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체류 외국인 美 30일간 입국 금지…모든 나라 ‘여행 재고’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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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 관련 긴급 대국민 담화
13일부터 30일간 유럽에서 미국 입국 금지
韓·中 관찰중…상황 따라 여행제한 재평가
국무부, 모든 나라에 대해 ‘여행 재고’ 격상

오는 13일(현지시간) 자정부터 영국을 제외한 유럽 모든 국가에서 미국으로의 입국이 금지된다. 최근 14일 이내에 유럽 26개국에 체류한 모든 외국인이 입국 금지 대상이다. 미 국무부는 또 미국인들에게 세계 모든 나라 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로 여행권고 3단계 ‘여행 재고’를 발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후 9시(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새로운 (감염) 사례가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30일 동안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여행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침은 13일 자정에 발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금지 조치는 막대한 양의 무역 및 화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영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유럽에서 귀국하는 미국인과 미국인의 가족은 적절한 심사를 거치면 예외를 적용받는다.

3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이지만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미국은 지난달 초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고, 지난달 말 이란을 추가했다. 이번엔 이탈리아를 비롯해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유럽 전체로 여행제한국을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는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한국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 상황이 개선되는 것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여행) 제한 사항과 경보를 조기 해제할 가능성을 놓고 재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국내 신종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탑승 전 발열 검사 등을 하는) 한국식 모델이 미국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현재 한국에 대해 3단계 ‘여행 재고’를 발령한 가운데 대구에 대해서는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로 격상한 상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에 대해 탑승 전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 검사를 시행하고, 미국 입국 후 다시 한번 검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감염의심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발표했다. 보험회사들이 코로나19 치료비를 면제하는 데 합의했으며,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레드 테이프(행정 편의적 규제)를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 조치를 통해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자가 격리 또는 감염된 가족을 돌보느라 일할 수 없게 된 근로자를 위해 전례 없는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라고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도 제안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일시적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라고 중소기업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의회에 추가로 500억 달러(약 60조원) 지원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또 긴급 권한을 사용해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기업과 개인에 대해 이자나 세금 납부를 연기해 주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조치로 2억 달러(약 2400억원) 이상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날 의회에 요청한 급여세 감면도 재차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지나치게 미온적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3년간 어느 나라보다 좋은 경제를 만들어놨다. 은행과 금융기업은 튼튼하고,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다. 이 같은 경제적 번영은 우리에게 닥칠 어떤 위험도 다스릴 수 있는 재원과 유연성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회복력이 강하다”면서 “최고 경제와 가장 선진적인 의료 체계, 가장 재능있는 의사와 과학자, 연구자를 가진 우리는 준비돼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재선 캠페인을 벌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으로 대중 집회를 취소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말 예정됐던 콜로라도와 네바다주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3세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고령자에 속한다.

한편 미 국무부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끝난 직후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여행권고를 3단계 ‘여행 재고’로 격상했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퍼지고 있는 만큼 미국인들에게 모든 나라 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다. 여행 재고는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 바로 아래 단계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출처: 한국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