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cm’ 대왕 잉어! 생각만 해도 짜릿

1175

케스테익ㆍ헤밋 호수 등 명당
헛챔질도 즐거운 ‘풍류여행’

황금빛 비늘 번쩍이며 수면 위로 끌려나온 잉어의 자태가 황홀하다. 남가주 명당들에서는 70cm 안팎의 대물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황금빛 비늘 번쩍이며 수면 위로 끌려나온 잉어의 자태가 황홀하다. 남가주 명당들에서는 70cm 안팎의 대물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초릿대 끝에서 반딧불이처럼 살랑대던 케미라이트가 어느 순간 출렁이기 시작한다. 이때를 놓칠세라 허둥대는 손길로 낚싯대를 잡아채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깜박 졸던 꿈결에서 초릿대가 춤을 추었는지도 모르겠다.

멀리 구릉 너머 랭캐스터의 도시 불빛이 부옇게 그믐밤을 밝힌다. 오른쪽 부들밭 가장자리로는 시골 마을 정자처럼 아담하게 자란 버드나무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부들 사이로 개구리 소리가 청량하다.

아, 삭막한 LA 땅 한켠에서 이렇게 홀로 여름밤을 보내는 게 꿈만 같다. 어느새 호수 저편에 떠오른 은하수 위로 오작교가 보이는 듯 하다.

연초에 마련한 1년 낚시퍼밋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드디어 단신 출조를 감행한 것이 이달 초순, 출조지는 잉어와 메기가 나온다는 LA 북쪽의 퀘일 레이크. 밤새 헛챔질만 하다가 돌아서지만 몸과 마음은 개운하기 그지 없다.

해안선이 단조롭고 수심이 얕은 남가주는 갯바위나 방파제에서의 낚시가 매우 제한적이다. 뿐만 아니라 사막성 기후 탓에 계곡도 많지 않아 플라이 낚시터도 귀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에서의 대낚시 ‘손맛’을 그리워 하던 이들이 하나 둘 모여 동호회를 만들고, 여기저기 출조지를 탐색하여 제법 그럴듯한 낚시터들을 개발했다.

잉어 잡아 몸보신하고 잃었던 손맛도 되살릴 겸 LA 인근에 가족들과 가볼만한 잉어 낚시터를 소개한다.

캐스테익 라군
지난해 대학 다니던 딸이 75cm짜리 대물 잉어를 낚았던 곳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를 따라 가깝게는 남가주의 피어와 피라미드, 피루 레이크 등지를 멀리로는 이스턴 시에라의 골짜기에서 고등어ㆍ잉어ㆍ송어 등을 낚았던지라 조과면에서는 때론 나를 앞지르기도 하던 딸이다. 그때 낚았던 잉어로 잉어즙을 내느라 부탄가스 4통을 썼었다. 당연히 온가족이 몸보신 제대로 했었다.

인근의 주말조사들에겐 이미 알려진 잉어터다. 위 호수는 동력 보트 등으로 몸살을 치르지만 아래 라군은 무동력 고무보트만 이용하게해, 조용하고 한적하기까지 하다. 발렌시아 어르신 조사들의 안방이다.

라군 동쪽 캠핑장 앞쪽에서 남쪽 배수로까지 낚시를 할 수 있다. 캠핑을 하거나, 캠핑장 위쪽에 24시간 무료주차를 할 수 있는 곳에 주차를 하고 밤낚시를 할 수도 있다.

주소:32132 Castaic Lake Dr., Castaic

아주사 계곡
앤젤레스 국유림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내리는 이 계곡 또한 LA 강태공들의 주말 낚시터다. 샌게이브리얼 강을 홍수 조절과 용수, 소수력 발전 등을 목적으로 이 계곡에 댐을 지었다. 이 댐의 풍성한 어족자원이 꾼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 첫번 째 댐인 모리스댐을 지나 두번 째 샌게이브리얼 댐을 지나 왼쪽으로 빠지면 웨스트 & 노스 포크, 오른쪽으로 빠지면 이스트 포크로 내려 낚시터에 이를 수 있다.

