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아미 성지된 서울 식당…”방탄 두개!” 외치니 나온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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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시작되면,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이 되길 바라.”
6년째 서울시 명예 관광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2021년 서울관광 홍보영상 끝머리에 전한 메시지다. 바람이 전해졌을까.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10월엔 전년 동기간 대비 415%가 늘어난 47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 가운데는 BTS의 흔적을 찾아온 아미(BTS 팬클럽)도 많을 테다. 국내 팬의 전유물이었던 ‘방탄 투어’가 세계인의 여행 문화로 뜨게 될 참이다.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BTS와 관련한 신흥 명소 10곳을 추렸다. 이른바 ‘BTS 성지순례’ ‘방탄 투어’에 나서는 이들을 위한 맞춤 서울 지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0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아이돌’ 무대를 펼쳤던 방탄소년단. 사진 문화재청

BTS는 경복궁 근정전 촬영을 허락받은 최초의 아이돌 그룹이다. 아시다시피 근정전은 조선 시대 왕의 즉위식을 비롯해 국가 의식을 거행하던 거룩한 장소다.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BTS는 2020년 ‘아이돌’ 무대를 펼쳤고, 경회루를 무대로 ‘소우주’를 불렀다. 공연 실황은 2020년 ‘지미 팰런 쇼’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고, 큰 호응을 얻었다. 해외 팬이 유튜브에 남긴 댓글 하나. “한복을 입고 유적지에서 공연하는 BTS는 그야말로 한국의 국보야.” 서울관광재단이 12월 649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경복궁은 ‘가장 선호하는 방탄소년단 서울 촬영지’로 뽑혔다.

자료 서울관광재단
부암동 환기미술관 내부.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이다. RM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국내 작가로 알려져 있다. 중앙포토

RM은 여행 발자취를 남기는 행동에 가장 적극적인 BTS 멤버다. 그의 행적을 따르는 ‘남준 투어 놀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RM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미술관과 갤러리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PKM갤러리, 가나아트센터, 인사아트센터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종로 부암동의 환기미술관도 RM이 방명록을 남기고 간 뒤로 젊은 층의 방문이 부쩍 는 신흥 방탄 명소다.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아미 사이에선 RM이 인증 사진을 남긴 2층 야외정원의 담벼락이 포토존으로 통한다.

옛 방탄소년단 숙소를 개조한 카페 ‘휴가’. 내부 곳곳에 팬들이 남긴 포스트잇과 그림이 놓여 있다. 카페는 학동역 인근에 있다. 백종현 기자

2018년까지 BTS가 머물던 3층짜리 숙소를 개조한 갤러리 겸 카페. 올 3월 오픈했는데, 어느새 해외 아미에게도 신흥 성지라고 소문이 퍼졌다. 카페를 운영하는 ‘손수완성’의 이수내 이사는 “외국인 손님 비중이 8대 2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말한다. 멤버들 연습실과 방·거실·주방이 있던 공간에서 지금은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오징어 먹물을 곁들여 검은빛이 도는 ‘방탄소금빵(2000원)’은 오후 1~2시면 동이 날 만큼 인기가 높다. 아미가 남긴 그림과 메모, 숙소 시절 사진 등이 실내 곳곳을 꾸미고 있다.

카페 휴가의 인기 메뉴인 방탄소금빵. 오징어먹물을 가미해 검은 빛이 돈다. 백종현 기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즐겨 찾았던 식당으로 유명한 강남 유정식당. 백종현 기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즐겨 찾던 밥집으로, 아미라면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하는 성지다. 벽면과 천장은 물론이고 냉장고‧메뉴판까지 멤버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손님 중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온 아미다. BTS가 한 방송에서 “엄마 손맛이 그리울 때 찾는 식당”이라고 밝히면서, 그 명성이 전 세계에 뻗쳤다.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외국인 손님이 다시 많아졌다”고 식당 주인은 설명한다. 일명 ‘방탄비빔밥’으로 통하는 ‘흑돼지 돌솥비빔밥(1만원)’이 대표 메뉴다. 단골손님과 주인이 “여기 방탄 두 개요!” 하며 주문을 주고받는다.

