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정착민 몰몬교도들이 버진(Virgin)강을 따라 침식된 붉은 사암절벽이 천국과 같다 하여 Zion이라 불렀던 자이언 국립공원은, 그랜드 서클의 3대 풍광 중 하나이다. 당당하게 서 있는 산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계곡 깊숙이 트레일을 걸을 때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올려다보던 산들이 어느 순간 우리의 눈높이와 같아질 때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방문자 센터 주차장에 차를 두고 무료 셔틀버스로 12분 거리의 Grotto에서 내려 버진강을 건너 엔젤스 랜딩으로 향한다. 해발 5,785피트의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계곡의 싱그러운 허브 냄새가 지쳐가는 몸에 생기를 더해준다.22개의 스위치백 Walter’s Wiggles 길을 올라, Scout 전망대까지 2마일의 산행 끝에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남은 반 마일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트레일로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체인을 잡고 올라가는 구간이 많아 등산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어린 손자를 가운데 앉혀놓고, 정상에 올라간 자녀들을 기다리는 노부부와 망설이는 이들에게 위험했던 상황들을 설명하며 돌아서게 하는 사람도 보인다. 이 트레일에서는, 격려해주며 가끔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정신을 집중하고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여 오로지 자신의 땀과 의지로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른 기쁨에는 경쟁을 통해 남을 이기고 쟁취한 세상의 성공과는 다른 순수한 환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흔적으로 반들반들해진 자연석 트레일 좁은 구간에서는 한 사람이 벼랑에 기대어 길을 내주어야 한다. 정상의 노송 한 그루가 모진 바람을 견디며, 바위 위로 자기 키보다 몇 배나 긴 뿌리를 뻗는다.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서는 템플 산 아래로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셔틀버스와 디 오르간, 수많은 트레일 등 동서남북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엔젤스 랜딩 정상의 최정상 자연석 돌탑은 이곳 최고의 포토존이다.
웅장한 절벽 틈새로 흐르는 버진강을 따라 걷는 The Narrows 트레일은, 미국의 수만 개 트레일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셔틀 종점 Temple of Sinawaba에서 네로우스 입구까지 1.9 마일의 Riverside Walk 트레일을 걷는다. 네로우스 트레일 입구에 도착하여, 하이킹을 마친 사람들이 남겨놓은 굵은 나뭇가지를 들고 강을 건넌다. 물살이 강하고 강바닥의 자갈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1박 2일 걸리는 18마일의 트레일을 완주하려면 별도의 퍼밋과 함께 토캡이 달린 아쿠아 슈즈가 필수이다.
카멜(Mt. Camel) 터널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왕복 1마일의 Canyon Overlook 트레일을 즐겨보자. 뷰포인트는 높은 고도에서 정면으로 자이언 계곡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들이는 시간과 체력에 비해 만족도가 아주 높은 트레일이다.
방문자 센터에서 셔틀버스로 자이언 랏지에서 내려, 왕복 2.5마일의 Emerald Pool 트레일을 즐겨보자.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속을 거닐며,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자이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비가 바위 틈새로 스며들어 내려가다가 단단한 지층을 만나 꺾여 배출되는 것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Weeping Rock 트레일을 걸어보자. 왕복 0.5마일의 위핑락 트레일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하이킹으로 피곤해진 몸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2019년 8월 케이블 마운틴의 큰 바위가 떨어져 위핑락 트레일은 폐쇄 중이다.
한 해 동안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소비되는 Paper Towel은 약 8톤으로, 100그루의 나무와 16만 갤런의 물이 필요한 양이다. 공원 화장실에서는 대신 Hand dryer 사용을 권한다. Human History 박물관 식수대에도 일회용 물병을 쓰지 말자는 포스터가 있다. 미국에서 매년 소비하는 플라스틱 물병 5백억 개를 연결하면 지구를 217바퀴 돈다고 한다. 자이언 북쪽에 있는 Kolob Canyons의 Hanging Valley에는, 푸른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비가 내리면 절벽 중간에 멋진 폭포도 만들어지고, 계곡에서 함께 흘러내려 온 침전물들은 숲에 자양분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