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타지에서 우울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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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년 전, 처음 유학길에 올라 쿼터와 니켈을 구분하는 것 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그 때, 내가 가장 싫어했던 소리는 자명종 알람소리였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학교에 가기싫어도 아니었다. 그 소리를 싫어했던 그 이유는,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고나면 찾아오는 적막감과 이른 아침의 고요한 어둠이 “너는 혼자야” 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 기분이 너무 슬퍼서 나는 항상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혼자 놀라며 깨곤했다. 마치 악몽을 꾼 것처럼.

그 시절의 나처럼 많은 유학생들이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을 겪는다. 그런데 우울해 할 여유가 없다. 타지에서 드는 몇 십 배 가량의 학비와 생활비를 생각한다면 사실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사치일지 모른다. 투자 한 만큼 성공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은 유학생들에게 더 큰 마음의 짐을 얹으며 그들을 우울증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만일 지옥 같은 곳을 지나가고 있다면 최대한 빨리 지나가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만약 당신이 지금 타지생활로 인한 우울증을 겪고있다면 이 글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실 여전히 나는 인천공항에서 가족을 등 뒤로 하고 홀로 유리문을 통과할때면 이제 곧 혼자 건너야할 태평양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벌써 엄마의 따뜻한 집밥이 그립고 막내동생의 어리광이 생각나곤 한다.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 지지 않는 그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몇 년간 오늘까지도 꼭 기내에 지니고 타는 책이있다. 바로 이지성 작가의 ‘스무살, 절대 지지 않기를’ 이라는 자기계발서이다. 이 책을 읽는 나에게 작가는 몇 십번을 반복해서 말한다. 넌 잘될 거야. 정말 잘될 거야. 진짜 잘될 거야. 이렇게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마지막 장의 응원까지 읽어내려가면 신기하게도 막막했던 마음이 싹 가시곤 했다. 약해졌던 의지 또한 다잡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당신이 타지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또 한 권의 위로가 되어 주는 그런 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바쁜 생활을 유지하는 것 또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불필요한 생각들은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낼 때 나타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나 페이스북을 구경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운동을 하거나 관심사에 따른 각종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몰두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좋다. 부정적인 감정에 갇혀 흘려보낼 수 있었던 시간이 발전적인 시간으로 승화 될 것이니.

아울러 타지에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드는 것 역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처음 유학길에 올랐을 때, 무언가를 먹으면 다 게워 낼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외로움을 공감해 주고 등을 토닥여 주었던 좋은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편한 공간 또 익숙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는 것은 단연 본인만의 일이 아니므로 유학생으로서 느끼는 향수를 부끄러워하지 말아야한다. 나는 외국에서는 현지인과만 어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한국 학생들을 종종 보았다. 처음 유학을 결정한 뒤, 나 역시 ‘성공적 유학생활을 원한다면 한국인들과 가급적 어울리지 말라’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는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결정이지만, 만약 그 이유가 단순히 ‘외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인을 기피해야 한다’라는 조바심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 해 보기를 바란다. 같은 환경에 있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것 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며 누구보다도 당신이 처한 상황에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인과 현지인들 사이에서 균형있는 관계를 유지하는것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하다.

“복에 겨운 소리다”

고민하는 당신에게 분명 누군가는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저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당신은 배 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분명 힘들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이 나라에서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일은 몹시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당신은 복 받은 것이 맞다. 당신은 지금 느끼는 이 막막함을 이겨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복 받았다. 현재의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 훗날 그 어떤 것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힘든 오늘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당신은 복 받은 사람이니까.

안녕하세요! USC에서 Communication 전공중인 3학년 권수완입니다. 대학 졸업 후 방송국 PD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College Inside 기자단 활동을 통해 재학생만이 알 수 있는 USC에 관한 정보들, 그리고 7년차 유학생으로서 미국 유학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나누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