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못 쉰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숨져
  • 약탈과 방화 등 … 유혈 시위 심각, 전국적으로 확산
  • 과격 시위로 가려진 미니애폴리스 평화 시위 …. 현장 인터뷰

 

헤네핀 카운트 정부 청사 앞에서 희생자 George Floyd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 

미네소타에서 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목을 짓눌려 죽음에 이르게 한 후유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경 식당 경비원으로 일하던 George Floyd(이하 ‘프로이드’)는 같은 식당 종업원에게 위조 수표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되었다. 사건 경위서에 따르면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프로이드의 양손을 제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왼쪽 무릎으로 목을 9분 동안 찍어눌렀고 “숨을 쉴 수 없다”는 프로이드의 말을 무시한 채 과잉 진압을 지속하여 결국 프로이드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사실 2018년 미국 최대 커피 체인점이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일행을 기다리는 흑인 남성 두 명을 매장 직원이 경찰에 신고해 체포되는 사건과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반려견 목줄을 채우라는 흑인 남성에 대해 백인 여성이 ‘흑인이 위협한다.’ 거짓 신고를 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최근 미국 내 존재하는 인종 차별 문제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조지 프로이트의 억울한 죽음은 그동안 쌓인 흑인 인종 차별에 대한 수 많은 시민의 분노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헤네핀 카운트 정부 청사 앞에서 ‘Black Lives Matter’를 외치는 시민

결국, 또다시 자행된 흑인 과잉 진압에 대해 분노한 수많은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게 되었고 그 중 과격한 시위대는 경찰에게 돌을 던지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시위가 격화되는 와중에 전당포를 약탈하려던 한 남성은 전당포 주인에게 총에 맞아 사망하는 유혈 사태가 발생하는 등 흑인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시간 29일 금요일을 기준으로, 과격한 시위대로 인해 인근 지역 곳곳에서 방화가 30건 이상 일어났고 지역 경찰서와 대형할인점 그리고 작은 상점 건물까지 200곳 가까이 되는 상점에 방화와 약탈이 이어지면서 마치 1992년 로드니 킹 구타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폭동이 재현 되는 거 아니냐 하는 불안감이 이곳 미네소타를 시작으로 미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Photo credit: wikipedia/unknown, US Army Field Artillery School

1992년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도시를 순찰하는 모습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으로 불리는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은 백인 경찰관이 과속 운전한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사건과 한인 상점에서 흑인 소녀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무죄로 판결 나면서 격분한 흑인들이 인종차별을 외치며 결국 유혈과 방화로 이어진 폭동이다.

당시 과격한 시위대의 폭동으로 한인 상점들을 포함한 수많은 지역 상점들이 방화와 약탈 피해를 보게 되었고 비슷하게 미네소타의 많은 상점 또한 과격한 시위대의 폭동에 노출되어있어 제2의 로드니 킹 구타 사건 폭동이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끊이지 않는 시위대의 폭죽, 공포탄과 최루탄 발포소리, 사이렌 소리 등으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미네아폴리스 다운타운을 들어가는 I-35W 고속도로 앞에서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발포하는 모습 

# 그러나, 폭력은 폭력을 이끈다. 어떠한 폭력도 절대 정당화돼서는 안된다

조지 프로이드를 추모하고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폭동과 약탈을 반대하는 지역 상점의 배너

지금의 과격한 시위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

시위가 일어나는 미네소타 현지에서도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격노하지만, 약탈은 정의(Justice)가 아니다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흑인 소방관 Korboi Balla는 Sports bar를 운영하는 꿈이 있었고 이번 해 3월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원래 개업 일정과는 다르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행정명령에 따라 개업은 임시 연기되었고 행정 명령이 끝나는 6월 자신의 Sports bar 개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과격한 시위대의 폭동과 방화로 인해 그의 꿈이었던 Sports bar 가게는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Photo credit: Facebook/twyana

폭동으로 깨져버린 Korboi Balla’s Sports bar의 유리창과 건물

방화의 위협으로부터 지역 사회를 지키던 흑인 소방관이,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인종 차별 반대 시위자들의 폭동과 방화로 인해 자신의 가게가 불타버리고 만 것이다.

Korboi Balla의 아내 Twyana Balla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외치지만 이런 식의 정의는 반대한다”며 무분별한 폭동을 꼬집었다.

그뿐만 아니라, 흑인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Terrence K Williams 또한 그의 SNS 계정을 통해 과격한 시위자들을 ‘폭도, rioters’라 부르며 그들의 약탈은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와 Black Lives Matter movement를 생각하기보다 우리의 지역 사회를 불태우고 이웃들을 아프게 하는 일이라 꼬집어 비판했다.

혹시 모를 폭동과 약탈에 대비해 나무 판자로 창문을 감싼 딩키타운 tcf 은행의 모습

FOX News 리포터 Julio Rosas 또한 현재 시위에는 세 그룹이 있으며 평화적인 시위를 주도하는 Black lives matter 그룹과 대형 마트 주변에서 시위를 구경 및 참여하다가 약탈에 동조하는 그룹, 마지막으로 약탈과 폭동을 주로 일삼는 그룹으로 나누며 평화적인 시위의 본질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 시위가 아닌 폭동이 일어나는 이유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 주장하는 시위대의 모습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은 듣지 않으니까요.”

