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칼포커스 UC 버클리 챕터에서 최근 샌프란시스코 필모어 스트릿에 간판없는 갈색문의 레스토랑 모수 (MOSU)를 오픈한 안성재 셰프님을 만났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수석셰프에서, 본인만의 레스토랑을 열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0. 인터뷰에 앞서 기본적인 정보, 이름과 나이 생년월일은?
이름은 안성재, 1982년생. 현재 34살.
1.미슐랭 스타를 받은 세 곳의 레스토랑에서 일하신 경력 때문에 미슐랭 스타쉐프라는 타이틀이 항상 딸려올텐데, 본 레스토랑을 열기까지 그 부담감이 대단하지 않았나?
미슐린스타 셰프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내가 총 책임지는 비즈니스이기에 오는 부담감이 더 크다. 모든 직원에 대한 책임감과, 당장 가게가 안되면 렌트비를 못 내기때문에 (웃음) 현실적인 문제에서 오는 부담감이 더 많다. 그래서 조그만 일 하나하나 다 신경이 쓰이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하고있다.
2. 셰프님 관련 기사에 self-taught chef 라고 나와있었는데 어떻게 요리를 혼자 배운건지?
Self-taught chef는 기사가 잘못나간것 같다. 멘토를 잘만나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들에게서도 배우고 지금도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들한테서도 배우고 있다. 다 다른 세상에서 내가 하지 않은 다양한 경험을 했을거고. 그래서 서로 이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하면서 서로 배우는 것같다. 그런 의미에서 self-taught는 아닌 것같다.
3.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 구체적인 시기와 계기는?
요리를 시작한 것은 미군 제대하고 나서 우연치 않게 요리사하면 어떻겠냐 하는 사촌동생의 제안으로 그 날 바로 Pasadena의 르꼬르동블루 요리 학교에 sign up 하게 되었다. 근데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접 현장에서 요리를 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것을 배웠다.
4. 부모님께서 중식레스토랑을 운영하시고 계신데 거기서 받은 영향이 있다면?
그때는 요리사를 하기 싫었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경험이 참 값지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께 감사하다. 부모님 덕분에 나도 모르게 요리사가 되기 위한 기본기를 차곡차곡 쌓은 것 같다.
5. 오랫동안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일식, 프렌치, 한식, 등등의 요리를 선보이셨는데요, 이 과정에서 얻은 기술이 셰프님만의 요리를 개발하는데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
나는 자신만의 요리 방식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상당히 거만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어떠한 요리방식이든 여태까지 배운 것을 활용하여 거기에 기초를 두고 나 자신만의 요리를 표현해내는 것이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상적이고 독창적인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철저한 전통적인 테크닉 안에서 뭔가 새로운 걸 개발하고 싶은 열망과 욕심이 있어서 컨템포러리 퀴진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6. 모수(Mosu)의 컨셉은 무엇인가?
모수의 컨셉은 안락함과 따스함, 그리고 자연이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따뜻한 느낌을 살렸고 정갈한 느낌을 담았다. 그러나, 컨템포러리 퀴진이라는 주제에 맞춰 모던함과 깔끔함을 더했다. 음식에도 이러한 주제를 최대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혼란이 없도록 정확한 컨셉을 가지고 하도록 한다. 여긴 요리가 15코스로 고정돼서 나오는데 내가 무작정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동료들과 같이 아이디어를 짜서 가장 이 컨셉에 맞도록 하고, 이것이 이 다이닝 공간과 내 음식의 캐릭터, 그리고 서비스의 흐름에 맞도록 하나가 되게 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인다.
7. 요리할때 셰프님만의 규칙이나 습관이 있다면?
나는 요리할 때 스탠다드를 가지고 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못하면 음식이 잘못 나오거나 서비스가 잘못됐을때 사람들은 그거에 대한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안성재 셰프”를 뭐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밥먹는 문화, 즉, 다이닝 문화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스탠다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조금만 잘못하면 뭐라고 컴플레인이 바로 들어온다. 따라서, 규칙이라 하면 내가 가진 이 스탠다드를 지키는 거라고 하겠다.
8. 셰프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셰프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기본 테크닉과 청결함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해도 부족한 요리로 보인다.
