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즈음이었다. 나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대학 입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학교든 괜찮으니 얼른 결과를 통보해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 사이로 합격 여부가 하나 둘 씩 발표되기 시작했다.
나는 덜컥 내가 가장 희망했던 UC Berkeley 대학교 정치학과로부터 입학 통지서를 받게 됐고, 그 사실에 얼마나 기뻤는지 합격 후 며칠 동안은 도통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나는 UC Berkeley로 진학하기 위해선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자각했다.
미국에 처음 유학 온 나를 반겨준 남가주(Southern California)에서 낯선 문화와 가치를 담고 있는 북가주(Northern California)로 거처를 옮긴다는 일은 실로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또한, 버클리의 악명 높은 학업 수준을 고려했을 때 과연 내가 적응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인지에 대한 의문이 슬며시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른 학교가 아닌 UC Berkeley를 택한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 활발한 정치 활동: 버클리는 여타 동부 대학교보다 그 역사는 짧을지 몰라도 정치적인 활동으론 언제나 선두를 달려왔던 대학교다. 교내에는 성 소수자, 여성, 유색인종, 서류 미비자, 난민 등을 망라한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학내 자치 기구가 존재한다. 이는 버클리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깨어 있고 활발한지를 방증함과 동시에 정치학도들에겐 끊임없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버클리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 운동이 활발할 수밖에 없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언론자유 운동(Free Speech Movement)로 1960년대 학생운동의 중심지로 떠올랐고, 따라서 학생들이 어떠한 사상이나 생각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버클리에 깊게 뿌리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높은 학업의 스트레스 때문에 학내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못해도, 교내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정치적 의제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정치학도로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버클리는 나에게 최적의 교육 기관이었다.
- 지리적 장점: 버클리는 버클리 시 (City of Berkeley)라는 도시의 한 가운데 위치한 학교다. 이름에서도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버클리 시는 UC Berkeley 대학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해있는 College Town이다. 따라서 학교 주변으로 여러 종류의 상가나 음식점, 은행 등이 발달해 있어서 멀리 나가지 않고도 학교 근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항상 자동차가 필수였던 남가주에 살던 나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포인트로 다가왔다.물론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 유지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골치 아픈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미국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꼽혔던 샌프란시스코와 근접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양한 문화를 근교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내가 버클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다.
- 저명한 교수진: 캘리포니아주의 지난 20년 동안의 교육 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버클리는 세계 최고의 연구 대학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 업적의 분명 훌륭한 학생들이 만든 것이겠지만, 그 어느 대학의 교수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버클리의 화려한 교수진도 큰 몫을 담당했다.어느 대학보다 많은 노벨상, 미국 과학메달, 튜링상, 필즈상, 퓰리처 상 수상자들과 미국 과학자협회, 미국 공학자협회, 미국 인문학과협회 구성원들이 협력해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꾸려왔다. 이들 덕에 거의 모두 5위 안에 속하는 상위권 수준의 대학원, 전문대학원을 자랑하며, 많은 학과가 세계 및 미국 내 1위의 자리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세계 최고의 학자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일생일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이를 고려했을 때, 내가 버클리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진민균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