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사 모으니 불안해서…’사재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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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휴지·쌀·부탄가스 등 생필품
아시안 밀집지 마켓 물건 동나
일부 교회 주일예배 영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미국 내 사망자가 늘면서, 한인타운에서 사재기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스전기의 최영규 매니저가 부탄가스 재고를 살피고 있다. 김상진 기자

지난달 29일 부에나파크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 휴지와 병물을 쌓아둔 공간이 텅 비었다. 물을 사기 위해 이날 코스트코 부에나파크 매장을 방문한 데이비드 김(55)씨는 “지나가던 직원을 붙잡고 물어보니 ‘내일 오전에 물이 들어온다. 하지만 가능한 한 일찍 방문하라’고 하더라”며 “더 황당했던 건 매장 안에서 어바인에 사는 지인을 만났는데 어바인에도 병물을 사지 못해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이었다. 나도 그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김씨만의 경험이 아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견된 워싱턴 시애틀과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프린세스 크루즈호에서 데려온 미국인들이 머무는 북가주와 남가주 아시안 밀집 지역과 인근의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 마켓마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LA타임스도 2일 자에 미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휴지와 물은 물론, 클로락스 물티슈, 일회용 티슈와 장갑, 소독약 등이 동이 나고 있다고 전했다. 캔 음식과 땅콩버터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품 진열대가 비어 있는 모습도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이미 구입하기 어려운 물품이 된 지 오래다.

엣워터빌리지 코스트코 매니저인 타드 클레스크즈는 “워싱턴주에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발표된 후 평소보다 많은 고객이 몰려오고 있다”며 “물이나 휴지 품목은 물론, 쌀이나 파스타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품과 소독제 등은 재고가 동이 난 상태”라고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LA한인타운 내 마켓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타운 내 마켓에서 장을 봤다는 정수진(51)씨는 “다른 때보다 사람들도 많았지만 다들 쌀 1포대씩 구입해서 놀랐다”며 “원래 살 계획은 없었는데 혹시나 해서 나도 샀다”고 전했다.

일부 한인 교회들은 영상 예배를 시작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의 경우 1일부터 주일 예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는 교인들을 위한 조치다. 또 각 부서의 주일예배와 새벽예배, 예배와 관련된 필수 봉사를 제외한 모임과 사역들은 잠정 연기하거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모임으로 대체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된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핫라인도 설치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의 이종태 목사는 “선제적 대응을 통한 예방 차원에서 앞으로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정승대 행정목사는 “나 역시 최근 터키 선교 여행을 다녀와 자가격리 중이다. 교회에서 교인들의 안전과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 전문가들은 “가주와 워싱턴주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해도 아직은 크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강조하고 자제를 부탁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이미 아픈 사람에게 마스크는 도움이 되겠지만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가 필요 없다. 마스크 사재기 행위로 의료진들이 사용할 마스크까지 부족해지면 오히려 시민들이 더 위험해진다”며 마스크 사재기 행위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LA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