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애플·구글…서로 다른 철학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일하게 도와
높이 내세우는 한국 기업과 달라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 시내에 거대한 구형 유리온실을 만들고 있다. 2018년에 완공될 3개동짜리 신사옥 건물 가운데 위치한 이 유리온실의 이름은 ‘바이오 스피어’(biosphere·생물권). 아마존은 이곳에 3000종 이상의 희귀·멸종위기 식물들을 전세계에서 공수해 올 예정이다.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아마존 직원들이 미국 대도시 한 가운데 앉아 산림욕을 만끽하며 쉴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한창 공사 중인 바이오스피어는 이미 시애틀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전자상거래·전자책·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개척한 아마존이 진짜 ‘아마존’ 같은 숲을 도심 복판에 만든다는 데 미래형 도시 직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아마존의 바이오스피어에는 이 회사의 기업 문화와 철학이 배어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평소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다른 기업들의 직원 복지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교외에 사옥을 두고 공짜 점심이나 마사지 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것보다 직원들이 쉽게 출퇴근할 수 있는 도심 사옥이 더 낫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유리·철근·알루미늄 등으로 만든 6000㎡짜리 인공 정원. 적자생존식 내부 경쟁이 심한 아마존은 이 곳에서 직원들이 쉬면서 생산성과 창의성을 끌어올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설계를 맡은 NBBJ는 “사무실에서 잠깐 나와 나무로 가득한 바이오스피어를 걷다보면 아마존 직원들은 서로 더 협력하고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증축하는 신사옥에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직장인SNS인 링크드인과 사옥을 교환하는 협상에 성공했다. 현재 본사(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인근에 신사옥을 준비 중인 구글이 링크드인의 마운틴뷰 부동산을 받는 대신 인근 서니베일에 있는 구글의 건물을 링크드인에 넘겨주기로 한 것이다. 부동산 물물교환까지 해가며 만드는 구글 신사옥 조감도에 따르면 구글의 신사옥은 건물 안인지 밖인지, 직장인지 공원인지 경계가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공간이 고정된 콘크리트형 건물이 아니라 수많은 사업부서가 목적과 필요에 따라 업무공간을 손쉽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가벼운 블록형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유리로 된 인공 캐노피(천막)가 건물 전체를 아우르며 실내 채광과 온도를 조절하는 등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한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경험 공유’를 강조하는 문화를 사옥 곳곳에 녹여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본사에는 전세계 호스트(집주인)의 가정집을 그대로 재현한 회의실이 즐비하다. 이 회사 닉 윌킨스 홍보담당 매니저는 “회사 곳곳에 위치한 오두막·캠핑카 등 다양한 컨셉의 공간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녹지가 80%인 애플의 우주선 모양의 신사옥, 원룸형 페이스북 사옥도 유명하다. 공통적으로 혁신을 위한 소통과 에너지 절감·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실리콘밸리의 영향을 받아 자동차업체인 포드도 지난 4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모빌리티(이동체) 회사에 걸맞는 신사옥을 10년에 걸쳐 짓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도 사옥 건축에 신경을 많이 쓴다. 기업의 위상과 업무 효율 등을 고루 노렸지만 대체로 높이를 추구하는 편이다. 현대차는 서울 강남 삼성동의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매입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고 있다. 2021년까지 105층 높이의 사옥을 비롯해 공연장·전시관·호텔 등 6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앞서 롯데는 서울 잠실에 국내 최고층인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지어 그룹 본사로 쓰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최근 게임회사 넷마블에서 나왔다. 대다수 게임기업들이 위치한 경기도 판교가 아닌 서울 구로구에 4000억원을 투자해 신사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구로구에서 창업해 성장한 역사를 반영했다”며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과 편의시설 등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