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에 몸살 앓는 대한민국… 관련 법 제정 시급
최근 데이트 폭력 관련 신고가 늘면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 집중 단속 결과 9364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8367명이 형사 입건됐다. 데이트 폭력 인원은 매년 평균 7700여 명 수준으로 하루 평균 21명이 연인에게 각종 폭행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만취 상태로 여자친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 후 트럭을 몰아 돌진한 20대 남성이 특수폭행과 음주운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이 같은 데이트 폭력은 점차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애인을 살해하거나 살인 미수로 검거된 가해자는 467명이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화하는 데이트 폭력, 경찰 ‘테스크포스팀 가동’
우리 사회에서 데이트 폭력은 교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저지르는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행위를 말한다. 폭행이나 흉기위협, 강제 성행위, 폭언, 갈취, 통제 등 데이트 폭력은 그 종류와 적용 범위가 넓다.
연일 늘어나는 데이트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데이트 폭력 TF팀’을 가동해 철저한 초기 대응으로 2차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의 경우 가해자를 구속 수사할 방침이며 피해자의 신변 안전을 위해 맞춤형 신변 보호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덩달아 정부에서는 ‘여성 긴급전화 1366’,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피해 상담과 대응법을 안내하며 피해자의 회복을 돕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데이트 폭력은 사회에서 일반 폭력 사건과는 다르게 신고율이 저조한 편이다. 교제하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 상당수가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가정폭력, 성폭력과는 달리 데이트 폭력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없어 2차 피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벼운 처벌 수위 도마 위 올라…
데이트 폭력범죄 처벌 관련 법안 발의 시도
최근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으로 스토킹의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최근 2년간 실제 데이트 폭력 처벌 건수는 503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연인 간 폭력범죄의 재범률은 지난 10년간 76.5%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 사례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수위는 가벼워 처벌에 관한 관련법 개정 촉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데이트 폭력의 특이성 때문에 특례법을 새롭게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 법안은 그간 수차례 발의됐으나 기존 법안들은 스토킹 행위에 형벌을 부과할 범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번번이 막혀 방치, 폐기 절차를 밟았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신속히 격리하는 등의 조치 내용을 포함한 ‘데이트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무산됐다. 그리고 1년 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24인은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등의 문제를 다룬 ‘데이트 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 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중이다.
데이트 폭력 시 적극적 대처로 2차 피해 예방 필요
그러나 단순한 법안 발의로 데이트 폭력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 문제는 범죄로 인식하기보다 단순한 애정 문제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대다수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연인의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무력감을 느끼며 어쩔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폭행뿐만 아니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은 단순한 사랑싸움이 아닌 범죄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당했을 경우 주변에 폭력 상황을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로 2차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안현수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