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안, 가장 신기한 미국 사립 보딩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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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피안 스쿨(Delphian School)의 외부 전경

친구들은 나에게 졸업하면 드라마 작가를 해보라며 종종 장난스레 권하곤 한다. 그 이유는 ‘네 인생이 스펙타클 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내가 겪었던 일들이 객관적으로도 정말 ‘스펙타클’ 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 중에는 일반적이지 않고 특이한 경험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내가 미국에 처음 온 뒤 일년 반 가량 다녔던 미국 오레건 주의 사립 보딩스쿨인 델피안 스쿨(Delphian School)에 관한 기억이다.

처음 이 학교에 도착했을때 내가 받았던 느낌은 학교가 마치 해리포터 영화에서 본 호그와트 같다는 것이었다. 한참 산을 따라 차를 타고 올라가야 보이기 시작하는 학교는 자연과 어우러져 그만큼 매우 아름다웠다. 델피안은 전교생 수가 백 명 남짓한 조그만 학교였는데, 대부분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나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모두가 다 친구였으며 누군가의 생일이면 저녁 식사하는 다이닝홀에서 전교생이 다 함께 큰 소리로 “Happy Birthday!”를 외치며 축하 해 주기도 했다.

델피안은 추구하는 교육방식이 그 어느 학교보다 확고한 학교였다. 이 학교에 ‘수업(Lecture)’은 존재하지 않았다. 델피안이 특이했던 가장 큰 이유다.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게 되며 개인의 역량에 따라 짜여진 학습 스케줄을 받게된다. 따라서 개개인의 진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통상적 의미의 ‘졸업식(Commencement)’은 하루였지만 학생이 모든 학업을 끝내는 ‘졸업(Graduation)’은 모두 다른 날에 했다. 흥미롭게도 델피안에서 가끔 울려 퍼졌던 화재 경보음의 의미는 누군가 갓 ‘졸업’을 했다는 뜻이었다. 그럴 때면 학교 전체에 있는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졸업을 축하해주러 달려가곤 했다.

또한 델피안에서는 9학년을 의미하는 프레시맨부터 졸업반을 의미하는 시니어와 같이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학년들 역시 사용되지 않았다. 이 학교의 고등과정은 9학년이 아닌 ‘Form 6 Entry’로 시작되어 ‘Form 8’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졸업하게 된다. 또한 일반 고등학교들은 4년간의 커리큘럼을 마치면 졸업할 수 있게 정해져 있지만 델피안에서는 개인의 역량 그리고 노력에 따라 짧아지기도 또 길어지기도 한다. 졸업까지 3년이 걸려도, 또 5년이 걸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소리다.

▲ 학교에 울려 퍼진 화재 경보음을 듣고 친구의 ‘졸업’을 축하 해 주기 위해서 모여드는 학생들의 모습

또한 델피안에서는 학생들이 읽어야 하는 책 리스트와 수학, 역사 등의 과목에 관한 지식을 공부하는 ‘코스(Course) 프로그램’ 이 외에도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특이한 과정들이 있다. 이를테면 에틱스 북(Ethics Book), 스터디 북(Study Book) 혹은 커뮤니케이션 코스인 ‘Communication Is Fun’이다. 이 코스들에서는 정말 특이한 경험을 했는데, 커뮤니케이션 책 이수 중에서는 지정된 파트너와 마주앉아 2시간 가량 눈을 마주하고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코스도 있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웠다. 처음에는 웃음이 너무 나서 죽을 뻔 했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했다.

아울러 델피안에서는 여러가지 이색적인 이벤트들 또한 진행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DANCE-A-THON’은 1인당 200불을 기부하는 목표를 달성할 시에 진행되는 댄스 파티다. 매일 밤 10시 30분은 기숙사 학생들이 무조건 불을 끄고 취침해야 하는 시간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이 날 만큼은 밤 열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댄스 파티가 열리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

쉬는 시간으로 지정된 짧은 시간에는 허기와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피자나 음료 등이 준비되어 있다. 단, 지정된 시간 이외에는 무조건 신나게 춤을 추어야 한다. 앉아서 쉬는 것은 금지다. 피곤하거나 힘든 사람은 기숙사로 곧바로 돌아가야 하며, 새벽 네 시가 되면 ‘생존자들’이 모여 다 함께 사진을 남기게 된다.

▲ DANCE-A-THON에서 밤 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결론적으로 나는 델피안에서 졸업하지 않았다. 일년 반 가량 다닌 뒤에 트렌스퍼 절차를 밟았다. 그 뒤 나는 두 군데의 다른 고등학교를 더 다녔는데 그 뒤 느꼈던 점은 델피안은 색깔이 정말 뚜렷한 학교였다는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교육방식은 객관적으로 평가되기엔 너무 유니크하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확실하게 기억한다. 학생들은 그들만의 ‘호그와트’ 안에서 모두 행복했다. 진한 초록색에 스며든 채.

안녕하세요! USC에서 Communication 전공중인 3학년 권수완입니다. 대학 졸업 후 방송국 PD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College Inside 기자단 활동을 통해 재학생만이 알 수 있는 USC에 관한 정보들, 그리고 7년차 유학생으로서 미국 유학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나누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