9. 코스요리를 선보이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우리는 고정된 메뉴만 선보이기에 손님들은 선택권이 없다. 열다섯가지 코스가 정해진대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손님들이 다 좋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것을 찾기보다 “안성재 셰프”라는 사람이 하는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 온다. 그러나, 이 코스 요리가 다 입맛에 맞기는 어렵다. 고정된 요리만 내놓을 수 있는 코스 요리의 특성 탓에 모든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는 까다롭다. 때문에, 코스 요리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감당하고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
10. 최근 오픈하신 레스토랑 ‘모수’는 테이스팅 메뉴만 선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항상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은 많다. 그러나, 부담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 뭔가 새로 개발한다는게 즐거움이 안되면 내가 보기엔 이런 요리사를 할 수 가 없는것 같다. 나는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편인것 같다. 내가 예전에 일했었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The French Laundry라는 곳은 매일마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다. 때문에 그 곳은 일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곳이었다. 셰프가 와서 오늘은 어떤 재료가 들어오는지 알려주고 곧 요리사들은 그들의 매니저한테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보고를 한다.
그러면 매니저는 그 요리가 가능한지, 정해진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재료가 충분히 있는지 알려준다. 이와 같은 생활이 나의 일상이었고 일과였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했고 자기 전에 미리 다음날 만들 요리를 생각해내지 못 하면 식은땀을 흘리며 밤을 새야만 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본능적으로 매일 새로운 메뉴개발을 위한 생각을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근데 그런 곳에서 일을 하지 않았던 친구들한테는 그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11.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요리에 능하신데, 그 중 가장 매력적이고 빠져드는 양식은? (예) 한식, 프렌치, 일식
나는 일식에 굉장히 능하다. 전에는 스시맨이 될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 일본사람같이 행동하면서 기모노를 입으며 스시맨으로서 살아가는것은 좀 아닌것 같아 The French Laundry로 가서 다른 양식의 요리를 배웠다.예전에는 일본음식에 푹 빠졌었는데 요새는 한국 음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한국의 전통 음식 재료인 장을 직접 만드는데 비율 같은 것을 달리해서 장의 향과 강도를 바꾸어 보며 여러가지 맛을 내보려고 한다.
내가 하는 요리는 컨템포러리 퀴진이라 음식에 적당한 강약을 넣어야 한다. 때문에 나의 요리에 한식의 영향을 넣고 싶어도 너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면 이 적당한 강약을 넘어서버려 요리의 섬세함을 망칠 수 있다. 따라서, 내가 배웠던 여러 테크닉을 사용하여 나의 퀴진의 흐름에 적정선에 맞추어 한국 음식의 특징과 맛을 많이 첨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12. 전통 요리를 선보이지 않고 컨템포러리 퀴진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그걸 잘한다. 전통적인 요리를 먹는 것을 더 좋아하긴 한다. 정말 그것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정말 전통적인 것은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것에서 장점만 빼내어 컨템포러리한 요리를 만든다면 그게 정말 멋있는 것이다.
너무 시대를 앞서나가거나 화려한 것보다 섬세하면서 예전의 멋과 미를 잘 녹아내어 살리는 게 내가 선택하는 퀴진에 대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13. 컨템포러리 퀴진이니만큼 정말 다양한 식자재를 사용하실텐데 이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식재료의 맛의 충돌은 어떻게 극복하는가?
이겨내야한다. 그것말고도 여러 문제가 많이 있다. 근데 요리사가 할 일이 그거다. 맛의 충돌을 막는 것. 소믈리에랑 같이 와인페어링도 하고 테이스팅 메뉴의 플로우를 방해하지 않고 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요리 컨셉에 대한 것들을 여러번 상의도 하고 맛도 본다.
14. 셰프님의 주 특기는 퓨전이신데, 극명하게 다른 요리들을 퓨전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일본 음식이든, 한국 음식이든, 양식이든 모두 코스마다의 느낌이 있고 스타일이 있다. 퓨전을 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레벨의 섬세함을 가지고 있는 것들 끼리 묶는다. 때문에, 퓨전인 요리를 먹으면 이건 한국 음식이다 혹은 중국 음식이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고 그저 중국 요리 같지만 한국 요리 같은 맛있는 요리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따라서, 퓨전은 각 나라 요리의 장점을 잘 살려서 이를 융합하여 서로 비슷한 느낌의 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요리들을 퓨전하는데 어려움은 별로 없는 것 같다.
15. 요리를 개발하는데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하다.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한번은 라이온킹 뮤지컬을 와이프랑 같이 보러 갔는데 그 색감에 너무 취했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 그 색감과 느낌을 살려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뿌리 채소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그 색깔을 그냥 표현하고 싶었다.
