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위한 ‘매너 손’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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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흔히 알려진 ‘매너 손’ 이라는 배려 문화는 친분이 없거나 낯선 이성들과의 스킨십을 불편해 하는 한국 사회에서 생겨난 암묵적인 에티켓이다. 사진을 찍거나 포옹으로 인사하는 경우에 배려를 위한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인데 직접적으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 대신에 약간의 간격을 두고 마치 어깨에 손을 올린 것처럼, 혹은 뒤로 살짝 물러나서 포옹을 한다.

특히 매너 손은 한국의 연예인들이 공인으로서 자주 하는 행동인데, 사실 이러한 문화는 미국 사회에서는 자칫하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에서 나온 행동이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큰, 특히 포옹이나 악수 등 다양한 스킨십이 반가운 인사로 통하는 미국에서는 이런 소극적인 행동은 상대방이 잘못된 의미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보여지는 것과 같이 미국에서는 반가울 때에 항상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반가움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이성과 동성 구별 없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바디랭귀지다. 한국처럼 여자, 남자의 엄격한 구분 대신에 너도 나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미국에서 한국 문화를 생각하고 악수할 때에 상대의 손을 살짝 잡거나 어깨동무를 할 시에 손을 닿지 않게 한다거나 소극적인 포옹을 한다면 그만큼 상대방에게 마음이 닫혀 있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따라서 배려라는 단어 아래에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꺼려한다는 의미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런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상대방에게 자신감이 없고 활발하지 못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을수록 더욱 더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일수록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조용하고 소심한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 ‘매너 손’ 에티켓은 자신이 그렇지 않더라도 그 행동이 꼭 나의 성향을 대변하는 것 같거나 혹은 이성에게 인기가 없어 대하기 어려워하는 겁쟁이 이미지를 상기시킬 수 있으므로 여러 방면에서 매너 손 배려는 미국에서 딱히 좋은 영향을 주는 행동으로 보여지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오해들을 피하기 위해서 미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할까?

 

사실 매우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은 것인데, 바로 성별에 선을 긋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을 여자, 남자로 구분지어 거리를 두지 말고 그냥 나와 똑같은 인간,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행동하는 것이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잘 맞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귈 때에 더욱 긍정적인 모습을 심어 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나 정서적인 부분의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한국의 문화에서 배운 습관이나 행동들을 그대로 행한다면 당연히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이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자신이 의도한 뜻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어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미국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분위기에 자신을 적응해 나가고 그에 맞게 내 자신을 조금씩, 천천히 바꾸어 나간다면 우리는 한국, 미국뿐만 아니라 그 어느 나라의 문화에서도 현지인들처럼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정서적인 차이 때문에 미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은 자주 문화적인 갈등과 오해를 마주하며 정신적 혹은 물리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너무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우리 자신을 고쳐 나가면 비로소 조금 더 가까이 미국 사회에 발을 딛고 살아남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으로 우리를 인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타지 곳곳에서 학업과 적응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모든 유학생들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으며 그 모두가 쉽지 않은 이 과정을 무사히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