과격한 시위를 동조하는 여론은 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세상은 듣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경찰과의 대치도 서슴지 않던 시위자가 얼굴에 묻은 페퍼스프레이를 흐르는 물로 닦고 있다. 

사실 2014년에 프로이드의 죽음과 매우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에릭 가너 사망 사건’이다.

뉴욕에서 불법으로 담배를 판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흑인 용의자 에릭 가너를 백인 경찰 대니얼 펜텔레오가 기습적으로 넘어뜨리고 목을 졸라 제압하였고 천식 환자였던 에릭 가너는 조지 프로이드와 같이 ‘숨을 쉴 수 없다’ 고통스럽게 외쳤지만, 경관이 목을 풀어주지 않아 결국 사망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 펜텔레오가 불기소처분을 받게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흑인 과잉 진압 및 인종 차별에 대해서 분노하였다.

프로이드와 에릭 가너 사망 사건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I can’t breath’ 배너를 차량에 부착한 모습

2014년 에릭 가너 사건과 퍼거슨 소요 이후 흑인 인종 차별이 대두될 때마다 비폭력 흑인 인권 운동인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NFL 선수들의 ‘무릎 시위’ 그리고 코비 브라이언트와 같은 유명인들의 평화 시위 등 여러 비폭력 시위도 일어났지만, 서론에서 이야기한 대로 여전히 유색인종들은 일상생활에서 만연한 인종 차별을 겪고 있다.

수많은 평화 시위에서도 불구하고 귀를 닫고 있던 사회가 결국 흑인 인권 운동의 선택지를 폭동으로 좁혀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폭동과 약탈은 절대 정당화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분노가 가득한 시위를 단순히 무식한 시위라 비판하기 앞서 그들의 답답함을 이해하기 위한 범인종적인 노력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 링크는 미국 사회에 자리 잡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흑인 여성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유튜브 자료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85Zv2my4kAQ )

# 과격한 시위에 가려진 평화 시위 현장

희생자 프로이드와 인종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기도하는 시위대의 모습

비폭력 인권 운동인 셀마행진을 주도하며 흑인 차별 금지법을 이끌어낸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어둠으로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습니다. 오직 빛으로만 할 수 있습니다.
증오로 증오를 몰아낼 수는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주류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기자가 직접 취재한 29일 오후 두 시경 미니애폴리스 헤네핀 카운티 청사 앞에서 진행된 시위는 생각했던 시위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시위장에서는 돌과 최루탄이 아닌 박수와 함성이 오갔고 사람들은 인도자에 구령에 맞춰 십 분에 한두 번씩 구호를 외치곤 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참여한 시민부터 시작해 지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평화 시위에 참여하였고 한눈에 보기에도 다양한 인종이 모인 시위 현장의 모습은 흑인 인권 운동이기에 흑인들이 시위에 주를 이뤘을 거라는 선입견을 품은 기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린 유아와 함께 평화 시위에 참여한 모습

Asians for black lives를 외치며 범인종적 흑인 인권 운동을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모습

자신의 대다수 교인이 백인이라는 조엘 목사는 자신이 그동안 느끼고 생각하지 못했던 유색인종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자 이번 시위에 참여했으며 미네소타와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인종 차별에 대한 유감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여학생은 Black Lives Matter의 약자 BLM이라 적힌 마스크를 쓰고 물 한 박스씩을 들고 돌아다니며 시위에 참여한 이들에게 무료로 물을 나누어 주었다.

Joel 목사님이 시위에 참여한 이유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무거운 물 박스를 들고다니며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고등학생들의 모습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밀집된 군중은 위험할 거라 생각했지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를 쓰며 자신과 이웃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비폭력 인권 운동을 주장했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중심을 나누듯 평화 시위를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랑과 배려가 느껴졌다.

마스크에 페이스 쉴드까지 착용하여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예방하며 시위하는 모습

 

#지금 미네소타에서는

I-35W 고속도로에서 시위대와 경찰 및 주 방위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29일 금요일,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 및 세인트폴 지역에서는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 명령내렸다. 폭동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주지사는 설명하였다.

평화로운 시위도 있지만 인근 지역 곳곳에서 과격한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한인 상점 약탈 및 방화등 한인들의 피해도 계속해서 집계되고 있는 만큼 미네소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과 유학생들은 각별히 안전에 유의하길 바라며 미네소타 곳곳에서 일어나는 약탈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첨부한다.

(링크:미네소타 약탈 확인 지도

또한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만큼 미국 내 모든 교민이 안전에 유의하길 당부한다.

폭동 그리고 평화, 지금 미네소타에서는 두 얼굴의 시위가 공존한다.

두 갈래 시위에서 흑인 인권 운동이 인종의 벽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정의’를 제창하듯,

그 외침과 어울리는 시위 또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University of Minnesota at Twin Cities에서 철학(Philosophy)을 공부한 채성민입니다. 본질을 가장 먼저 생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