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국가대표 ‘올림픽에 처음 서다 오.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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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ure탈락, 또 탈락
유난히도 멀었던 올림픽

오혜리는 올림픽과는 유독 연이 없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황경선(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67kg급 동메달)에게 밀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 2주 전에 왼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됐다.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올림픽은 하늘이 정해준 사람만 나가는구나

국가대표가 되면 올림픽은 언제라도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8년 동안 두 번의 기회가 지나갔다. ‘올림픽은 하늘이 정해 준 사람만 나갈 수 있는 무대’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올림픽뿐이 아니다. 2013년에는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져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졌다. 잦은 부상과 종합대회 대표 선발전 탈락. 눈물이 쏟아졌다.

1111울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한참을 울었다. 문득 ‘이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재활에 들어갔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태권도 -67kg급 결승에서 우승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중앙포토 ]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태권도 -67kg급 결승에서 우승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중앙포토 ]

복귀가 그 누구보다도 빨랐다.

오혜리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피그말리온 효과'(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떠올린다. 어릴 적부터 좋아해 온 말이다.

“난 잘 될 거야”, “좋다고 생각해야 좋아진다”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결국 오혜리는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 태권도 선수 생활 15년 만이다.

앞발로 얼굴을 내려찍는다

오혜리는 180cm의 장신이다. 고득점 기술인 얼굴 상단 차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 발바닥 전체로 상대방의 얼굴을 내려찍는 앞발 찍기에 탁월하다. 허벅지부터 발끝까지 힘을 주어 얼굴을 내려치기 때문에 빠르고 강력하다.

오혜리의 또 다른 무기는 남다른 끈기다. 함께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김소희(여자 -49kg급)는 오혜리의 ‘포기를 모르는 끈기’를 가장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김언호 박사도 “오혜리 선수의 강한 정신력은 그 어떤 선수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Q. 오혜리는 ‘2인자’다?

국제대회 경험이 없을 뿐이지 국내 대회에서는 1등을 많이 했다. 그래서 ‘2인자’로 불리는지 전혀 몰랐다. 누가 말해준 적도 없었다.

다만, 작년 세계 선수권에서 일등을 하니 “2인자의 설움을 극복했다”라는 식의 기사가 나왔다. 그 전에 세계 선수권에서 2등을 했을 땐 아무 기사도 나지 않았다. 1등을 하니 그런 기사가 난 거다.

“역시 일등만 기억하는구나”

이 말이 실감났다.

Q. 28살 노장인데 어떻게 관리하나

웨이트 트레이닝이 정말 중요하다. 사실, 예전에는 시합 시즌이면 몸이 무거워진다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안했다.

제일 존경하는 선수가 이인종 선수인데, 35살인데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다. 시합 직전에도 근력 운동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부상도 없고, 기복도 없다. 근육이 받쳐주니 가능했던 거다.

“힘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번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며 나도 근력 운동을 열심히 했다. 김언호 박사님(한국스포츠개발원) 지도 아래 그 어느 때보다도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몸으로 부딪쳐도 다른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다. 발에 힘이 붙으니 자신감도 생겼다. 빨리 시합을 뛰어보고 싶다.

Q. 2년 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도 있는데

2년 뒤면 30살이 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지만, 체력이 된다면 꼭 나가고 싶다.

올림픽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엔 나갔다. 아시안 게임도 한 번은 나가봐야하지 않겠나.

“서른 살엔 아시안게임 도전”

일단은 눈앞의 리우 올림픽에 집중하겠다.

Q. 응원 받고 싶은 사람 있나

배우 김수현 씨를 좋아한다.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역할을 정말 잘 소화했더라.

응원은 듣고 싶은데, 실제로 만나기는 싫다. 너무 떨려서 경기를 망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하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에게 응원 듣고파”

멀리서 응원해달라.

Q. 같이 훈련하는 동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동민(남자 +87kg급) 오빠에게 정말 고맙다.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차동민 선수가 든든하게 중심 잡아줘”

세 동생들(이대훈, 김태훈, 김소희)에게도 고맙다. 동생들이 열심히 하니 나도 저절로 자극을 받아서 더 노력하게 된다.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대회를 같이 준비하는 것도 엄청난 건데, 우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책임감이 어마어마하다. 리우 올림픽에서 후회 없이 모두의 기량을 펼치고 오고 싶다. 아, 모기도 조심하고. (웃음)

출처: 중앙일보 -10년째 태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