나홀로 깜빡거리는 학교 근처의 유일한 한국 식당인 Ssambap Korean BBQ는 역시 포장 및 배달만 된다고 한다.

식당 이름에서부터 드러나지만, 이곳은 고기 쌈밥 전문점이다. 하지만 짜장면, 짬뽕, 해물 순두부찌개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배달 시켜 먹는 한국 음식은 색다른 맛이겠지만 유학 생활 중 여럿이서 식당에 앉아서 먹을 때 행복하다는 유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조치가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베트남식 음료와 스무디가 유명한 Bambu도 포장만 허용한다.

베트남 반미와 치킨, 새우롤도 유명한 이 식당은 Stony Brook 대학의 외부 기관 중 하나인 피부과 클리닉의 직원들이 스무디를 많이 사간다. 하지만 재택근무 및 자가 격리 중인 대부분의 단골 손님들은 가끔 차를 타고 온다며 4월 초 현재는 임시 휴업인 상태이다.

학교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만큼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들도 많다.

  

국수 전문점 Splendid Noodles 부터 마라샹궈와 탄탄면이 유명한 Tao’s Bakery, 중국인이 운영하는 무한 리필 스시 가게까지. 안내문은 포장 및 배달도 가능하다고 쓰여있는데 4월 초 현재 역시 임시 휴업 상태다.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 만나본 Tao’s Bakery의 주인은 이미 주위에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 부터 마스크를 착용 중이었고 혹시 몰라 대비를 했다고 한다. 중국의 피해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행정조치가 내려지기 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닌 사람들은 중국인들 뿐이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기반 시설도 영업에 제한이 있다.

COVID-19의 바이러스 입자가 금속에 장시간 생존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금속 세탁기를 쓰는 이 Laundromat는 차안에서 기다리면 빨래를 해서 가져다 준다는 일종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비대면 방식의 업무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곳이 있지만 대면하지 않고는 절대 영업을 못 하는 곳도 있다.

 

           

바로 손을 만져야 하는 네일샵이다. 휴업일을 안내하는 표시가 무색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Grace Nails는 임시 휴업이다. 이 기간이 끝나더라도 정상 영업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이 순간에도 확진자와 사망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식료품, 생필품, Walgreen 같은 약국이 함께 있는 Duane Reade는 어떨까.

 

         

 

환히 불이 켜진 상점은 거의 모든 곳이 닫은 데에 비해 그나마 정상이었다. 많은 사람이 몰릴 상황에 대비해 영업시간 조정은 물론 상점 내부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라는 안내도 붙어 있었다.

이 상점도 미국 전국의 마트나 상점과 마찬가지로 휴지부터 없어졌다.

전문가들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이 휴지 사재기 현상은 지역에 상관없이 일어났다고 한다. 

다음으로 많이 챙긴 건 타이레놀 같은 비상약.

자세히 보지 않으면 원래 뭐가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비어있는 상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휴지 제품처럼 리필이 되지 않은 상황이며 언제 다시 재고가 들어올지 직원들도 모른다고 한다. 오랫동안 밖에 못 나올 상황에 대비해 감자 칩 같은 과자 종류와 유제품 및 음료도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점 직원인 Jeff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긴 하지만  평소보다 조용하다.”라며 상황을 전했다. “거의 모든 품목을 세일하고 있다. 어서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Jeff의 바람과는 다르게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는 지칠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지역경제는 휘청거린다. 소비가 줄면 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이 지역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관광객이 끊기자 운하의 수상택시 및 곤돌라가 운행을 멈췄으며 더러웠던 물이 깨끗해지고 물고기를 포함하여 돌고래마저도 눈에 띄고 중국 공장이 멈추자 늘 한국을 괴롭혀왔던 미세먼지가 없어지고 맑은 봄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사무직이 지배하고 있던 세상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의료진,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마트 직원과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파트 타이머, 주유소 직원 등 이런 사람들이 박수를 받게 됐다. 기업 사무직들과 정부 관료들이 직접적으로 상황 종식과 지역 사회에서의 다른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덜 했던 이런 사람들을 다시 한번 보는 기회가 됐다. 

 

끊임없는 발전과 개발은 환경오염을 불러왔고 기후변화까지 야기시켰다. COVID-19이 가을에 다시 강해진다,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장 18개월까지 간다, 전문가들의 여러 예측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지역사회에서의 개인의 역할이다. 

 

다시 네일 관리를 받으려면, 다시 좋아하는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음식을 먹으려면, 다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다시 쇼핑몰에서 쇼핑하려면, 이미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이 성냥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수여야 한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고 지구는 경고한다. 조금만 불편해도 집에 있고 조금만 귀찮아도 개인위생 관리 잘하면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2020년의 봄을 늦게나마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