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웠던 2020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을 전례 없는 위기에 빠뜨렸으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학생 또한 코로나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2020년 1월, 나는 시작되는 새 학기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자 미네소타 대학교의 겨울은 차가운 공기와 눈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 속에서도 눈 덕분에 아름답게 빛나는 캠퍼스는 내 마음속에 활기를 가져다주곤 하였다.
학기가 진행될수록 많은 양의 과제와 시험 때문에 바쁘게 지냈지만, 전공과목을 들으며 원하는 지식을 쌓고, 수업 중 만나는 이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며 친해지기도 하였다. ‘대학 생활이란 역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게 바쁘면서도 의미 있는 생활이라고 여겼던 일상이 언제까지나 쭉 지속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되고 1달이 조금 넘었을 무렵인 3월,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하여 학교가 폐쇄될 거란 공문이 하달됐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 될 것이며, 희망하는 이들은 본가로 돌아가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도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조치가 시행되자, 내가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본가로 돌아가거나 귀국을 택하였다. 코로나 확산이 심해지고, 미국의 의료체계 수준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학기 끝까지 남아서 온라인 수업을 듣기를 원했다. 학기 중에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자가 격리를 해야 하거니와 시차에 적응해가며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유령도시가 된 캠퍼스에 남아서 온라인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은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대면 수업에 비해 지루함이 가득했으며, 수업이 끝나고 얘기를 나눌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기력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남은 학기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5월 중순이 되자, 코로나로 인하여 길고 길었던 학기가 종료되었지만, 무언가 너무 허무했다.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밖에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새 학기에 접해볼 수 있었던 다양한 경험의 기회들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나는 미국 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나의 기대감에 찬물이라고 끼얹듯, 확진자 수는 매일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0년이 끝나가는 현재, 미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누적 확진자 수가 1,500만 명이 넘어선 미국은 언제 다시 대학 캠퍼스 문을 열지 미지수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이자(Pfizer)에서 개발한 코로나 백신 접종이 12월 14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2021년 1월 학기는 전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미국 대학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일러도 내년 5월까지는 캠퍼스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바쁘고 힘들지만, 이제는 너무나 그리워진 대학 생활. 다시 캠퍼스를 누리며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그 일상이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