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이야기] 안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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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햇살이 좋은 어느 가을날, 나는 Fullerton College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하기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친구들과 학교 관계자들과 학업과 취미 이야기를 하고 친목을 다지며 서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학 생활이 즐겁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어 공부를 하니 실제 대학 생활은 나의 예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주 7일,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할 때만 빼놓고 보통 9~10시간을 학교 도서관에 앉아 공부에만 매진했다. 그 때는 이런 나의 생활이 일종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언젠가 몇 곱절로 보상 받을 것 이라는 생각에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업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책상 앞에 몇 시간 동안 기계처럼 공부만 하다 보니 지쳐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도서관 창문 앞으로 걸어가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대학 생활을 보내선 안되겠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며 나는 무언가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다 문득 같은 반 친구들이 모르는 수학 문제를 내게 물어볼 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친구들의 평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Math Lab에서 일해보려고 지원서를 작성해서 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조언을 받고자 담당 교수님을 찾아갔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찾아갔지만 의외로 교수님께서는 내게 본인 밑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SI(Supplemental Instruction) Program을 제안하셨고 내가 SI Program 총 책임자와 인터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SI Program은 캔자스 시티에 위치하는 미주리 대학교의 국제 SI Program을 모델로 하여 대학에서 보통 30~40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업 성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개념을 다지며 시험에 대비하여 Fail 할 수 있는 확률을 줄이고 성적을 향상시켜 졸업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SI Program을 하려면 학교에 1년 이상 다녀야 하는 조건이 있다. 나는 자격조건이 되지 않았지만 담당 교수님께서 총 책임자분에게 나를 직접 추천해주신 덕분에 운 좋게 남들보다 반년 정도 이르게 SI Leader 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Training을 수료하고 정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Training 기간동안 기존에 있던 Leader들에게 커리큘럼 작성하는 법과 가르치는 노하우 등 여러가지를 배워 이론은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막상 현실은 나의 이상과는 달랐다. 수학문제를 풀다보면 시간이 촉박하여 정해진 시간동안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하는 일도 있었으며,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 내가 원하는 말과는 다른 말을 해서 학생들이 수학 공식이나 풀이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몇몇 학생들이 수업 듣기를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SI Leader들과 그들의 Mentor가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할 때 주눅이 들어 한마디도 못하고 앉아만 있다가 나오는 상황까지 오게됐다.

 

이러한 일을 겪다보니 점점 의욕이 없어지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싫어졌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다 포기하고 내려놓으려고 하려다가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Quiz나 Test를 봐서 자기들이 예상한 성적보다 더 좋게 받았다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은 나에게 다시 한번 해보자는 책임감과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수업시간에 가르칠 문제를 점검하고 시간관리에 힘을 쏟았다. 중간중간에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는 단어나 문장을 외워서 가르치는 중간중간 쓸 수 있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리고 회의에 가서도 나의 문제점을 다른 Leader들과 Mentor와 공유하며 같이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떠났던 학생들이 돌아왔으며 학생들에게 수학 공식 말고도 나의 노하우나 팁을 알려주어도 시간을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보다 영어 실력도 더 향상되어 다른 수업을 들어도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지며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SI Program을 하는 시간에 힘이 들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고 나라는 인격체를 더욱 더 성장시키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Columbia University에 재학 중인 최민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