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가 LA에 그린 벽화…400만불 건물이 3000만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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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영국 출신의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Banksy)는 소위 벽화(Mural Art) 작가이자 그래피티(Graffiti) 작가로 알려져 있다. 뱅크시는 특유의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의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영국 거리 곳곳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한 인상적인 그림을 남기며 알려졌는데, 그래피티가 기본적으로 다른 이의 재산을 훼손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되는 탓에 (체포되지 않기 위해) 인적 사항을 철저히 숨겨야 했다. 그래서 아직 그의 신상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그의 벽화에 담긴 시대 상황 즉 전쟁, 기아, 난민, 환경, 국가권력 등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의식에 공감하고 열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 가격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이 얼굴 없는 화가는 지난 2018년 10월 5일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2000파운드(약 142만 달러)에 팔린 자신의 그림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를 낙찰 직후 액자에 설치해 둔 장치로 갈가리 찢어버렸다. 이 작품은 지난 2021년 같은 소더비 경매에서 3년 만에 20배에 가까운 1870만 파운드(약 2557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런 뱅크시의 작품이 LA다운타운에 있다. 2010년 작품제작을 위해 LA에 머물던 그는 다운타운의 한 건물 벽에 ‘그네 타는 소녀(Swing Girl)’로 알려진 벽화를 그렸다. 건물은 1914년에 지어진 건물로 대규모 액세서리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부부가 400만 달러를 주고 샀고 개보수를 위해 18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그 건물의 가치는 3000만 달러를 호가한다. 유명 경매회사들이 예상한 뱅크시 작품 가격만 1000만 달러. 지난 2021년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과 건물을 소개하며 제목을 ‘Want to Buy a Banksy? This Building Comes With It’이라고 달았다. 의역하자면 ‘뱅크시 작품을 사시려고요? 그럼 건물을 부록으로 드립니다’ 정도 되겠다. 뱅크시의 작품을 사면 건물이 따라서 온다는 말이다.  다운타운의 그네 타는 소녀 말고도 세계 곳곳에 그려진 그의 벽화는 건물주에게 부를 안겨줬다.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가 오늘 밤 슬쩍 다녀갈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건 복권당첨이다. 1000만 달러짜리 복권이 LA다운타운 한 건물 벽에 있다. 물론 관람료는 없다.  

주소: 908-910 S. Broadway. LA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l.com