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사람은 환자? 美경유 일본 항공기, 놀라운 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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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없으면 불안” 아시아에 비해 적어
미국선 “마스크=환자” 인식도 반영된 듯
마스크 낀 아시안, 미국서 인종차별 ‘봉변’
美 보건복지부 “대규모 발병시 마스크 부족 예상”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이 늘고 있지만, 유독 미국에선 마스크 착용자가 드물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선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에 진출한 일본인 컨설턴트인 나가노 게이타(長野慶太) 칼럼니스트는 최근 포브스 저팬에 마스크를 좀처럼 쓰지 않는 미국인들을 분석한 글을 게재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식은 미국에서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마스크를 낀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병원 수술실 혹은 먼지가 날리는 공사현장 정도다. 나가노 칼럼니스트는 “미국에선 인플루엔자 등이 유행하는 시기나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나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은 아시아의 습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짚었다.

마스크 자체에 대한 감염 방지 효과를 아시아보다 과신하지 않는 것도 마스크 착용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달 초 브리핑에서 “일반 대중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예방을 위해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보다는 손을 자주 씻는 것,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존스홉킨스대 에릴 토너 박사도 “(마스크 착용이) 해롭지는 않지만, 감염 예방에 매우 효과적일 것 같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스크가 널리 사용됐었던 2002~2003년 중중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이후 실시된 2014년 연구에서도 마스크의 효과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보도했다.

오히려 미국에서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저 사람은 환자일지도 모른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게 이 글의 요지다. 이런 인식의 차이 때문에 “사실은 (미국서도) 마스크를 끼고 싶지만, 환자라고 여겨지는 게 싫어서 마스크를 안 낀다”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의 탑승객의 모습.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대전 Trimax 홈페이지]

북미와 아시아의 마스크 착용률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걸까. 그는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한 뒤 라스베이거스까지 가는 유나이티드 비행기를 이용하며 일본 공항·기내와 미국 공항·기내를 비교한 사진을 올렸다.

탑승한 것은 이달 2일 도쿄(하네다)발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 항공 876편과 샌프란시스코발(發) 라스베이거스행 유나이티드 항공 358편이었다. 일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할 때 경유지는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가 일반적이다.

그는 “일본 하네다 공항에선 전 직원이 마스크를 하고 이용객의 60~70%는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면서 “일본발 비행기에선 기내 승무원이 인종과 관계없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출발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모습.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대전 Trimax 홈페이지]

그런데 미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 착용률은 약 20%까지 떨어졌다. 그는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를 타니 150명이 탄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자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면서 “기내 승무원은 심지어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미국 국내선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이 드레스코드에 어긋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 공항 내의 모습. 같은 시기에 일본 공항 내의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라스베이거스 대전 Trimax 홈페이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후에도 공항 내 마스크 착용률은 매우 낮았고 탑승 게이트 등에서 일하는 항공사 직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물론 26일까지 북미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60명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8만명이 넘은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나가노 게이타는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거리 차이에 의한 위기감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마스크를 쓰면 효과가 있는지 진위는 차치하고라도 일본인으로서는 미국서도 마스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마스크=환자’가 아니라 ‘마스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지’라는 사실을 알아봐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언급이 나온 배경에는 이달 초 미국서 일어난 ‘마스크 착용 여성 폭행 사건’이 있다. 지난 5일 뉴욕 맨해튼의 한 지하철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아시아계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욕을 먹고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과 타인을 배려해 착용한 마스크로 인해 오히려 폭력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마스크 착용에 연연하지 않는 미국이지만 대규모로 신종 코로나가 발병할 경우 마스크 부족 현상이 예상됐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미국에서 앞으로 더 많은 신종 코로나 발병 사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미국이 의료용 마스크 3000만개를 비축하고 있지만, 보건부 추산으로 대규모 발병시 의료 종사자용으로 3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출처: 한국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