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을 뜨겁게 달군 카일 리튼하우스(Kyle Rittenhouse) 총격 사건: 사건 배경과 재판 결과, 그리고 주요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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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정헌법 2조. 독립전쟁 이후 개인의 자유 보장을 위해 제정된 10개의 수정조항 중 2번째 항목을 뜻한다. 총기소지 및 민병대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출처: Wall Street Journal]
미국의 수정헌법 2조(2nd Amendment)는 흔히 총기소지를 허용하는 법안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정헌법 2조는 “민병대를 구축해 각 주(州, State)의 안보를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총기 소지의 이유로 내세운다. 필요에 따라서는 민간인의 무장행동을 합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주에서 시민에게 공권력 행사의 권한을 부여하는 시민체포법(Citizen’s Arrest Law)을 채택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민체포법을 빌미로 한 혐오범죄 및 사적제제 등의 악용 사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몇몇 주에서는 시민체포법을 아예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개인의 자유와 안전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이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머지않아 총기소유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 나아가 좌우 전체의 진영 갈등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최근 국내 언론에서도 짤막하게 다뤄진 카일 리튼하우스(Kyle Rittenhouse) 총격 사건이다.

<사건 배경 및 경과>

케노샤 시위현장 인근의 중고차 판매점 인근을 순찰 중인 자경단의 모습. 왼쪽이 카일 리튼하우스이다. [출처: USA TODAY]
미국 현지 기준으로 2020년 8월 28일, 일리노이 주에 거주 중이던 만 17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는 위스콘신 주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90,000명 규모의 소도시 케노샤(Kenosha)로 향했다. 당시 시점으로부터 약 2주 전 경찰이 제이콥 블레이크(Jacob Blake)라는 한 흑인 남성에게 총기를 발포해 블레이크의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대규모의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이후 시위 양상이 폭력적으로 변질됨에 따라 케노샤 주민들은 무장 자경단을 모집하기 시작했으며, 리튼하우스 또한 케노샤에 거주중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이곳에 합류했다.

 

자경단원들의 임무는 시위대 속에 섞여들어가 약탈을 일삼는 좀도둑들로부터 상점가를 지키는 것이었으며, 자경단원들에게는 총과 소화기가 각각 주어졌다. 리튼하우스의 경우 아버지의 자택으로부터 100m 가량 떨어진 중고차 매장에서 소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때 3명의 폭도가 현장에 들이닥치게 된다. 절도를 목적으로 현장에 난입한 이 3명의 백인 남성은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현장 일대에 방화를 저지르고 쇠파이프로 차량을 파손하던 중이었다. 자경단원들은 이를 제지하려 했으나, 이들은 쇠파이스와 권총으로 자경단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리튼하우스는 잠시 현장에서 물러났다가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AR-15 소총을 들고 왔으며, 폭도들 중 한 명이 위협사격을 무시하고 권총을 꺼내들자 이에 반격하기 위해 사격을 가했다. 이 중 2명이 현장에서 즉사했으며, 권총을 들고 있던 나머지 1명은 팔에 총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리튼하우스는 몇 시간 뒤 인근 경찰서에 자수했다.