장소에 따라 경사가 심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로는 부적합할 수 있다. 연중 개방하지만 주차시 차량에 ‘내셔널 포리스트 어드벤처 패스’를 걸어두어야 한다. ‘빅5’나 ‘REI’ 등에서 구입하거나 인터넷에서 살 수도 있다. 하루 5달러, 연간 이용권은 30달러, 국립공원 연간 이용권이 있으면 이를 대시보드에 올려 놓아도 된다.

가는길:210번 프리웨이 서쪽 아주사 애비뉴에서 내려 북쪽으로 5분 올라가면 곧 39번 도로로 바뀌며 계곡으로 이어진다.

헤밋 호수
샌 버나디노 국유림에 속해 있는 표면적 420에이커에 달하는 인공호수로 샌 하신토 주립공원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을 댐으로 막아서 이뤄졌다. 잉어를 비롯해서 무지개송어, 메기, 블루길, 배스 등이 잡히는데 잉어 등 대낚시 포인트는 헤밋 호수 로드(Hemet Lake Rd.)를 따라 댐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포인트들이 보이는데, 막다른 곳에 있는 주차장 근처 호숫가가에서 잉어가 많이 나온다.

대낚시는 3칸 반 이상이면 무난하고, 던질 낚시도 조과가 좋다. 지난 몇 년간 가족 캠핑 겸 낚시 나들이로 여름마다 잉어를 대여섯 수씩 걸어내곤 했다.

주말 1박 2일 코스로도 좋은데, 호숫가 캠프장도 좋고, 74번 도로 맞은편 허키크리크 캠프장(Hurkey Creek Campground)도 시설이 좋다. 이 캠프장은 카운티에서 관리하는데 더운물 샤워장도 있고, 잔디밭도 좋아 가족 낚시 나들이로도 그만이다.

주소:56570 CA-74, Mountain Center

빅베어 호수
말할 것도 없이 빅베어는 댐 부근이 포인트인데 주말이면 중국계 꾼들도 많이 몰려 자리싸움(?)도 치열한 곳이다.

댐을 기준으로 38번 도로쪽이 대낚시꾼들이 많이 몰리고 건너편 18번 도로쪽은 루어낚시꾼이 몰리지만 어느 쪽도 잉어용 포인트로 그만이다. 38번 도로쪽은 수위가 높으면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 수심이 깊어 4칸대 정도가 적당하고 밤낚시도 할 수 있다.

밤이 되면 기온이 40도대로 내려가니 재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오전과 해거름녘이 조황이 좋다.

주소:39212 Big Bear Blvd, Big Bear Lake

카추마 호수
가뭄 전만 해도 남가주 최고의 낚시터였다. 병풍처럼 산지로 둘러싸인 호수에 배스ㆍ크래피ㆍ블루길ㆍ메기ㆍ잉어ㆍ송어 등 온갖 물고기들이 득실거렸다. 지금도 낚시꾼들이 몰리는 주요 낚시터 중의 하나다. 공원 입장료 차량 한대당 하루 10달러. 이곳도 밤낚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주소:1 Lakeview Dr., Santa Barbara

‘꽝’ 없는 낚시

-릴낚시나 민장대를 쓰는데, 민장대는 3칸(5.4m 정도)에서 4칸 반 정도의 길이면 적당한데, 휨새가 딱딱한 경조대가 좋다. 어떤 면에서는 바다낚시용 민장대도 괜찮다.

-미끼는 잉어낚시용 떡밥을 사서 써도 좋으나, 너무 거칠어서 경우에 따라 땅콩버터를 가미하기도 하고, 직접 처방(?)해서 쓰기도 한다. 중국계 조사들은 찐 고구마를 쓰기도 한다.

-포인트는 수온이 차가울 수록 깊은 곳을 노리고, 밖에서 봐서 돌 무더기가 쓸려 들어가 물속에 어초가 형성돼 있거나 황토흙이 비치는 자리가 좋다.

-16세 이상은 ‘빅 5’나 ‘스포트 샬레’ 등 스포츠용품점이나 낚시숍에서 퍼밋을 사야 되고, 잉어나 붕어 등은 크기나 마릿수 제한이 없다.

백종춘 객원기자

출처: 손맛 ‘짜릿’···잉어 잡아 몸보신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