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의 도서관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박물관을 제외한 학교 캠퍼스 내에는 총 두 개의 도서관이 있는데, 하나는 아트와 아트 히스토리 관련 책들이 많은 The Flaxman Library, 그리고 또 하나는 “책”의 형태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을 보관하고 있는 Joan Flasch Artist Books’ Collection 이 있다.
같은 Sharp building 건물에 위치한 두 도서관은 굉장히 다른 용도로 쓰여지고 있는데, The Flaxman Library 같은 경우 다소 평범한 도서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 수업이나 자료 수집을 위해 학생들이 자주 찾는 The Flaxman Library는 소설 책들부터 전문 서적, 과거 학교에서 있었던 Artist talk (초청작가의 세미나) 이 녹음된 테이프들, 예술 관련 잡지들 등이 있다. 이 도서관에는 외부에서 찾기 힘든 예술 관련 자료들이 다양한 형태로 보관되어 있다. 또한 I-Share 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일리노이에 위치한 모든 도서관들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찾는 자료가 없는 경우 학교에서 직접 다른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와 주기도 한다.
도서관 입구에는 FNewsmagazine 이라는 교내 신문이 가판대에 배치되어있다. 수없이도 많은 Pacemaker Award를 타고, Student Society for News Design 2012 에서 당당히 최고의 신문 디자인 1위, 2011 Illinois College Press Association에서 General Excellence로 2위를 차지한 FNewsmagazine은 캠퍼스 내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외 핫 이슈는 물론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인 이슈들이 어떻게 우리 젊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세밀하게 분석한 기사들이 수록되어있다. 창작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FNewsmagazine에 지원 후 채용되면 급여를 받으며 기자나 에디터로 활동하여 학교의 좋은 보탬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교내에서 가장 주옥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다름아닌 Joan Flasch Artist Books’ Collection이다. 50년동안 수집해온 다양한 형태의 6천개가 넘는 예술가들의 출판물들이 보관된 이 공간은 SAIC 재학생과 사전 예약한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모든 자료들은 희소성이 높은 책의 형태를 갖은 작품들이기 때문에 대여가 통제되고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손을 씻도록 되어 있다.
Joan Flasch Artist Books’ Collection은 책 형태의 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인쇄잡지, 엽서, 우표에서, 배치된 컴퓨터로 체험할 수 있는 Web art, net art 등 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작품 형태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 도서관은 “책”의 물질적인 형태, 즉 종이들이 묶여있고 내용이 잉크로 인쇄된 형태가 아닌, 개념적인 “책”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 곳에서 체험한 한 “책”은 박스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데,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작가가 직접 만든 향수가 담겨져 있는 조그만 병들이 있었다. 글자 하나 없는 이 “책” 속에는 ‘땀’, ‘자동차 기름이 스며든 진흙’, ‘모닝 커피와 신문지’ 등, 일상을 연상시키는 향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향수병들을 하나 하나 열어 보는것은 마치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며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을 보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