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로 인한 뉴욕 Stony Brook 대학생들의 한국 걱정
“많이 걱정되죠. 당연히.”
뉴욕 Stony Brook 대학교에서 응용수학 통계학을 전공하는 신민철(27) 씨는 매우 걱정된다며 요즘 평소보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자주 한다고 한다. 바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을 덮치고 있는 COVID-19(우한 폐렴/코로나바이러스)때문이다.
개구리가 울고 봄이 온다는 경칩이 지났지만 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스프링 브레이크가 일주일 남짓 남았지만, Stony Brook 대학교 한국 유학생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2월 19일까지 확진자 수가 20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100명을 넘어섰고 일주일도 안 되어 1,000명을 돌파했다. 증가세는 더욱더 수직상승해 2월 29일에는 하루에 813명의 확진자가 추가되어 3,150명에 이르렀고 또 일주일이 지난 한국시간 기준 3월 9일 현재 두 배가 넘어 확진자 7,382명, 사망자는 51명으로 확인됐다.
전례 없는 전염병에 공포에 휩싸인 한국을 바라보는 한국 유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에 있으면서도 불안하기만 하다.
“어머니가 이번 바이러스와 상관이 없는 분야의 간호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병원에 근무하셔서 불안하다.” 인천 연수구의 사는 민철 씨의 가족은 이미 작년부터 중국발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황사 및 미세먼지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비해놓았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마스크는 많이 있지만, 사태의 장기화와 멈추지 않는 증가세가 걱정이다.”고 했다.
대구와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밀집된 강원도와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예년 같았으면 새 학기의 설렘과 벚꽃을 기다리는 커플이 가득 찰 길거리는 어딜 가나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거리에 사람이 안 보인다고 한다. 남동생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피하게 됐다더라.”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한 채 답답하다고 돌아다니는 일부 확진자들 때문에 생긴 일이다. “오히려 저마다 차를 끌고 나와 올림픽대로 등 안 그래도 밀리는 도로가 더 밀린다.” 고 했다.
기술경영 전공인 또 다른 유학생 조강민(22) 씨는 한국의 집 주위의 상가와 마트 등 확진자의 동선이 부모님이 자주 가는 인천 송도의 아웃렛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동선을 알려줘서 좋지만, 오히려 더 불안할 것 같다”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가족들이 확진자와 같은 날 아웃렛을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생활반경 내 위치한 아웃렛이라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확진자가 다녀간 상가와 마트는 방역을 위해 일시 폐쇄조치가 내려졌고 확산과 전염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 준비를 위해 마트에 나가는 일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한 상태다.
“괜히 꺼려지고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잘 안 나가게 된다”면서 응용수학 전공인 조인경(24) 씨는 요즈음은 어머니가 일주일째 집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퇴근 하실 때 필요한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사서 들어오신다. 나가지를 못하니까 배달 횟수가 늘었다고 한다.”
그마저도 생필품이 마트나 가게에 많이 있는 상황이 아니고 시중에서 눈에 띄게 사라지는 것이 있다. 요즈음 한국 약국이나 우체국에서 사람들이 사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필수품 마스크다. 마스크 5부제, 생산량을 2배로 늘린 국내 마스크 공장 등 마스크 공급책에 대한 많은 혼선이 있었지만, 아직도 마스크를 항상 쓰는 게 좋은지 의견이 분분하다.
강민 씨는 “그래도 있으면 좋다고 한다. 없어서 걱정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강민 씨 가족도 민철 씨와 마찬가지로 작년에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서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심리학과 전공인 강휘언(24) 씨는 “우리 집에 마스크가 200개가량 있는데 부모님 두 분 다 의사라 부모님은 가족 걱정은 없는데 약국 앞에서 줄 서서 기다려도 못사는 사람들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예상 밖의 COVID-19가 터져 마스크를 미리 구비해놓은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마스크 사재기를 비롯한 판매 사기 및 매점매석이 비일비재하게 되자 한국 정부는 공적 마스크를 약국과 우체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 이후 전국 약국과 우체국 등에서 마스크를 구하려고 긴 줄이 형성됐는데 그마저도 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에서는 확진자가 줄이 끼어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민철 씨는 본인의 여자친구가 회사에서 주는 마스크를 그동안 사용했는데 회사도 공급량이 부족해 이제는 못 받는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가 이탈리아에서 온 외국인이라 어떻게 어디서 마스크를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약국 앞에서 1시간을 기다렸는데 결국 모두 소진되어서 못 샀다고 해 불안감이 크다.”
