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한 권의 책을 끝내지 못하는 당신, 그러나 독서를 시작해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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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짧고 자극적인 글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요즘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고 쉽게 많은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이 아닌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책도 좀 읽어보고 싶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그러나 독서를 시작하기 원하는 당신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도서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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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우 – 말의 주인이 되는 시간

국어학자 한성우는 말의 주인이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교단에 선 사람이 아닌 말을 사용하는 언중이 그 말의 주인이라 말한다. 이 책은 하루에도 몇 번씩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쓰던 어휘들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책의 도입부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머리말에 속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견디고 읽다 보면 책을 읽으며 마치 예능을 볼 때처럼 와하하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별히 말은 편하게 하지만 글을 쓰려고 하면 조심스러워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김용택 –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시인이 말하는 삶의 모양들은 분명 독자에게 낯설지 않은 모양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타인이 쓴 짧은 시에 담긴 문장들이 나의 삶을 추억하게 하고 쓰다듬게 한다. 짧지만 길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시집이야말로 독서에 입문하기에 적합하다.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시집들도 있지만, 김용택 시인은 어려운 어휘들을 많이 쓰지 않아 처음 시에 입문하게 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전지현 –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후기는 서비스가 완료된 이후에 작성되기 때문이다. 정신과를 찾는 이들은 오랜 치료가 필요한 질병들로 찾게 되기에 정신과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신과에 대한 후기들은 주로 완치가 되기 전에 쓰이는 후기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지현 작가는 아주 솔직하게 우울증 환자의 정신과 치료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읽다가 우울해지기보단 우울증이라는 질병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게 되는 책이어서 가볍게 읽어보기에도 좋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과, 우울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윤이형 – 붕대 감기

윤이형 작가의 소설, “붕대 감기”는 페미니즘 소설로 유명하다. 하지만 소설 내에서는 남녀의 불평등을 다루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여성들의 삶을 자세히 소개한다. 가만히 읽다 보면 이 여성들의 삶이 내 옆에 살아있는 이들의 것과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하기보다 페미니즘의 이유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짜임새 있게 흘러가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관계가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끝을 내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이 책은 소셜 네트워크와 사람들의 농담으로만 페미니즘을 접해본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병률 –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이병률 시인의 여행 산문집이다. 길지 않은 산문들과 여행 감성이 담긴 사진들로 가득한 이 책은 주의 깊게 집중하며 읽지 않아도 괜찮아서 독서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어렵지 않은 책이지만 잔잔히 스미는 이병률 시인만의 감성이 있어 커피와 음악과 함께 즐기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여름 방학에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하면서 사람들은 흔히 독서를 다짐한다. 독서를 다짐만 하고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올여름에는 위에 소개된 책들과 함께 알차고 즐거운 여름이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