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4분의 1 자택대기령, 뉴욕주 “약국·식품점 외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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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3만명 육박에 잇단 강제조치
나홀로 운동은 허용, 1.8m 간격 유지
월스트리트 증권사 객장도 폐쇄
캘리포니아선 “친구 방문 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대륙을 덮치면서 미국 곳곳에서 ‘자택 대기령’이 발동되고 있다. 22일 오전 3시 현재(현지시간)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2만6906명으로 집계돼 하루 만에 3만명에 육박했다.(월드오메터스 집계). 중국(8만1054명), 이탈리아(5만3578명)에 이어 스페인(2만 857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 놀란 미국 주정부는 잇따라 집에 머물라는 강제적 조치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펜실베이니아주, 오리건주에 이어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리노이주, 코네티컷주가 주민들에게 바깥에 나가지 말라는 ‘자택 대기(stay-at-home)’ 명령을 내렸다.

이날까지 ‘자택 대기’ 행정명령이 적용되는 미국인은 8500만 명이 넘는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미국인 4명 중 1명이 집에 갇힌 셈이다. 미국 3대 도시인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가 모두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미국에서 내려진 조치 중 가장 전면적”이라고 전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선 오프라인 객장이 폐쇄됐으며,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는 모두 문을 닫아 ‘유령 도시’가 됐다.

미국 확진자의 절반가량인 1만2315명이 감염된 뉴욕주는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20일과 21일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22일 오후 8시(한국시간 23일 오전 9시)부터 모든 비필수 사업장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식료품점, 약국, 은행 등 필수 사업장만 예외적으로 열 수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위반 사업장엔 영업장 폐쇄와 벌금 등으로 제재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측은 앞서 18일 오프라인 객장 내 거래를 중단했으며 23일부터 전자거래로만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뉴욕주는 주민들에 대해선 식료품 구입과 병원 방문 등 불가피한 외출 외엔 집에 머무르도록 했다. 단 혼자 뛰거나 걷는 등 ‘나 홀로’ 운동·산책을 위한 외출은 허용하되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6피트(1.8m) 이상 벌리도록 했다. 뉴욕주 당국은 종교 모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주 내 대부분 교회·성당·유대교 회당 등 종교 시설들이 지난 13일 또는 14일 이후부터 오프라인 예배와 미사 등을 취소한 상태여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 옆인 뉴저지주의 필 머피 주지사도 주 전역에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업체에 문을 닫도록 하는 명령을 내렸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주 전역에 ‘자택 대기’ 명령을 내렸다.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시행한다. 네드 러몬트 코네티컷 주지사 역시 비필수 업무 종사자들은 당분간 집에 머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뉴올리언스주도 같은 조처를 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는 20일부터 전 주민을 대상으로 ‘자택 대기’ 명령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르면 ‘친구를 초대하거나 친구 집을 방문하지 말라’는 지침도 ‘강제적 조치’에 포함돼 있다.

이들 주에서는 보건의료인과 식료품점 직원, 청소인력 등을 필수 사업장 종사자로 분류하고 출근을 허용했다. 그 밖의 산업 종사자는 재택근무를 명령했지만, 업무 성격에 따라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거나 관련 시스템을 미리 갖추지 않은 곳은 일손을 놓거나 강제 휴직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네바다주가 단행한 카지노 영업장 중단의 경우 관련 종사자 20만 명의 생계가 끊겼다고 미국게임협회(AGA)가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