BTS는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랜선 졸업식 축사를 했다. 중앙포토

2020년 유튜브에서 진행한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의 무대. BTS는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을 치르지 못한 이들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랜선 축사를 했다. 상설전시관 1층 ‘역사의길’ 중앙에 촬영지를 알리는 스티커와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아미 대부분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담아간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봄날’ 등의 히트곡을 불렀던 야외 열린마당 역시 마찬가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BTS의 서울 관광 홍보 콘텐트 중 유튜브 최다 조회수(8344만회)를 올린 2021년 ‘어기영차’의 영상의 주 무대기도 하다.

서울로7017의 야경. 서울역과 인근 고층빌딩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BTS의 상징색을 연상케하는 보랏빛 조명 덕에 아미에게도 잘 알려진 장소다. 사진 서울시

BTS는 서울시 명예 관광 홍보대사로서 2017년부터 매년 홍보 영상에 참여해왔다. 서울 명소와 문화, 먹거리 등을 소개하는 콘셉트다. 2017년 ‘서울라이프’ 영상과 서울 테마곡 ‘위드 서울’의 뮤직비디오의 주 촬영지가 바로 ‘서울로7017’이다. 옛 서울역 고가도로를 재단장한 공원으로, 서울역과 숭례문을 내다보는 전망 덕분에 외국인도 즐겨 찾는다. 노을과 경관 조명이 어우러지는 해 질 녘을 노리면 근사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근래 야간 조명이 보랏빛으로 바뀌면서 아미를 위한 포토 스폿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망원한강공원에서 내다본 월드컵대교의 모습. 연합뉴스

2021년 9월 개통한 월드컵대교는 이른바 ‘방탄대교’로 통한다.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던 ‘버터’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 장소다. BTS는 한강의 야경이 내다보이는 텅 빈 도로 위에서 그림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이 공연은 지난해 7월 ‘지미 팰런 쇼’를 통해 공개됐는데, 유튜브에서 20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올렸다.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월드컵대교는 실제로도 야경이 아름다운 장소다. 해가 지면 형형색색의 조명이 대교를 밝히는데, 망원한강공원 일대와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이 다리를 감상하기 좋은 명당이다.

아차산 고구려정 아래의 너럭바위. 아차산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기념사진 명당이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아차산 꼬질이’를 아시는지. BTS 자체 제작 웹 예능 ‘달려라 방탄’에서 뷔가 벌칙으로 아차산(285m)을 올라갔다가 얻은 별명이다. 방송 후 한겨울 아차산 일출 산행은 아미 사이에서 일종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단다. 아차산은 길이 험하지 않아, 넉넉히 1시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출한 정상 사진을 건질 수 있어 산린이‧레깅스족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중간지점에 ‘고구려정’이라는 이름의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 앞 너럭바위는 아차산에서 가장 전망 좋은 명당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뷔와 RM이 서울 도심과 일출 장관을 내다보며 떡국을 먹었더랬다.

잠실한강공원 시계탑(만남의광장) 인근의 RM숲. 사진 서울환경연합

한강시민공원 곳곳에 이른바 ‘방탄숲’이 숨어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아미가 각자 좋아하는 맴버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어 가꾼 숲이다. 이를테면 잠실한강공원에는 태형숲(뷔), 이촌한강공원에는 정국숲, 잠원한강공원에는 지민숲이 있다. 규모로는 잠실한강공원 시계탑 앞에 있는 RM숲이 가장 크다. 2019년 팬 250명과 서울환경연합이 공동으로 RM의 26번째 생일을 기념해 조팝나무 1250그루를 심었다. 지난달 조성된 여의도한강공원의 진숲이 가장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서울환경연합이나 포털 지도에서 멤버별 숲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슈가와 지민의 이름을 딴 벤치가 서울숲에 나란히 놓여 있다. 백종현 기자

성수동 서울숲도 아미라면 꼭 찾아가는 성지다. BTS 멤버의 이름과 노래 가사를 붙인 ‘방탄벤치’가 서울숲 곳곳에 숨어 있어서다. 한강시민공원의 방탄숲처럼 방탄벤치도 팬의 자발적인 기부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가령 스케이트 광장 앞에 있는 ‘윤기벤치(슈가)’에는 그가 부른 노랫말 ‘부디 내게 가끔 기대어 쉬어가기를’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생일이나 데뷔일 같은 기념일에 각자 좋아하는 멤버 벤치에 찾아가 선물이나 굿즈를 올려두고 인증샷을 담아가는 아미가 많다. 각 벤치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보물찾기하듯 찾아가며 숲을 산책하는 재미가 크다.

벤치마다 방탄소년단이 부른 노랫말이 붙어 있다. 백종현 기자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