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뉴욕에 보험업을 하던 보험설계사가 있었다. 어느 날 큰 계약을 성사시키던 중, 고객이 계약서에 서명하다가 그만 잉크를 엎지르고 말았다. 새로운 계약서를 가지러 사무실로 달려간 사이 고객은
다른 보험 설계사와 계약을 마쳐 버렸다. 보통의 보험설계사라고 하면 많이 속상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보험설계사는 고객과 다른 설계사를 원망해 하지 않고, 오히려 그는 잉크가 엎질러지지 않는 펜이
없을까 고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세관의 원리를 이용해 만년필을 만들게 된다. 펜 안에 잉크를 담은
튜브를 넣어 잉크가 엎질러질 가능성을 없앤 것이다. 그가 바로 ‘워터맨펜컴퍼니’ 설립자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이다.
만년필의 원리인 모세관 현상은 액체가 관을 타고 이동하는 현상인데, 관이 얇을수록 잘 이동한다. 펜촉에는 가느다란 틈이 있는데, 이 부분을 ‘슬릿’ 이라고 한다. 슬릿은 중간 부분까지 작은 틈으로 분리되어 있어 잉크가 모여 있지만, 끝부분은 닫혀 있어 잉크가 새지 않는다. 종이와 같은 지면에 펜촉이 닿는 순간 종이로 잉크가 옮겨가는 모세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펜촉(닙)의 크기는 일반적으로EF(Extra Fine), F(Fine), M(Medium), B(Broad), S(Stub), O(Oblique) 나뉜다. 제조사마다 만드는 촉의 크기가 천차만별이라 구매 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크기에 따라 샤프심 0.5mm, 0.7mm 처럼 완전히 다른 느낌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글씨 굵기에 따라 선택이 필요하다. 가격대별로 많은 만년필이 있는데, 아래는 추천하는 만년필 브랜드이다.
라미 사파리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여 만년필 입문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구매하는 만년필이다. 대략 4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고, 이 가격대에서는 라미 사파리만한 만년필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평이다.
펠리칸
펠리칸은 가장 기본에 충실한 만년필 브랜드라고 알려져 있으며, 특유의 부드러운 필기감과 피스톤-필러 잉크 주입 방식을 통해 잉크를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어 많은 만년필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추천하는 모델은 펠리칸 M200와 M400 이다. M200은 우리나라 고시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펜으로 알려져 있다.
몽블랑
‘만년필’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대표 브랜드가 바로 몽블랑일 것이다. 그만큼 몽블랑은 가장 대표적인 명품 만년필 브랜드이다. 몽블랑의 만년필 중에서도 마이스터스틱 149는 몽블랑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만년필이자 만년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소장하고 싶어 하는 만년필이다. 이 만년필은 마이스터스틱 중에서도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바디만 큰 게 아니라 대형 닙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보다는 서명용 만년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만년필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습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다이어리의 작은 칸에 써도 될 정도로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만년필을 오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관리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사용 후에는 반드시 캡을 닫아 잉크의 증발을 최소화하고, 보관할 때에는 펜 촉을 위로 향하게 두어야 한다. 또한 사용 시에는 강하게 눌러 쓰지 않아야 한다. 아낀다고 보관만 하는 것도 만년필에 좋지 않다. 오래 쓰지 않고 방치하면 피드가 막히거나 닙에 잉크가 말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만년필을 사용하거나,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시엔 잉크 카트리지와 컨버터를 분리하고 펜촉을 세척하여 보관해주는 것이 좋다.
곽인욱 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