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대학 휴학을 결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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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지가 1년이 지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두 번째 해를 시작하기 전 필자는 휴학을 결정하였다. 대학 생활의 필수 코스라고 여겨지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의 휴학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다.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교수님들도 휴학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정말 힘들지만 않다면, 만약 단순히 언어 장벽이나 문화 차이 때문에 그렇다면 앞으로 언젠간 마주해야 할 상황이기에 끝까지 버텨보라고 하셨다. 또한, 국제 학생의 경우, 장학금과 재정 지원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필자의 꿈과 비전, 그리고 개인 사정이 있기에 개강을 앞둔 한 달 전에 휴학을 결정하였고, 이 결정에 따른 이유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유학생들과 미래 유학생들이 고려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유학생이 겪는 건강 문제이다. 한국에 비해 기름지고 자극적인 미국 음식을 매일 먹다보니, 쉽게 살이 찌고, 수많은 과제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져 몸이 쉽게 지치고 면역력이 많이 약해진다. 1년 동안 체중계의 숫자가 오락가락하였고,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머리가 빠지고 큰 시험이나 프로젝트가 끝난 뒤 긴장이 풀리면 매번 몸살이 걸리기 일쑤였다. 필자는 이 뿐만 아니라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온종일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이 울렁거리거나 불편하고, 생리 현상도 불규칙해지며, 그로 인해 밥을 거르다 보니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손톱이 갈라지고 머리가 빠지며 생리 주기도 불규칙해졌다.

특히, 한국에 들어오기 한 달 전인 4월에는 끝없는 페이퍼들과 프로젝트, 그리고 기말을 앞두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속이 불편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한 달간은 생식과 저염식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는 현상까지 발생하였다. 병원에 가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 보니 위 운동이 저하되어 소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히, 꾸준히 검진을 받고 소화에 도움이 되는 약을 먹으며 상황이 괜찮아지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은 상태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도루묵이 되거나 더 건강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휴학을 결정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겨왔었고, 유치원 봉사활동을 다녀올 때면 육체적으로는 힘들어도 힐링하며 많은 힘을 얻어오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로 인해 유치원 선생님을 꿈꿔왔었고, 사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교대나 유아교육과를 갈지, 아니면 한국에 있는 작은 국제학교에 입학하여 어렸을 때부터 마음 한켠에 자리 잡았던 미국 유학과 더불어 미국에서 사는 꿈을 향해 한 발자국 가까워질까를 고민하였고, 유학이 필자에게 더 의미 있으며 두 가지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국제학교를 선택하였다.

미국까지 가는데 더 좋은 것을 하라는 부모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직업은 선생님이라는 생각 속에 갇혀 교육학으로 지원하였다. 하지만 마지막 학기에 초등부에서 인턴 선생님으로 일을 하면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일을 맡고는 있지만, 교육학이라는 전공은 너무 길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생겨 내 마음속에 굳건히 남아있던 교육학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식어갔다. 다행히, 필자의 학교는 학생들이 2학년 때까지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여러 분야를 경험한 뒤 전공을 정할 수 있도록 하여,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절대로 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한 수학 수업부터, 아프리카 전통 드럼 수업까지 들으며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서서히 찾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주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 대학교 4년뿐만 아니라 졸업 이후 계획까지 체계적으로 세워져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불안한 상황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은 내가 그려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고, 나는 나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과거에는 용기가 부족해 도전해보지 못하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학업 외에도 동아리나 강연 등을 들으며, 그리고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1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어린이, 청소년 시기의 관계에 관심이 가고, 어렸을 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미래에 하고 싶다. 그로 인하여 발달심리 또는 아동심리를 공부할 계획이고, 얼햄의 심리학 프로그램, 특히 아동/발달 심리 프로그램은 매우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 분야를 배우기 전에,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 공부를 하면, 내가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세 번째로는, 20대에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다. 유학생 신분으로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유학을 하면 재정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가장 크게 심리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주위에 친구들이 있어도 타지에서 느끼는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교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지만, 주당 10시간밖에 되지 않는 시간으로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리고 학교가 시골에 위치한다는 점으로 인해, 그만큼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별로 배우지 못하였다. 물론, 교내에서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교수님들과 함께 교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많이 바뀌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더 큰 세상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바라왔었다.

학기 중간중간과 겨울/여름 방학에 도시 쪽으로 나가보았지만, 단순히 관광하는 느낌만 들 뿐, 직접적인 교류는 전혀 없었다. 그와 동시에 혼자 하는 여행과 해외 봉사에 참여하고 싶었고, 대부분 이런 경험들은 대학생이나 20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해외 봉사는 대부분 한 학기 또는 일 년 단위로 이루어져 있고, 미국 내에서 여행은 단순히 높은 빌딩들과 화려한 전광판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 끝이었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운이 좋게 단기 의료 선교에 선발되어 다녀오고 난 뒤, 대학교에 진학하기 전 일 년 동안 갭이어를 신청하지 않음을 후회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보낸 미국에서의 1년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가는 시기였기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공 수업을 듣기에, 더 시간이 늦기 전에 지금 이 나이에만 즐길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경험해 나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편입이나 재입학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현재 재학하고 있는 학교는 교수님과 학생들의 관계, 학교의 프로그램, 그리고 학생들끼리의 관계가 매우 끈끈하다. 작은 학교다 보니, 학교가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아부으며 교수님들은 항상 학생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세 번째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학교가 너무 고립되어 있다 보니, 교외 활동들이 매우 제한적이다. 겨울방학 때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방문해보니, 그 당시에는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어 거절당하였고, 학기 중에는 몇십 개의 봉사활동 센터 중 국제 학생의 신분으로 봉사할 수 있는 곳은 두 곳밖에 없었다. 또한, 학교가 너무 시골에 있다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었다. 그래서 현재, 소도시나 도시 근처에 있는 다른 리버럴 아츠 학교들을 알아보고 있고, 편입이나 재입학을 계획함에 따라 다시 토플과 ACT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한 발짝 뒤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부모님께 필자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설득을 한 뒤 막상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과연 이것이 맞는 선택인지 생각하였다. 혹여나 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냐는 고민이 눈앞에 가득하였다. 하지만, 찝찝함을 가지고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보다, 다시 뒤돌아가 문제점들을 돌아보고 개선해 나아갈 수 있는 부분들은 고쳐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이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 가서 공부하기 전, 유학에 대한 필자의 관점은 매우 가벼웠다. 유학생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오는 것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고, 조금만 고생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다, 자유가 생기고 나에게 모든 것에 대한 결정권을 주면서 책임감 또한 그만큼 커졌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공허함 또한 필자에게는 크게 다가왔고, 미국에서 F-1 비자를 가진 유학생 신분의 한계 또한 여러 번 느꼈다. 하지만, 여러 번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아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생활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의미있는 1년을 보내었다.

한 학기 휴학을 마치고, 다시 미국에 돌아가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현재의 시간을 즐기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여 나중에 후회가 없는 한 학기를 보내며, 나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 그리고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들 모두 본인에게 최선의 결정을 하며, 살면서 한 번뿐인 경험을 하길 바란다.

안녕하세요.인디애나주 Earlham College에서 Human Development & Social Relations 와 Global Management를 공부하고 있는 박수민 입니다. 미국에 있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