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기간 동안 한국에서 국제 하계 프로그램을 들으며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몇 명 알게 됐다.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한국 생활의 이모저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서류 전형에 사진을 제출해야 하는 것이란다. 특히 히스패닉 계열의 유색 인종이었던 한 친구는 “한국은 사교육 업체조차 원어민 강사 채용할 때 필수적으로 사진을 제출하게 한다”며 “사진보고 흑인이거나 유색인종이면 서류를 보지도 않고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은 반면 백인들은 합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외 선생을 구하는 학부모들조차 백인만 선호한다”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같은 원어민인데 단지 피부색 때문에 큰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척 부끄러웠다. 미디어가 은연 중에 강조하는 외모지상주의 (혹은 백인우월주의) 와 그러한 풍조를 적극적으로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 그것을 겨냥한 외국인 친구의 불만이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한국 사회에서 피부색을 포함한 외모는 일종의 능력으로 취급되고 있다. 겉모습에서 비춰지는 이미지가 실제 지원자의 능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는 것이다. 하물며 항공사를 이용할 때도 느낄 수 있다. 혹시 대한항공을 이용하면서 히스패닉이나 흑인 승무원, 혹은 나이 많은 할머니 승무원을 보신 적이 있는가? 최소한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대한항공 승무원 대다수는 늘씬하고 아름다운 젊은 한국인 여성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 국내선들은 어떤가. 오히려 할머니 승무원이나 유색인종 승무원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던가. 인종 차별이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문제 제기가 부족한 한국 사회다 보니 당연히 고객들의 니즈(?)를 위해 젊고 아름다운 한국인 여성을 채용하는 것이 그들만의 전략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지원자들의 능력을 보기 이전에 기회를 박탈하는 차별 행위다. 만약 미국 항공사에서 동양계 여성이 스튜어디스로 지원했는데 서류 전형에서 사진을 보고 동양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탈락시켰다면? 아마 미국 전체가 발칵 뒤집혔을거다.
현실적으로 상대방의 피부색과 외모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을 모두 단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원자의 능력과 무관하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시키는 현 한국 고용 시장의 실태는 더이상 면접관의 개인적인 취향 문제로 취급할 수 없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자 반드시 고쳐져야 할 차별이다. 한국 사회에 외모와 피부색이 아닌 오직 능력에 따라 고용되는 공정한 채용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우선 서류 전형에서 사진 제출 항목을 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떠한가. 외모와 피부색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도 함께 빠지지 않을까.
작성 김주헌 / 편집 CalFocus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