<언론 및 정치권의 반응, 재판 결과, 그리고 미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무죄가 확정되자 변호인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카일 리튼하우스의 모습. [출처: ABC News]
그러나 사건 이후 CNN, 워싱턴포스트 등의 일부 진보성향 언론사에서는 리튼하우스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보도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했으며, 이로 인해 “리튼하우스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살인자다”라는 여론이 진보진영에서 형성되었다.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 역시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리튼하우스를 에둘러 비난했으며, 일각에서는 리튼하우스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행렬에 사격을 가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수진영, 그 중에서도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리튼하우스 구명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폭스뉴스 앵커인 터커 칼슨(Tucker Carlson), 그리고 대표적 극우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를 비롯해 굵직한 보수-극우진영 인사 및 단체들이 리튼하우스의 구명을 위한 대대적 모금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나아가 폭도들이 BLM 시위대의 일부이기 때문에 BLM 자체의 의미 역시 퇴색되며, 이번 사건이야말로 총기소지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단순 정당방위 사건이 좌우 진영의 정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리튼하우스의 거주지가 아버지의 집에서 차로 30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점, 3명의 폭도들이 모두 시위대와 일절 관련이 없었을 뿐 아니라 성폭행, 절도, 방화 등 화려한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살아남은 1명의 폭도가 리튼하우스에게 권총을 겨눴다는 사실을 자백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리튼하우스는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리튼하우스는 석방 직후 진행된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은 정당방위이며, 허위보도를 일삼은 언론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BLM을 비롯한 인종차별 반대시위의 메시지 자체에는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사건이 진영갈등을 촉발시키는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에둘러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으로 인해 일부 극우 인사들마저 이를 빌미삼아 리튼하우스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과 인터뷰 중인 리튼하우스의 모습. 칼슨은 모금활동과 앵커브리핑 등을 통해 리튼하우스를 끊임없이 변호해온 대표적 유명인사이며, 동시에 보수-극우층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리튼하우스는 그와의 인터뷰에서 BLM의 취지 자체만큼은 인정한다고 발언하며 보수 진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 CNN]
가짜뉴스 유포로 정쟁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고 리튼하우스를 고통받게 한 진보진영, 그리고 직접적인 책임은 없을지언정 이를 십분 역이용한 보수진영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은 리튼하우스가 겪는 고통 자체에 공감하기보다 그가 처한 상황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기 바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 수년간 미국 사회가 인종, 계층, 지역에 따라 양분되었기 때문이다. 자기방어를 위한 총기 사용만큼은 인정했으나 이제 총기 자체를 죄악시하는 진보진영, 그리고 인종이론의 허와 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했으나 이제 인종이론 자체를 교육에서 배제하길 원하는 보수진영의 모습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차례의 총격이 의외로 미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 셈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쟁점>

아머드 아버리(左)는 2020년 8월 자택 인근에서 조깅을 하던 중 트래비스(우측 중간) – 그레고리(우측 상단) 맥마이클 부자(父子)의 총에 맞아 숨졌다. 맥마이클 부자의 이웃이었던 윌리엄 브라이언은 직접 사격을 가하진 않았으나, 현장에 동행해 사살 장면을 촬영했다.

한편으로는 자경단 또는 민병대의 실효성,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자경단을 둘러싼 굵직한 사건이 2차례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리튼하우스 사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앞선 2020년 5월 조지아 주 브런스윅(Brunswick) 시에서 두 백인 남성이 조깅 중이던 흑인 남성 아머드 아버리(Ahmaud Arbury)를 샷건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퇴역 경찰관이었던 그레고리 맥마이클(Gregory McMichael)과 그의 아들인 트래비스 맥마이클(Travis McMichael)은 지명수배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아버리를 쫓아가 총을 겨눴고, 아버리는 이에 저항하다 수차례의 사격을 받은 뒤 현장에서 사망했다. 맥마이클 부자의 이웃이었던 윌리엄 브라이언(William Bryan)이 사살 과정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브런스윅 시 경찰은 맥마이클 부자의 행동을 시민체포권에 입각한 공권력 행사 중 발생한 실수로 간주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당시 브라이언의 영상을 입수한 뉴욕타임스의 후속보도로 인해 사건이 공론화되었다. 재심 절차 끝에 이들은 지난 11월 25일 유죄가 확정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의 여파로 인해 조지아 주는 올해 5월 시민체포법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아버리 살인사건은 리튼하우스 사건과는 정반대로 민간의 공권력 행사권이 오남용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앞선 리튼하우스 사례의 경우 그 동기와 적법성이 입증되긴 했으나, 민간의 공권력 행사 과정을 수사기관이 직접 검증해야 했다는 점은 맥마이클 부자의 사례와 동일하다. 적법한 절차이든 오남용이든 최종적으로는 경찰, 검찰, 그리고 여타 법조기관이 그 적법성과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진보진영에서는 총기소지와 더불어 수정헌법 2조의 민병대 관련 조항을 비판하고 있으며, 개인의 총기소지 자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일부 보수진영 역시 이러한 점을 들어 경찰이나 주 방위군의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