16. 본인 요리중 시그니쳐 메뉴에 대한 설명과 어떻게 개발 되었는지 스토리를 알려주실 수 있는가?
모수에서 가장 히트한 메뉴가 있는데, 바로 매생이 국이다. 푸아그라를 샤브샤브 스타일로 살짝 국에 담그고, 코리안 바베큐 스타일로 요리한 일본 남부의 특산물인 작은 오징어, 그리고 좋은 쌀로 만든 누룽지가 한상에 나온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맛 뿐 아닌 느낌도 함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밥, 반찬, 국보다 더 한국적인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손님들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이 오셔서 이 메뉴를 맛보면, 마치 생일처럼 특별한 날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신다. 한국에서는 흔한 국이지만,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떻게 메뉴에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매생이 국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새롭게 다가가는 것 같다. 재료도 가장 좋은 품질의 것으로 구하려 노력한다.
17. 여러 식당에서 수석셰프로 일하셨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과 그의 시그니처 디쉬는 무엇이었나?
모두 기억에 남지만, The French Laundry를 오픈하신 토마스 켈러 셰프가 해준 말이 있다. ‘요리사로써 가장 맛있게 만든 음식은 전에 만든 음식이 아닌 다음에 만들 음식이다’ 라는 말이다. 한번은 내가 만든 요리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셰프님께 자랑스럽게 보여드렸더니, 셰프님이 지금 만든것에 만족하기보다 다음 요리를 더 잘 만들 것을 고민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 인상깊게 다가왔다. 새로운 음식을 계속 창조해야 하는 요리사에게 꼭 필요한 말인 것 같다.
18. 모수(Mosu)만의 장점, 다른 레스토랑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차별되는 것은 음식이다. 다른곳보다 맛있다는 것보다 요즘 트렌드보다 유니크하다. 요리사 친구들이 와서 먹어보더니 하는말이, 굉장히 너답다. 딱 Sung이 만든 음식이구나 하고 느꼈다고 했다. 모수만의 캐릭터가 형성이 되어간다는 것이 좋다. 앞으로도 그 캐릭터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것이 목표다.
19. 요리사로써 동경하는 롤모델이 있나?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레스토랑 베누에계신 Cory Lee셰프님이다. 처음 프렌치 론드리에서 나를 고용해주셨고, 모수를 오픈할때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존경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기 때문에 꼽는다.
20. 코리리 셰프님께서 셰프님을 발견하셨던 것처럼 셰프 지망생들을 멘티로 키우실 생각은 없으신지?
멘티는 만드는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다른곳에서 주방장을 하던 시절, 나에게 매번 혼나고 욕을 먹던 친구가 있었다. 나중에 내가 그 레스토랑을 떠나고 한국에 있을 때에, 그 친구가 자기가 개발한 음식이라며 나에게 보여주고 모든 영향이 안성재 세프에게 왔다고 말하는데 정말 보람이 있었다. 나도 내가 배움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서로 뿌듯하고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1. 셰프로서의 최종적인 목표, 이루시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사실 나는 단기적인 목표밖에 없다. 스물 세 살 즈음에 처음 요리를 시작했는데, 그때의 꿈은 내가 서른이 됐 을때에 총 주방장이 되는 것이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11월 말 즈음 갑자기 총주방장이 되었다. 그때는 또다시 서른다섯 전에 내 가게를 오픈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정말 서른 네 살에 지금의 가게를 오픈하게 되었다. 꿈이라기 보다는 짧은 목표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조금씩 이루어 나가면서 나중에도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2. 마지막으로, 셰프님은 다이닝 경험이 손님과의 소통을 통해 생겨나는 가치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셰프 본인의 작위적인 세계를 선보이는 매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모수’는 반반이다. 좀더 캐쥬얼한 음식점은 손님이 중심이지만, 이곳은 손님만이 중심일 수 없는게 이곳에 오는사람들은 내가 하는 음식에 관심을 두고오신다. 그래서 나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손님들을 만족시키려 노력하기때문에 반반이다. 모수가 특이한 점은, 음악이 없다.
주방에서 나는 소리와 내 말소리, 그리고 시끄러운 필모어 거리의 소음이 전부다. 나는 손님들이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만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고싶다. 조용히 이야기를하든,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든 그것은 손님들의 자유다. 왜 음악이 없냐는 불평을 많이 듣지만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레스토랑이 허전할 수는 있지만 그 허전함을 음악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작성: 정지연 기자 / 박온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