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의 원대한 포부를 안고 미국 유학 길에 올랐던 그 때가 생각난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들어 가리라던 현실감각 제로였던 그 때.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었다.
처음 미국 땅을 밟은 것은 어언 8년전인 2004년여름. 한국으로 치면 고3인 하이스쿨 12학년에서 시작했으니 참으로 애매한 시기였지만 한국에서도 영어는 자신 있었고 홍콩에도 2년 정도 살았었기에 별 다른 계획도 없이 열심히 만 하면 명문대에 들어가리란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처음 고등학교를 들어갔을 때 12학년을 두 번 다닐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라, 처음 1년은 적응하면서 공부하고 그 다음해에 본격적으로 대학갈 준비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일? 졸업식과 방학을 한 달 앞두고 전담 카운셀러에게서 다음 학기에 돌아오는 것 은 불가능 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되었다.
아이비리그, 혹은 그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명문대는 커녕 고등학교 졸업장 하나 없는 ‘중졸’로 전락할 신세가 된 것이다. 아니지,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홍콩으로 이민 가서 중학교 졸업장도 없으니 졸지에 ‘초졸’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이야 돌이켜보며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절망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해 졸업식, 한 해 동안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의 졸업을 축하하러 간 나는 겉으론 웃으며 축하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유학 초기라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음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본 지 몇 주 후 미국에도 한국의 검정고시 같은 시스템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GED 라고 불리 우는 이 학력고사는 독해, 작문, 수학, 과학 그리고 사회학의 다섯 과목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800점 만점에 410점 만 넘으면 통과 할 수 있으며, 공부를 하다 보니 학교에서 배우던 것 과 비교해서 더 쉬우면 쉬웠지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시험도 한 해에 여러 차례에 걸쳐 있고, 시험을 도와주는 학교 (Adult school) 이라 던지 시험장도 동네 마다 있었기에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결국 그 해 겨울에는 시험을 통해서 고등학교 졸업장 대신 GED Diploma를 받게 되었다.
GED시험을 통과한 후에 나는 GED Diploma를 통해서 2년제 전문 대학인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에 진학할 수 있었고, 몇 년 후 에는 상업 경영 전공에서는 미국에서 10위권에 드는 알아주는 학교로 편입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좌절했었지만 결국은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님으로서 학비도 아끼고, 4년제 대학에 갔다면 할 수 없었을 다양한 경험을 했으니 이제와 생각하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유학, 혹은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이렇게 준비 하지 못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생겨 당황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지만, 잘 준비하고 방법을 알아본다면 그런 위기들을 기회로 바꿀 수도 있음을 깨닫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GED란 지역에서 정규고교 교육을 마치지 못한 사람을 위한 고졸 학력인정서 이다.
*GED는 General Equivalency Diploma 또는 General Education Development의 약어 로써 미국/캐나다GED 시험에 관한 각종정보 (시험장소, 일시, 과목등)은 각주의 주 정부 교육국 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 http://www.cde.ca.gov/ta/tg/gd/
뉴욕 : http://www.acces.nysed.gov/g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