마스크 품절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COVID-19가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던 1월 말 즈음 이미 미국에서도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마존에서 주문하려고 보니까 한 달이 걸린다더라. 그 정도 기간이면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취소하긴 했는데 1월 말인데도 못 구할 줄 몰랐다.” 민철 씨가 아마존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현시점은 어떨까. Duane Reade 같은 오프라인 상점에는 아직도 추가 물량이 들어오지 않았고 온라인도 여전히 빠른 배달이 불가능한 상태다.
“미리 사태를 파악한 중국인들과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미 가져가고 없다.”며 13년 동안 뉴욕에서 거주하고 최근 2년 동안 Stony Brook 대학생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한 허숙희(53) 씨가 말했다. “Hicksville과 Flushing의 한인 마트를 갔더니 이미 중국인들이 쌀이며 음식이며 다 사재기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미국에도 곧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라는 미주 중국 신문들의 보도를 보고 발 빠르게 중국인들이 주변 대형 마트들을 포섭한 것이다. “코스트코도 마찬가지다. 한 점원이 중국인들이 고기를 싹쓸이해갔다고 말해줬다.”
COVID-19의 미국 내 확산은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의 일이 이제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2월 말부터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3월 8일 현재 뉴욕주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105명이며 맨해튼을 비롯한 뉴욕시는 12명이다. 뉴욕시 Department of Health에 따르면 격리된 인원만 해도 2,7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공포는 뉴욕시에 머무르지 않고 점점 롱아일랜드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Stony Brook 대학교와 인접한 Nassau County에서 다섯 명의 확진자가 생겼고 현재 지역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허숙희 씨를 비롯한 Stony Brook 유학생들은 대학교가 위치한 Suffolk County도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교 내에는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지역 유일의 뉴욕 주립 대학병원이 자리 잡고 있어 언제든지 확진자가 많아지거나 상태가 위중해지면 Stony Brook 대학병원으로 이송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우려다.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Stony Brook 대학교는 부총장이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국무부와 CDC에서 내놓은 중국, 한국, 이탈리아로의 불필요한 여행 금지 및 해당 국가에서 도착 시 2주간의 자가격리하는 가이드라인을 강조했다. 이상 증상 시 즉각 보고와 올바른 손 씻기 요령도 공유하였으며 상황이 타개될 때까지 모든 종류의 지원을 한다고 했다.
3월 개학과 개강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은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개학 및 개강을 미뤘으며 이탈리아에서는 200명에 다다르는 사망자가 나오자 바로 모든 교육기관의 휴교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아 뉴욕주도 확진자 많아지거나 사망자가 나올 시에 비슷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침만을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과 한국의 사례에서 봤듯이 하루에 1,000명 정도 확진자는 가뿐히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며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이경복(22) 씨는 본인의 청결도 중요하지만 다 같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학 물리 분야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신규백(38) 씨는 “이전 확진 사례에서 보듯이 말만 섞어도, 같은 엘리베이터만 타도 확진이 된다고 한다.” 라면서 “한국과는 달리 아직 여기는 그나마 안전하지만 최근 주변 지역에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국지적인 문제를 넘은 것 같다. “고 했다. “아직 나의 문제가 아니라 경각심이 덜 드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손 씻어야겠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인경 씨가 말했다. “한국 집은 고양시 일산인데 초기에 3번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방역 등 예방을 철저하게 해서 더 이상 추가 확진자가 생기지 않은 것 같다.”
인경 씨는 “오버스러울” 정도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선을 속이는 확진자가 있는데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동선을 속이지 말고 서로서로 조심하고 본인 몸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라면서 아버지가 퇴근하실 때 현관에서 소독 스프레이로 간이 방역을 하는 “웃픈 상황”을 연출한다고 했다.
민철 씨와 강민 씨는 5월이면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 둘 다 어서 빨리 모든 확진자가 완치되고 모든 조치가 해제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통 두 달 전에는 비행기 표를 사야 하는데 아직 사지도 못하고 있다. 제때 들어갈 수만 있다면…….”
강민 씨는 “다들 건강하게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환율이 올라서 걱정.”이라며 당부했다.
바이러스보다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고 숙희씨가 말한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서 서로서로 헐뜯지 말고 믿는 세상, 누가 걸렸을까? 너야? 나인가? 라면서 의심하지 않고 건강한 세상이 다시 오면 좋겠다.”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아니잖아요.” 경복 씨가 말했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족과 연인을 위해 더 조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