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입학까지의 여정과 입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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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면, 재작년 이맘때, 원서를 준비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어떤 대학에 어떤 학과를 지원해야 할지, 학비는 얼만지, 그리고 합격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수일을 고민하던 내 모습이 다시금 상기된다. 나는 현재 UC버클리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고, 내년 5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유학생과 조금 다른 배경과 생각을 하는 나이지만, 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부산에 있는 남고에서 정규 고교과정을 마쳤고, 재수까지 했다. 대다수 유학생은 국제학교, 외고, 또는, 외국인 고등학교를 거쳐 종착점인 미국 대학교로 바로 온 학생들이 많았다. 그들은 이미 월등한 영어 실력과 탄탄한 기초가 다져져 있기 때문에,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2013년 7월에 군대를 제대하고 23살의 나이로 미국에 왔다.

 

온전한 영어 문장 한 줄을 완성할 수 없었던 나이기에, 어학연수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짧은 기간의 어학연수 후, 산호세에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lower division 수업과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훗날 4년제 대학에서 완생이 될 꿈을 꾸며 미생으로써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다. 칼리지는 다니던 2년간, 단 한 번의 수업도 빠지지 않고, 매 수업을 120% 이상의 집중력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한 줄의 문장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내가, 8장 이상의 정치학 에세이를 스스로 완성할 수 있을 때쯤, 원서 지원 시기가 다가왔다. 막상 원서 지원 시기가 되어, 입학 지원서를 쓰려고 책상에 앉으니,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다고, 아무개처럼 돈을 주고 대필을 부탁해서, 나의 인생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맡기기에는 내 자존심과 신념이 허락하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펴고, 내 인생의 굵직한 사건과 미국에서 한 활동을 나열했다. 첫 번째로 떠오른 것은 당연히 군 생활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 보고 배운 것, 그리고 변화된 나를 보여주기에 적절한 소재였다. 그리고, 산호세에서 생활하면서, 공부 외에 했던, 봉사 활동, 클럽활동, 그리고 전공과 관련된 활동에 대해 적어보았다.

여러 가지 사건 중, 내 생각에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었던 사건을 꼽자면, Santa Clara City에서 최저임금 인상 탄원서를 모아 제출했던 것이다. 전공 수업 그룹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가, 시의회에 올려지고, 실제로 최저임금 이상에 기여되어, 시의회에서 스피커로까지 초빙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그 외에, Santa Clara Democratic Party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소통했던 많은 사람과 선거 캠페인 동안 보고 배운 것들도 원서 작성에 크게 기여했다.

 

내가 쓴 노트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나씩 써내려 나갔다. 에세이 초고를 쓰는 건 힘들지 않았다. 노트를 기반으로, 약간의 과장과 극적인 흐름을 만들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냈다. 진짜 힘든 과정은 그 다음이었다. 많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내 에세이를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전공 교수, 친구, 영어 교수를 찾다 다니며, 피드백을 받고, 수백 번을 고쳤다. 만장일치로 모든 사람이 좋아한 완성본이 탄생하면 이상적이었겠지만, 모든 사람의 시각은 다르기에, 궁극적인 에세이의 방향과 마침표는 내가 찍어야 했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최종본을 날짜가 되어 제출했고, 지원한 모든 학교에 합격했다.

 

원서를 지원했을 때, 내 GPA는 3.96/400 이었다. 나는 2년간 학점을 떠나, 배움에 집중했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는 내 모습을 즐기며, 원서를 쓰는 시기까지 열심히 살았다. 물론, 대필이나 요행으로 합격한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남의 손에 맡기기에는 위험 요소가 크고, 만족도도 떨어질 것이다.

글에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것을 읽는 사람은 그 이야기를 느끼고 공감한다. 본인의 삶이 드러나는 진실한 글을 에세이에 담을 수 있다면, GPA나 SAT 점수가 조금 낮더라도 분명 승산이 있다. 내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상대방도 믿어주지 않는다. 철저한 자아 성찰을 통한 진실한 답변과 그걸 논리적, 은유적으로 풀어낼 수만 있다면, 어디든 합격할 수 있다.

 

원서 지원 마감일을 앞둔 모든 사람의 무운을 빌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